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상호기자
  • 입력 2016.12.13 16:11
<사진=DB>

[뉴스웍스=이상호기자]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대선 경제 공약은 화려했다.

경제 공약의 두 축은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였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공정하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 당시 시대정신이었다. 공정한 시장경제의 토대 위에 새로운 산업 경쟁력을 찾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뿐만 아니라 우리 정치사에서 가장 ‘좌클릭’한 보수정당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진보적 복지담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증세 없는 복지’를 실현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45개월이 지난 지금 탄핵에 이른 정치적인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경제 성적만으로도 초라하기 짝이 없다. 올초 대학교수 등 300명의 전문가그룹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박근혜 정부 정책 추진의 주된 문제점으로 ‘부자‧재벌 등 기득권세력 친화적 정책 추진으로 정책 공공성 결여’, ‘국민적 합의 없는 일방적 정책 추진’을 꼽았다.

◆코스피지수 제자리걸음...역대 정부 중 최악

13일 개장 시점의 코스피 지수는 2026.39로, 박근혜정부 출범 시점의 2018.89에 비해 지난 4년여 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다. 박근혜 정부 내내 2000선 내외의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주식시장의 성장세는 멈춰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대중 정부(시작 540.89→끝 645.18), 노무현 정부(616.29→1421.73), 이명박 정부(1686.45→1776.49) 등 과거 정부의 증시 추이와 비교해보면 역대 정부 가운데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코스피 3000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던 것은 그야말로 공염불로 그치게 됐다.

◆중산층 재건?...가계부채 300조 늘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당시 대선공약집 도입부에는 ‘중산층 70% 재건 프로젝트’라는 목표 아래 10대 공약을 제시했다. 첫 번째 공약은 ‘가계부담 덜기’다.

그러나 현대경제연구소는 지난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가계부채 규모를 1330조원으로 추정했고 내년에는 146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급격한 가계부채 규모 확대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경기부양을 명분으로 사실상 대출을 장려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기준금리를 낮추는 동시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해 보다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결국 가계부채 위험부담이 갈수록 커지자 국제통화기금(IMF)은 LTV, DTI의 강화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가계대출이 더 늘 경우를 가정해 규제비율 환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이미 대선공약집에서도 지적됐던 문제의식이다. ‘가계부채가 1,000조에 육박하고 금융채무불이행자가 320만명을 넘고 있다. 수많은 가정들이 과다부채 부담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국가경제까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썼음에도 당선 후 반대되는 길을 걸은 것이다.

◆58년만에 첫 2년 연속 수출 마이너스...‘비즈니스 외교’도 가동 안돼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지난해 1월부터 올 7월까지 19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펼쳤다. 8월 들어 반짝 반등했다 9~10월 다시 마이너스, 11월 소폭 상승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연간으로 따지면 수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수출이 2년 연속으로 감소한 것은 58년만에 처음이다.

박근혜 정부가 자랑해온 ‘비즈니스 외교’도 성과를 내기 어려워졌다. 박 대통령은 정상외교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취지 아래 기회 있을 때마다 경제사절단들을 이끌고 순방을 다녔다. 하지만 박대통령 탄핵이 결정된 데다 이미 비즈니스 외교에도 최순실 그림자가 드리웠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제대로 가동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통상 정책 변화를 예고하고 있고 유럽 역시 신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짙어지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로서는 정보통신(IT),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의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 통상 환경 변화의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성과급제, 누리과정 등 설득 없는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

박근혜 정부에 끊임없이 따라붙는 단어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불통’일 것이다. 대다수 노동자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칠 노동개혁을 추진하면서도 대통령은 대화하자는 노동계와 마주앉지 않았다.

당장 금융‧공공부문의 성과급제 도입 문제는 촛불 정국에 또하나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 12일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긴급 이사회를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키로 하자 야당과 금융노조는 13일 이사회 의결조치를 무효화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노사갈등 및 법적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누리과정 예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공약 중 하나인 누리과정 예산 부담 주체를 둘러싼 논란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을 상향한 만큼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교육청은 대선공약인 만큼 중앙정부의 사업이고 대통령령을 통해 편법적으로 책임을 전가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번 정부에서 이같은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고 조정하는 기능이 누구에게 맡겨져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뜻을 담은 정책이라도 정부가 갈등조정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갈등은 해소되지 않은 채 사회 부담으로 누적된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내내 합의점 도출 과정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정책 신뢰도와 국정운영동력을 떨어뜨렸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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