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정의 우아한 한 장] 창의성(Magda Sayeg)
[김수정의 우아한 한 장] 창의성(Magda Sayeg)
  • 김수정
  • 승인 2017.04.1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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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나는 "누구에게나 창의성의 씨앗이 있다는 것을 믿고 잘 가꾸어야 한다"라고 답하곤 한다. 물론 놀라운 창의성을 타고나는 사람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 반짝이는 창의성을 발휘하는 그들을 '천재' 혹은 '영재'라고 부르며 부러워 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이라 하여 창의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가진 다른 감성과 마찬가지로 창의성도 인격처럼 구는 법이라서, 무시당하면 창의성은 위축되고 격려 받으면 창의성이 자라난다.

그렇다면 '창의성을 격려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창의성을 격려하는 방법은 일상을 정성스럽게 사는 것이다. 창조적인 광고인으로 유명한 박웅현(TBW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은 창의성을 기르려면 '시이불견 청이불문(視而不見 聽而不聞)' 하라 한다. 즉 '마음에 있지 않으면 보고 있어도 보이지 않고 듣고 있어도 들리지 않는다'라는 말을 빌려 일상생활을 시청(視聽) 하지 말고 견문(見聞)하라고 이야기한다. 흘려듣지 말고 보고 듣는 것에 유심히 관찰하고 의문을 가지면, 그간 보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에게는 다른 비유를 든다. 창의성은 '그물' 같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같은 시간과 장소를 살아도 같은 인생을 살지는 않는다.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느끼는 인생을 살지는 않는다.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얼마나 많은 정보를 그러모으느냐, 그리고 그것으로 뭘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 이제 여기서부터는 심미안이 필요하다. 예술적 소양은 여기에서 빛을 발한다.

Mexico City Bus Project ⓒ Magda Sayeg

창의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뜨개질 그라피티 예술가, 마그다 사예그(Magda Sayeg)가 떠오른다. 사예그가 시작한 얀 바밍(yarn bombing), 일명 '뜨개실 폭탄' 작업은, 우리나라에서도 구호단체 등을 통하여 조금씩 소개되다가, 지난해 덕수궁 돌담길에서 '트리 허그(Tree Hug)'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퍼포먼스가 이루어진 적이 있다. 비록 마그다 사예그 주도로 한 것이 아니라 국내 인터넷카페 회원들이 만든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처음 마그다 사예그는 집 문고리 하나를 뜨개실로 엮어봤다. 냉기가 흐르는 금속 손잡이 하나를 포근하게 바꾸었을 때 '뜨개실 폭탄'은 시작되었다. 그다음 사예그는 집 밖으로 나가 공공장소 교통 표지판을 감싸보았다. 사람들은 사예그의 뜨개질이 독특하고, 포근하고, 재미있다며 열광했다. 미미한 줄 알았던 폭탄은 영향력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뜨개실과 바늘을 이용해 도시의 회색 시설에 따스함을 입히고 색상과 무늬를 부여하여 낯설게 하는 얀 바밍은, 시설 벽의 미관을 파괴하면서 급진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라피티에 쉽게 비교된다. 기존 시설을 파괴하지 않고 언제든 뜨개 실을 풀어 회복 가능한 온건함을 전달함으로써 접근 가능성을 높인다. 얀 바밍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열광적이다. 마그다 사예그가 매일 붙잡고 지나다니는 문고리에 정성을 두지 않았다면, 전세계적인 '뜨개실 폭탄'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Wonderland outside of Austin’s Blanton Museum of Art ⓒ Flickr

2015년, 마드다 사예드는 TED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저는 예술가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이걸 하기 위해 정식 훈련을 받지 않은 것처럼요. 저는 사실 수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래서 이게 제 선택지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우연히 하게 된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이 일이 저한테 일어났을 때 저는 꼭 붙잡았고, 이걸 위해 싸웠고, 오늘날 예술가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습니다." 사예드의 경우는 타고난 창의성을 통해 큰 업적을 이루었다기보다는, 일상을 정성스럽게 살아내는 인간이 획득한 결과물에 가깝다.

그러므로 일상을 최선을 다해 살아내야 한다. 뜨개실 엮듯 일상을 정성스럽게 엮어내다 보면 누구나 자기만의 그물을 만들 수 있다. 매일의 정성을 통해 처음에는 성글지만 조금씩 촘촘해지는 그물이 만들어진다. 다시 사예그의 말을 빌려온다. "우리는 모두 바쁜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갈망하고 원합니다. 숨겨진 힘은 가장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발견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그다 사예그처럼 창의성의 그물은 자신만이 뜰 수 있다. 창의성의 그물이 매일 더 촘촘해질 때 일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언젠가는 놀라운 것을 건져낼 수 있는 것이다. 한 코 한 코, 한 땀 한 땀, 하루 더 신실하게 일상은 지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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