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7.09.05 13:59

[뉴스웍스=박경보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요 공약중 하나였던 '서울 지하철 공공와이파이 사업'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무료로 고속의 와이파이를 제공함으로써 통신료를 절감해 주겠다는 목적으로 진행된 사업이다. 그러나 이 사업이 당초 의도와는 달리 당국의 졸속 행정과 관련 업체들의 이권다툼에 휘말려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4월 서울지하철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위해 사업자 입찰 공고를 낸 이후, 현재까지 사업자 선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원래대로라면 지난해 11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고, 현재 8호선에서 시범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어야 한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공공와이파이 사업은 출발부터 삐끄덕거렸다. 약 1000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돼야 하는 대형 사업임에도 시의 사업자 선정과정이 너무나 허술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를 틈타 기술과 자금력이 부족한 업체들이 사업권을 얻기 위해 이전투구 하면서 사업이 점차 꼬이는 모양새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사업자 선정을 위한 1, 2차 입찰공고와 3차 재공고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 통보 직전까지 사업이 진전됐지만, 탈락한 업체의 '이유 있는' 이의제기로 시 감사위원회 감사에 들어가 "입찰을 취소하라"는 통보를 받고 결국 사업자 선정이 무산 됐다. 이후 사업은 흐지부지 되는 듯 보였다. 

그런데 뜬금없이 지난 8월 10일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입찰공고 당시와 같은 내용으로 '서울지하철 통신서비스수준 향상사업' 사업자 선정 입찰 재공고를 낸다. 이후 언론을 통해 내년 3월부터 서울지하철에 공공와이파이가 설치돼 데이터통신 속도가 100배 빨라진다는 장미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새로 낸 입찰공고에서 제안업체가 한 곳 밖에 없고 이마저 지난번 입찰 당시와 마찬가지로 사업자가 제출서류 마감 시한을 넘겨 응찰했다. 그러자 서울시는 또 지난달 31일 예정됐던 심사 평가를 생략한 뒤 같은날 저녁 또 재공고를 냈다. 한 사업에 대해 다섯번째 입찰이다. 

이런 추진과정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식적으로 맞지 않을 뿐더러 의문점만 생기게 한다. 서울시는 왜 이런 문제가 있는 사업을 보완대책도 없이 무리하게 재추진하는 것일까. 

업계에 따르면 지하철 공공와이파이 사업은 막대한 사업비와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요하기 때문에 기간통신사업권 수준으로 평가해야하는 것이 타당하다. 기술적 요소는 물론이고 자금조달 계획의 신뢰성, 영업계획의 실현가능성을 철저하게 평가해야한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서울시 감사위원회도 입찰 취소를 결정하면서 “최근 통신서비스 동향을 고려하고 사업조건과 명확한 평가기준을 재검토하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는 이를 비웃듯 똑같은 내용으로 재공고를 냈다. 마치 ‘누군가’가 사업자로 선정될 때까지 계속 공고를 올릴 듯 한 태세다. 이쯤되면 '서울지하철 공공와이파이 사업'이 과연 서울시민을 위한 사업인지 의문스러워진다. 

시는 문제를 일으켰던 기존 업체들에게 사업지연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사업 자체에 대한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해야 한다. 대형 자본과 기술력이 필요한 사업이라면 그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업자에게 맡기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는 일이다. 입찰과정에서 분명한 문제가 생겼는데도 벌써 횟수로 다섯번째 ‘똑같은’ 내용으로 입찰 재공고를 내는 것은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과거 서울시는 ‘복마전(伏魔殿)’이라고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비리가 많이 줄어들어 잘 쓰이지 않는 말이지만, 이번 사업추진 과정을 보면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시 관계자들의 목적(?)이 있는 사업추진이든, 아니면 단순 실수든 간에 사업이 망가지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애꿎은 시민들이다. 

박원순 시장도 지난 시장 선거에서 본인의 공약사항이었던 만큼 다시 한번 이 사업을 꼼꼼히 챙겨봐 주길 기대한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사업이라면 당연히 '목적은 정당'하고 '과정은 투명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하는데 너무 냄새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작은 구멍 하나가 큰 둑을 허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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