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3.08.25 06:00

SK 주요 계열사 상반기 실적 부진…'시나리오 플래닝' 고도화 절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2023 확대경영회의’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2023 확대경영회의’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SK그룹)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SK그룹의 올해 경영 환경은 유난히 혹독하다. 주력 계열사들의 적자 행진이 이어지며 그룹 차원의 비상 경영에 나선 상황이다.

예정됐던 투자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향후 5년간 국내외 주력 사업에 총 247조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전략·전술적으로 기존 투자 계획이 지연되거나, 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언급할 정도로 녹록지 않은 상황에 처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룹의 핵심 캐시카우 SK하이닉스는 지난 2012년 SK그룹 편입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연달아 받고 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기록한 적자 규모만 6조원을 넘겼다. 하반기에도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전망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3분기에도 1조7507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는 SK온은 올해도 '나홀로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상반기에만 47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손실 규모가 전년 동기보다 20%가량 줄였지만, 역대급 실적을 낸 다른 배터리 업체들과 비교할 때 뒤쳐진 성적표다. 오는 3분기에도 적자가 유력하다. 

바이오 계열사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코로나19 백신 수요가 줄면서 실적이 부진하다. 2021년 4742억원의 연간 매출을 올렸지만, 올해 상반기는 64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SK팜테코는 같은 기간 300억원, SK바이오팜은 416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유례없는 위기 상황에서 최태원 회장은 '시나리오 플래닝'의 고도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향후 발생 가능한 여러 시나리오에 맞춰 조직과 자산, 설비 투자, 운영 비용 등을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경영체계를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정의했다. 축구 선수들이 여러 상황에 맞는 세트 플레이를 평소에 반복 연습하면 실전에서 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골로 연결시킬 가능성이 커지는 것처럼, 그룹 역시 다양한 상황에 즉각 대응 가능하도록 전사 시스템과 모든 임직원의 역량을 높여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이와 관련해 "기업을 둘러싼 국내외 경영 환경은 어느날 갑자기 변하는 게 아니라 크고 작은 징후가 나타나면서 서서히 변한다"며 "그때마다 즉각적이고도 체계적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SK 구성원들이 충분히 훈련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고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구성원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뜻하는 '스피크 아웃'을 강조했다.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올바른 혁신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최 회장의 평소 지론이다.

지난 24일 이천포럼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도 그는 "구성원들이 계속 목소리를 내고 소통하며 전에 없던 변화 과제를 도출하고 방향을 찾아야 한다"며 "끊임없이 스피크 아웃 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야 문제를 모으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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