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4.03.25 19:06

임주현 사장 "형제 이사로 선임되면 가족만 4명, ESG 역행"…형제 "시가총액 200조 글로벌 빅파마 달성"
형제 측 '키맨'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우군으로…국민연금·기타주주 '안개속 표심' 잡기 위한 여론전 치열

이우현(왼쪽) OCI홀딩스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열린 OCI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을 둘러싸고 한미그룹 오너의 경영권 분쟁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통합에 찬성하는 모녀 측과 반대하는 형제 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과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은 사흘 앞으로 다가온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를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해 총력전에 나선 상황이다. 

모녀가 장악한 한미그룹은 25일자로 장남 임종윤 사장을 한미사이언스에서, 차남 임종훈 사장을 한미약품에서 각각 해임하는 초강수를 뒀다. 다만 두 형제는 등기이사를 맡고 있는 회사에서의 직은 유지된다. 현재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에서, 임종훈 사장은 한미정밀화학에서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임종윤·종훈 형제 측을 지지하면서 판이 흔들렸다.

형제 측에 대한 지지를 표시한 신 회장은 고(故) 임성기 창업회장의 고향 후배로, 오너 일가를 제외하면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가진 개인 최대주주다. 형제 측이 신 회장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형제 측이 확보한 의결권은 총 40%에 이른다. 모녀 측이 확보한 지분 35%를 단숨에 뛰어넘게 됐다.

주총까지 사흘 남은 가운데 여전히 변수는 남아 있다. 신 회장 다음으로 가장 많은 의결권을 가진 국민연금공단(7.91%)이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 등 기타주주(16.77%)의 표의 행방도 오리무중이다. 

양측은 이들 표를 얻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모녀 측은 그룹 임직원 약 3000명이 모인 한미사우회의 지지를 확보했다. 보유 주식 23만여주로 의결권은 0.3% 수준이다. 한미사이언스는 대행사를 통한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회사 측은 "3%가량 지분을 가진 해외기관 중 다수는 회사 측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고 말했다. 한미그룹 본부장 4명과 한미그룹 계열사 대표 4명도 "한미와 OCI그룹 통합을 적극 찬성한다"는 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맞서 형제 측도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 등을 활용한 의결권 결집에 나서고 있다. 형제측은 현재 0.83%의 지분을 위임받았다고 설명했다. 형제 측은 사우회 투표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냈다. 형제측은 사우회 투표가 9명의 사우회 임원 회의에서 진행됐다”며 “사우회 투표에 참여한 9명 중 한 명은 형제들 쪽에, 한 명은 기권하여 총 7명만 통합에 찬성했다"고 덧붙였다. 

임종윤(왼쪽)·임종훈 전사장 (사진제공=제노그룹코리아)
임종윤(왼쪽)·임종훈 전사장 (사진제공=제노그룹코리아)

이번 주총이 중요한 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을 비롯해 모녀 측으로 분류되는 사외이사 3명 등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꾸려져 있다. 최대 선임 가능한 이사가 10명이기 때문에 양측 모두 이번 주총에서 최대한 많은 이사를 진입시켜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속셈이다. 모녀 측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이우현 OCI그룹 회장 등 총 6명을, 형제 측은 본인 2명을 포함해 총 5명을 선임해 달라는 안을 제시했다. 이 중 과반을 차지한 후보자가 6명을 넘어서면 다득표순으로 최대 6인까지 이사회에 진입한다.

소액주주 표를 의식한 여론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은 25일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임 사장은 "오빠(임종윤)와 동생(임종훈)이 주주총회 이사 참여를 시도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가족 4명이 참여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ESG 경영 역행하는 것인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데 있어 정말 필요한 이사회 구성인지 고민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주현 사장은 이어 "한미약품을 미래의 어떤 모습으로 키워갈 지 많은 고민을 했으며, OCI홀딩스와의 통합을 통해 신약 연구개발(R&D) 등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임주현 사장은 전날 "OCI와 통합 이후 (OCI와 자신 등 회사 측) 대주주 지분을 3년간 처분하지 않게 하겠다"고 보호예수를 제안하며 형제측을 향해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매각할 생각만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임주현 사장은 임종윤 전 사장을 겨냥해 "무담보로 빌려준 대여금 266억원을 즉시 상환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형제 측은 입장문을 내고 "임종윤·종훈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한 번도 팔 생각을 해본 적 없고, 앞으로도 어떤 주식 매도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형제측은 또 고 임성기 회장이 품고 계셨던 글로벌 빅파마의 꿈을 수치화한 것이라며 "한미 경영 DNA를 이어 받아 한미약품그룹을 진정한 글로벌 파마로 도약시키겠다"며 시가총액 200조원 육성 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총 전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도 변수다. 한미-OCI 통합의 핵심 고리 중 하나인 만큼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형제 측은 법적 정당성까지 등에 업으면서 통합 결정을 뒤집는 데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반면 가처분이 기각될 경우 통합 작업이 다시 순항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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