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7.08.31 11:13

1심판결 "정기상여금 통상임금 맞아...'신의칙 위반' 아니다"

<배경사진=기아차/그래픽=뉴스웍스>

[뉴스웍스=박경보기자] 모든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결과를 지켜보던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이 노조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 2011년 기아차 노조가 사측에 소송을 제기한지 6년 여 만의 일이다. 이번 선고 결과는 업계는 물론이고 우리 경제 전반에 걸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권혁중)는 31일 기아차 노조원 2만7459명이 기아차를 상대로 낸 1조926억원의 임금 청구 소송에서 "피고 기아차는 노동자 2만7000여명에게 원금 3126억원과 이자 1097억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해당 금액은 소송 제기 시점을 기준으로 임금채권 청구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최근 3년치 임금이다. 

재판부는 노조가 통상임금에 포함해달라고 요구한 정기상여금과 중식비, 일비 중 정기상여금과 중식비가 통상임금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기아차 노조원 2만7000여명이 회사 측에 청구한 금액은 원금 6588억원과 이날을 기준으로 계산한 이자 4338억을 더해 총 1조926억원이다. 법원 판결에 따라 기아차가 추가 지급해야하는 총 4223억원의 임금은 노조 청구금액의 38.8%에 해당한다.

이날 법정에서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의 적용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기아차 측은 “노조의 추가 수당 요구가 회사의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해 '신의칙'에 위반된다”며 “패소시 3조원대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것은 노사 합의에 따른 조치이므로 이를 깨는 것은 ‘신의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기아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아차가 주장하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아차가 지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높은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당기순손실이 없다는 점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또 같은 기간 기아차가 매년 1조에서 16조원의 이익을 낸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근로자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을 이제 지급하면서 중대 위협이라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신의칙 위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그간 "근로기준법상 받지 못한 돈을 달라고 청구하는 것"이라며 "통상임금이 3조원 이상이라며 회사가 망할 것처럼 말하지만, 신의칙은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위험이 있을 경우에 한하는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회사가 청구액을 지급해도 회사 경영에는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판례로 제시된 기준에 따라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한편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까지 전국 100인 이상 사업장 1만여개 중 192곳에 이르는 기업이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이다. 노조의 승리로 끝난 기아차 판결은 자동차업계는 물론, 소송 진행 중인 다른 산업계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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