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1.04 06:05

광주시, 현대차 노조 포함된 민주노총 빼고 한국노총과만 논의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광주광역시와 현대차가 추진하는 ‘광주형 일자리’가 노동계의 엇박자로 삐걱거리고 있다. 민주노총이 광주형 일자리에 반발하고 있어 한국노총 광주지부만 투자유치추진단에 참여하고 있는 상태다. 

광주시는 ‘노동계’와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합의를 마쳤다고 했지만, 문제는 한국노총이 자동차산업 노동계에 대한 대표성이 있느냐는 점이다. 민주노총 산하의 금속노조는 현대‧기아차는 물론 쌍용차, 한국지엠 등 국내 대부분의 완성차업계 조합원들이 소속된 조직이다. 광주형일자리를 추진하는 현대차에 소속된 조합원만해도 약 5만1000여명에 이른다. 현대차 노조는 국내 노조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영향력도 높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광주시가 이 같은 민주노총을 광주형 일자리 추진단에서 제외한 것은 양대노총 간 성향차이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통상 한국노총은 민주노총보다 훨씬 온건하고 타협적인 성향이라는 게 노동계의 중론이다. 투자를 성사시켜야 하는 광주시 입장에서는 급진적 성향의 민주노총보다 한국노총이 더 편하다는 이야기다. 

민주노총이 대화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광주시는 한국노총과만 원탁회의를 진행했고, 투자추진단에도 노동계 대표로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 의장만 포함시켰다. 추진단에는 이모 전 기아차 지회장 등 노동계 인사가 2명 더 있지만 민주노총은 “공식입장과 다른 개별적 행보”라며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이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현재 자동차산업은 급격한 수요감소로 과잉생산에 직면해 있어 새로운 공장이 들어서면 '제살 깎아먹기'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민주노총 입장에서는 일감부족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연간 10만대 규모의 광주형 일자리가 현실화되면 창원, 평택, 서산 등 다른 지역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부도위기에 몰려있는 부품협력사들까지 벼랑 끝에 몰린다는 게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주장이다.    

실제로 이미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일감이 없어 지난 2월 문을 닫았고, 광주형 일자리와 마찬가지로 경차를 생산하는 창원공장의 가동률도 80% 수준이다. 심지어 현대차 울산 1공장도 90% 내외의 가동률로 100%를 채워본 적이 거의 없다. 민주노총이 “광주형 일자리는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부르짖는 이유다.     

광주시가 민주노총을 설득하지 못한 채 광주형 일자리를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사업은 파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광주형 일자리에 반기를 들고 총파업까지 고려하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투자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광주형 일자리에 투자자로 나설 현대차는 가뜩이나 실적악화에 시달리고 있어 노조의 총력투쟁은 매우 큰 부담이다. 이미 현대차 노조는 지난 1일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광주형 일자리 저지투쟁'을 결의하고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이용섭 광주시장이 "3차 원탁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광주시와 노동계 간 신뢰가 회복된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말장난에 가깝다. 광주형 일자리가 차질없이 운영되고 완성차업계의 투자를 받으려면 ‘노동계’와의 진정성 있는 대화와 설득이 먼저다. 사업 추진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현장노동자들이 수긍하지 못한다면 광주형 일자리는 장기적인 발전방향을 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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