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7.01.12 13:08

'이재용 소환' 이후 일손 놓은 '삼성...경영공백 우려

<사진=DB>

[뉴스웍스=한동수기자] “사실을 입증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지만 사실을 말해도 믿어주질 않는다면 마땅한 방법이 없다”

12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모습을 TV로 지켜본 후 삼성그룹 한 임원의 소회다.

지난 11일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 소환이 발표된 직후부터 이날 오전까지 삼성 서초사옥에는 적막감이 흘렀다. 삼성 서초사옥 C동 앞 흡연구역에만 가끔씩 삼삼오오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을 뿐 로비조차 한산한 모습이었다.  

"‘패닉’ 상태죠. 이건희 회장님이 쓰러진 직후에도 이렇게 삭막한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라고 이날 점심시간 로비에서 만난 삼성의 한 직원은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예년 같으면 지난해 3분기 부진을 깔끔하게 만회한 4분기 실적발표를 코앞에 두고, 두둑한 보너스잔치가 펼쳐져야 마땅했을 시기다. 회장 부재로 실질적인 그룹 총수 역할을 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신년 사업계획마저 답보 상태라는 것이 삼성의 현실이다.

이날 서초 사옥에 자리잡은 미래전략실은 오전부터 대치동 특검에 나가 있던 직원들이 사무실로 돌아와 특검관련 TV뉴스를 지켜보면서 침묵이 감돌았다. 사실상 업무는 마비상태다.

특히 미래전략실 실장(최지성 부회장)과 차장(장충기 사장)모두 사법처리 대상에 이름이 올라있는데다, 미래전략실 해산이 임박하면서 조직이 제대로된 기능을 유지할 수 조차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한 직원의 전언이다.

이처럼 삼성이 패닉 상태에 빠진 것은 그룹 수뇌부의 잇따른 특검 소환 때문만은 아니다.

억울하다는 입장이 그 배경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정권의 행태를 볼 때 '대통령이 총수를 독대하면서 언성까지 높이며 요구한 사항을 묵살할 수 있는 기업이 어디 있겠느냐'는 논리다.

삼성 측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 수차례 “지난 2015년 7월 박근혜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독대한 자리에서 승마협회 지원문제를 놓고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며 “대통령 독대 후 진행된 지원이 뇌물이었다면 왜 영수증 처리를 꼼꼼하게 해 놓았겠냐”고 반문하며, 승마협회 지원이 대가성있는 뇌물이 아니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특검조사에서 이 같은 주장을 꺾지 않을 경우 특검팀을 자극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게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의 한 고위 임원은 “삼성은 있는 그대로 사실을 말할 수밖에 없다”며 “정권과 맞설 수 없었던 우리의 억울한 입장이 특검 조사에서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권력형 비리인 최순실게이트의 칼 끝이 기업을 지나치게 겨누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면밀히 살펴보면 이번 게이트의 핵심은 권력을 쥔 대통령과 정치권이었던만큼 기업들의 경영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특검과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이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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