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1.14 07:00

'제로백 4.7초' 등 호화 스펙이지만 수입차 경쟁상대로는 '아직'

기아자동차 스팅어(왼쪽)과 제네시스 G70 <그래픽=뉴스웍스>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지난해 야심차게 출시한 고성능 스포츠 세단 제네시스 G70과 기아자동차 스팅어가 아쉬운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출시 당시 내세웠던 ‘수입차와의 경쟁’은 커녕 서로의 판매간섭만 심해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5월 23일 출시된 기아차 스팅어와 같은해 9월 20일 첫 선을 보인 제네시스 G70은 모두 '한국산 GT'를 표방한 현대차그룹의 야심작이다. 두 차종 모두 출시 당시부터 빼어난 외관 디자인과 강력한 동력성능으로 자동차 마니아들로부터 큰 화제를 몰고 다녔다.

두 차종은 현대차그룹의 기술력이 한데 결집된 후륜구동 고성능 스포츠 세단이다. 그간 국산차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스펙을 대거 갖췄다. 기아차 스팅어 3.3 터보 모델은 정지상태에서 100km/h에 도달하기까지(제로백) 단 4.9초면 충분하다. 한술 더 떠 제네시스 G70 스포츠는 이보다 0.2초 더 빠른 4.7초이며 최대로 낼 수 있는 속도도 시속 270km에 이른다.

두 차종이 심장을 공유하는 3.3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370마력에 최대토크 52.0kg.m의 강력한 파워를 발휘해 동급 수입차의 스펙을 뛰어넘는다. 특히 국산차 최초로 런치 콘트롤을 지원하고 기계식 차동기어 제한장치(M-LSD), 멀티 5링크 서스펜션, 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휠(R-MDPS), 가변 기어비 스티어링(VGR), 전자제어 서스펜션(ECS) 등을 탑재해 '고성능'의 자격을 갖췄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메르세데스-벤츠의 C클래스, BMW의 3시리즈 등 수입차의 기세에 철저히 밀린 모습이다. 지난해 5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기아차 스팅어는 12월까지 8개월 동안 6122대 팔리는 데 그쳤다. 출시 초기인 6월과 7월만 1000대를 넘겼을 뿐 나머지는 700대 내외였고 급기야 12월에는 455대로 내려앉았다. 기아차가 밝힌 판매목표 8000대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이다.

제네시스 G70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제네시스 G70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총 4554대가 판매돼 역시 목표치였던 5000대에는 모자랐다. 9월과 10월엔 각각 386대와 958대, 11월과 12월엔 각각 1591대와 1619대가 판매됐다.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같은 기간 기아차 스팅어의 판매량이 줄어든 점으로 미뤄볼 때 스팅어 몫을 빼앗아 온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제네시스 G70과 스팅어가 ‘경쟁자’로 콕 집은 수입차들은 무서운 기세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 두 차종의 직접적인 경쟁상대인 BMW 3시리즈는 지난해 총 1만1931대가 판매돼 전년 대비 16.5% 증가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C클래스 역시 지난해 9846대가 판매돼 전년 대비 2.3% 늘었다. 이들 성적은 기아차 스팅어를 넘어선 수준이며 제네시스 G70과도 큰 차이가 없다.

급을 한 단계 올려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와 BMW의 5시리즈는 지난해 각각 3만2568대와 2만6339대나 판매됐다. 고성능과 럭셔리를 내세운 국산차들이 수입차에게 점차 자리를 내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제네시스 G70과 기아차 스팅어는 서로의 판매에 영향을 줬을 뿐, 수입차의 경쟁상대는 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제네시스 G70은 아직 중동을 제외하곤 해외시장에 제대로 수출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초부터 제네시스 G70의 글로벌 수출을 러시아, 호주, 북미 지역으로 글로벌 판매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작 15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2018 국제오토쇼’에선 제네시스 G70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G70과 스팅어는 획기적인 동력성능을 바탕으로 수입차와 어깨를 나란히 할 역사적인 국산차 모델”이라면서도 “하지만 아직 브랜드 가치나 감성 품질 등은 100년 역사의 수입차 브랜드에 미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맹목적으로 수입차를 타겟으로 삼기보다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궁극적인 방법을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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