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동우기자
  • 입력 2017.01.12 11:00

누구를 위한 인상인가

<사진제공=롯데주류>

[뉴스웍스=김동우기자] 정부가 빈 병 보증금을 인상하면서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들도 연초부터 소주와 맥주 가격을 올렸다. 이에 따라 식당 등에서 파는 소주가격도 5000원까지 오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이 일자 정부는 유통업계와 외식업계 등에 보증금 인상분 외 추가적인 술값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고 보증금 인상은 빈 병 재사용률 증가를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인상에 담뱃값 인상에 이어 증세를 위한 정부의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빈 병 보증금 인상...실효성은?

환경부는 빈 병 보증금 인상의 근거로 빈 병 재사용률 증가를 들었다. 현재 재사용으로 병당 약 80원 제조원가 절감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재사용률이 더 증가할 경우 병당 9원 추가절감으로 연간 451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국내 제조사는 비과세인 보증금을 활용하여 재사용 및 원가절감 효과(병당 80원 절약)로 오히려 제도의 수혜를 받는 상황이라며 업체의 마진율을 강제할 수는 없으나 보증금과 무관한 점을 적극 홍보하고 및 관련 유통단체를 통해 자제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국내 주류업계의 빈병 회수율은 90~95%다. 주점은 고객이 빈 병을 들고 가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회수율이 거의 99%에 달한다. “빈 병 재사용률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빈병 보증금을 올렸다”는 정부의 설명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빈 병을 근처의 분리수거함에 넣는다. 보증금을 몇십원 올렸다해서 보관도 어렵고 운반도 불편한 유리병을 모아 구매처까지 가서 반환할 소비자가 몇이나 될까. 슈퍼 등 영세소매점에서는 회수를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또 이번 인상이 국산 주류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수입 주류의 가격이 꾸준히 낮아지는 상황에서 국산 주류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이 국산 소주와 맥주를 더욱 외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인상인가

결국 빈 병 보증금 인상은 세수 확보를 위한 정부의 꼼수가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체는 소주나 맥주를 생산하면 곧바로 환경부 산하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 빈 병 보증금을 위탁한다. 순환센터는 도매상이 제조업체에 빈 병을 반납하면 수량을 확인하고 지급관리시스템을 통해 빈 병 보증금을 주류도매상에 전달한다.

그러나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지난해 3분기 미반환보증금 집행내역을 보면 지난해 3분기까지 약 200억원의 미지급금이 발생했다. 4분기까지 합할 경우 금액은 더 늘어나게 된다. 빈 병 반환 시 소비자에게 돌려줘야할 금액이 반환되지 않아 환경부 산하 기관이 보유하게 된다는 의미다.

또 국내에서 판매되는 소주·맥주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4%다. 원가의 72%가 주세로 이뤄져 있으며 다시 이 주세의 30%가 교육세로 붙고 주세와 교육세를 더한 값의 10%를 부과세로 부과한다. 보증금 인상으로 소주와 맥주의 가격이 올라가면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은 더 늘어나게 된다.

한국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보증금 인상은 주류 가격의 인상을 부추겨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라며 “보증금 인상이 빈 병 회수율을 높일 것이라는 환경부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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