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8.08.10 10:50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

[뉴스웍스=박경보기자] 박근희 전 삼성생명 부회장이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하면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먼저 삼성그룹 고위직이 CJ그룹으로 옮겨가는 것이 상당히 이례적인데다 그동안 두 그룹이 고(故) 이병철 회장의 유산을 둘러싼 수조원대의 상속 소송을 벌이며 불편한 관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번 인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경쟁관계에 있는 그룹으로 박 부회장이 옮기는 것 같지만 이면을 보면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 그동안 삼성과 CJ그룹간 반목이 이번 인사를 통해 해소될 수 있는 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예다. 이번 인사는 이재현 CJ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버지 시대에 있었던 불편한 관계를 끝내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박 부회장이 CJ로 옮기기에 앞서 두 그룹 최고 수뇌부에서 간에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회장도 이 같은 절차가 없었다면 CJ로 자리를 옮기는 결정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40년 골수 삼성맨’이자 ‘삼성맨의 신화’, ‘태생부터 삼성맨’ 이라고 불리는 박 부회장이 CJ로 자리를 옮기기로 결단을 한 것은 수뇌부간 조율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도 이 같은 해석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후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따로 만난 것으로 안다"며 "이번에 박 전 부회장이 CJ로 옮기는 것도 이야기가 된 사안으로 안다"고 말했다.

CJ가 박 부회장을 영입한 것이 ‘신의 한 수’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박 부회장은 앞으로 CJ대한통운 경영 전반에 대한 자문과 CJ그룹의 대외 업무를 담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경영능력을 보면 재계에서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점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선 경영 능력을 보자. 그는 경영 전반을 꿰뚫는 안목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경영진단팀장 출신인 그는 삼성그룹 모든 계열사의 감사업무를 담당하며 그룹 전반의 상황을 파악하고 잘못된 부분을 수술하는 집행력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로 보여준 성과도 돋보인다. 그는 2004년 카드사태로 위기에 빠진 삼성캐피탈과 삼성카드 대표를 맡아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고, 2005년 삼성 중국본사 사장에 임명돼 6년간 중국삼성을 이끌며 '중국 내 제2 삼성 건설'을 주도했다. 이후 2010년 삼성생명 사장으로 한국에 돌아와 부회장까지 지내며 삼성생명 상장 등 굵직한 현안을 해결했다.

대외 업무와 관련해서도 박 부회장을 견줄 사람은 흔치 않다. 그는 정·관계는 물론 언론,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마당발 인맥을 자랑한다. 그를 만나 본 사람은 바로 그의 팬이 되는 것도 박 부회장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다.

사회공헌 등 소외계층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돋보인다. 그가 삼성사회봉사단 부회장을 지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는 사회공헌과 관련된 일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사람으로 전해졌다. CEO시절 그는 사장을 보좌하는 스탭 조직에게 “사장과 관련된 스케줄을 관리할 시간이 있으면 사회공헌에 대한 아이디어를 찾는데 매진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사회공헌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박 부회장의 인맥과 인격, 사회를 바라보는 건전한 시각들이 CJ그룹의 인식을 바꾸는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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