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0.05 05:25

안종범 전 수석 증언 등 유리한 새증거 제시…재판부 해석 관건
풀려나면 대규모 그룹투자 탄력…실형선고시 면세점 잃을수도

신동빈 롯데 회장. (사진=뉴스웍스DB)
신동빈 롯데 회장.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항소심 선고가 오늘 열리는 가운데 그의 석방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항소심에서 신 회장이 풀려난다면 롯데는 향후 투자와 사업추진에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반납은 물론 아직 마무리 되지 못한 그룹개혁 작업이 타격을 입게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강승준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30분 신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이날 재판부는 신 회장을 비롯한 롯데 총수일가의 횡령‧배임혐의 등 경영비리 사건까지 함께 선고한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2월 13일 서울 시내 면세점 재승인 특혜를 위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출연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에 따라 롯데는 벌써 8개월 째 총수공백 사태를 이어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항소심 과정에서 1심판결을 뒤엎을 수 있는 새로운 증거가 나온 만큼 신 회장이 풀려날 수도 있지 않겠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 8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선고에서 롯데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인정되긴 했지만 롯데에 유리한 증거가 새로 제시된 상황이다.

먼저 지난 1심에서 면세점 특허 청탁을 인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항소심에서 말을 번복했다. 

안 전 수석은 신 회장과 면세점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검찰에 진술했지만 공판 과정에서 "신 회장과의 오찬 자리에서 면세점 특허에 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또 안 전 수석 수첩의 신빙성 문제와 신 회장이 아닌 박 전 대통령이 먼저 독대를 요구한 점도 롯데에 무게추를 기울게 하고 있다,  

앞서 롯데는 그간 신 회장의 혐의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수차례 피력해왔다. 앞서 2015년 11월 월드타워 면세점이 특허 경쟁에서 한 차례 탈락했기 때문에 특혜라고 볼 수 없고 서울 신규 면세점 추가 승인 가능성도 신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일인 3월 14일보다 앞선 시점이라는 입장이다.

신 회장이 이번 항소심에서 무죄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받는다면 곧장 경영에 복귀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투자는 물론 호텔롯데 상장, 대규모 신규 채용, 지주사 체제 전환 등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간 전문경영인체제로 운영되긴 했지만 국내 재계 특성상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 총수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신 회장이 이번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면치 못할 경우 롯데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에 빠지게 될 전망이다. 롯데는 지난 2월 신 회장이 법정 구속된 직후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해외 진출이나 신규사업 확대, 굵직한 투자건은 사실상 ‘올스톱’ 한 상황이다. 실제로 롯데는 올 들어 국내외에서 총 11조원 규모의 M&A를 검토했으나 모두 포기하거나 무기한 연기했다. 

뿐만 아니라 신 회장의 항소심 결과에 따라 관세청은 롯데면세점에 대한 특허를 취소할 수 있다. 앞서 관세청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혜 의혹과 관련해 “법 저촉 여부가 확인되면 입찰 당시 공고한 기준에 따라 롯데의 면세점 특허를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실형 선고 시 뇌물의 대가에 해당하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물론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는 국내 면세 사업장 전체에 대한 특허가 취소될 수 있다.

관세청이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를 취소한다면 롯데는 근무 직원들의 고용 불안은 물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월드타워점은 최근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세계 3위 규모로 증축했기 때문에 당장 문을 닫는다면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또 신 회장의 실형선고 여부에 따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와의 경영권 분쟁 불씨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이 지난 6월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제안한 신 회장의 이사직 해임 안건은 부결됐다. 하지만 일본 주주들은 경영비리에 대해 국내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항소심에서 신 회장이 실형을 피하면 롯데의 총수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사라져 대규모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새로운 증거를 재판부가 어떻게 해석할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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