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2.26 16:09

생산 차종·물량 줄이며 수입 차종은 늘려...수입판매사로 전환하나

한국지엠 군산공장 정문 <사진=산업통상자원부>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실적 부진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한국지엠이 결국 생산시설 폐쇄 후 수입판매사로 전환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이 나온다. 한국지엠의 국내 생산 차종은 6종에 불과하고 이 중에서도 다마스와 라보는 2년 뒤 단종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지엠이 수입 판매하는 차종은 오는 4월 출시될 중형 SUV 에퀴녹스를 포함해 5종이다.

최근 GM이 군산공장을 폐쇄시키면서 결국 부평‧창원공장 등 한국지엠의 다른 공장들도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지엠이 직접 생산하는 차종은 점점 줄고 반대로 수입‧판매하는 차종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지엠이 국내 자동차 시장의 핵심 중 하나인 준중형차 시장에서 철수한 것은 이 같은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 13일 경영 자구안의 일환으로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군산공장이 폐쇄되면서 이곳에서 생산되던 준중형차 올 뉴 크루즈와 RV 차종인 올란도의 단종도 함께 결정됐다. 공장에 쌓인 3000여대의 재고 처분 이후에도 창원‧부평 등 다른 공장으로 생산 라인을 이전할 계획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올란도는 지난 2011년 출시돼 올해로 7년차를 맞는 데다 기아 카렌스와 함께 속한 7인승 RV 시장은 점차 축소되고 있어 언제 단종되더라도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한국지엠 기술연구소에서 개발 총괄을 맡은 올 뉴 크루즈는 지난해 2월 8일 첫 출시된 ‘신차’다. 심지어 디젤 모델은 출시된 지 이제 막 4개월이 지났을 뿐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주력 시장인 준중형차 시장에서 불과 1년 된 신차를 단종 시키는 것은 결국 ‘철수’와 연관 있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5개사의 총 판매량은 상용차를 포함해 155만80대다. 이 중 준중형차 판매량은 총 12만7779대로 상용을 제외한 승용으로만 보면 약 1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GM이 한국 사업을 유지하고 싶었다면 적어도 올 뉴 크루즈는 다른 공장으로 생산라인을 이전시키고 가격을 낮추는 등 판매 노력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반대로 한국지엠이 수입해 판매하는 차종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임팔라, 카마로, 볼트, 볼트EV를 수입‧판매하고 있는 한국지엠은 오는 4월 중형 SUV 에퀴녹스 역시 미국 공장에서 들여올 예정이다. 

반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차종은 스파크, 아베오, 말리부, 트랙스, 다마스, 라보 등 6종이다. 배기가스 규제와 안전사양 부재를 이유로 오는 2020년 강제 단종되는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를 제외하면 단 4종이다. 

특히 다마스, 라보와 함께 스파크를 생산하는 창원공장은 신차 배정을 받지 못할 경우 생산 차종이 단 1종 밖에 남지 않게 된다. 주력공장인 부평공장 역시 한달에 120대 남짓 팔리는 아베오를 제외하면 말리부와 트랙스 뿐이다.  ‘사업장 폐쇄 후 수입판매사 전환’을 뒷받침하는 배경이다. 

내수판매량이 뚝 떨어진 한국지엠은 수출길도 막힌 상황이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총 9만2170대를 수출했지만 올해부터 유럽수출 물량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GM의 산하 브랜드인 오펠을 인수한 푸조시트로엥그룹(PSA)은 유럽 내 오펠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한국지엠에서 수입하던 물량을 유럽공장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업계는 2020년까지 전 물량을 옮겨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지엠은 2016년 기준 오펠의 칼(스파크)과 모카(트랙스)를 유럽에 13만대를 수출했다. 지난해 내수 판매량과 같은 수준이며 총 수출량인 39만2170대의 33%에 달하는 물량이다.

군산공장의 폐쇄 역시 크루즈의 북미시장 수출이 중단되면서 촉발됐다. 본래 GM운 구형 크루즈를 군산공장과 멕시코공장, 그리고 미국 로즈타운에서 생산했으나 신형부터는 군산공장을 제외시켰다. 효용성이 떨어진 한국지엠을 사실상 ‘고사’시키는 작업에 들어간 셈이다.

이렇게 되면 GM이 큰소리쳤던 한국지엠 생산물량 50만대를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내수 판매량 13만2377대에 그쳤고 올해는 철수설 탓에 판매량이 더욱 축소될 것이 확실시된다. 게다가 올 뉴 크루즈와 올란도의 생산이 멈추고 수출 물량까지 다른 해외 공장으로 옮겨가고 있어 경영정상화는 미궁 속에 빠지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량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오는 3월 신차배정이 없다면 정상화는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며 “반대로 수입판매 차종은 계속 증가하는 점을 미뤄볼 때 결국 철수 후 수입판매사 전환에 무게가 쏠린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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