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3.28 17:57

글로비스지분 팔아 모비스지분 매입자금 마련…'순환출자 해소'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왼쪽)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 총수일가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1조원 이상의 세금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의 연간 주식 양도세 규모(개인기준)가 약 2조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전례 없는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등 정부 규제를 해소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구조 재편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그룹사와 대주주간 지분 매입‧매각을 통한 순환출자 완전 해소 등으로 이뤄진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인적분할 후 합병하기로 결의했다. 이번 인적분할로 생겨난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글로비스를 자회사로 둔 지주회사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면서도 정부의 규제 칼날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는 분할합병 이후 핵심부품 사업을 보유한 현대차그룹의 미래 기술 리딩 기업으로서 미래차 핵심 기술 분야에 대한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오는 7월 말까지 기아차,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개 계열사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16.9%, 0.7%, 5.7%씩 보유하고 있다.

총수일가는 합병된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팔아 지분 매입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총수일가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은 29.9%다. 정 부회장과 정 회장은 각각 23.2%와 6.7%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업계에 따르면 총수 일가는 이 과정에서 무려 1조원이 넘는 양도소득세를 납부하게 될 전망이다. 대주주 대상 과세표준이 3억원 이상인 경우 주식매각 소득의 22%에서 27.5%(주민세 포함)로 올해부터 양도세율이 상향 조정돼 부담이 더 커졌다.

총수일가가 실제로 이 같은 세금을 부담한다면 대주주가 지분거래 과정에서 적법한 재편비용을 부담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7월까지 총수일가의 지분거래가 모두 마무리되면 현대차그룹의 기존 순환출자 고리는 모두 해소된다. 이렇게 되면 복잡했던 지배구조는 대주주, 현대모비스, 완성차, 개별사업 군 등으로 한층 단순화 될 전망이다.

순환출자고리가 해소되면 대주주가 현대모비스를 책임경영하고 현대모비스는 미래차 기술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경영구조를 갖게 된다. 또 현대모비스의 자회사가 되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래차 서비스 및 물류‧AS부품, 파워트레인, 소재, 금융 등 개별 사업부문을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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