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양민후 기자
  • 입력 2018.12.18 21:54

선필호 "아일랜드,진열 금지 이후 흡연율 46%로 16%p 하락" 
WHO "한국, 담배광고·판촉 및 후원금지 전혀 불이행" 평가
호주처럼 담뱃갑 디자인 없애는 ‘무광고포장’도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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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연운동협의회 서홍관 회장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양민후 기자)

[뉴스웍스=양민후 기자] 청소년 흡연율을 낮추려면 편의점 등 소매점 내 담배광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왔다.

특히 해외사례를 참고할 경우 소매점 내 담배진열 금지와 담뱃갑 디자인을 없애는 ‘무광고포장’의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국금연운동연합회 서홍관 회장은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담배규제 강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  담배광고 규제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건강증진개발원·한국금연운동협의회가 공동 주관했다. 

서 회장은 “한국은 2005년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비준 이후 2015년 담배가격 인상과 2016년 담배갑 경고그림 도입 등 담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하지만 소매점에서 이뤄지는 담배광고에 대한 규제는 전무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담배광고·판촉 및 후원금지를 전혀 이행하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서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국내 청소년은 편의점 등에서 담배광고를 쉽게 접하고 있다”며 “이런 광고가 청소년 흡연을 부추기고 있다”고 문제 삼았다. 

한국금연운동연합회가 서울시 소재 초·중·고등학교 200개의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위치한 담배소매점 1011개를 조사한 결과, 91%가 매장안에서 담배광고를 하고 있었다. 현행 법은 내부 광고가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광고가 외부로 노출되는 비율도 72%였다. 어린이 제품과 담배광고 간 거리가 1m 이내인 경우도 81.3%에 달했다.

서 회장은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담배 소매점 수가 많은 지역의 청소년은 흡연을 경험한 비율이 19.1%로 전체 청소년(15.2%)보다 높았다”며 “담배광고를 접하는 횟수가 많은 청소년은 담배 제품과 광고에 대한 인식도 역시 높게 나타나는 등 광고가 흡연율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해외연구 결과를 보면 소매점 내 담배광고를 금지하면 청소년의 흡연시도는 최대 31%까지 낮아지고, 흡연율은 27%까지 감소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소매점 내 담배광고는 반드시 금지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 선필호 책임전문원은 소매점 내 담배 노출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시행하는 나라의 사례를 소개했다. 

선 책임전문원은 “현재 노르웨이·아일랜드·뉴질랜드·태국 등 전 세계 86개국에서는 소매점 내 담배광고를 금지하고 있고, 호주 등 66개국에서는 담배진열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담배진열이 금지된 국가의 소매점은 진열대를 닫거나 가려두고 있다. 소비자가 담배 구입을 원할 경우 가격과 제품 리스트를 담은 A4 사이즈 안내서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특히 아일랜드는 2009년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최초로 판매점에서의 담배제품 진열을 금지했다. 이런 결정은 청소년 흡연률을 62%에서 46% 수준으로 낮추는 효과로 나타났다. 

선 책임전문원은 “궁극적으로 소매점 내 담배광고 및 진열은 금지돼야 한다”며 “나아가 호주와 같이 무광고포장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정영기 건강증진과장은 "현재 정부는 담배 규제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소매점 내 담배광고 규제의 경우 법을 고쳐야 하는 만큼 간단한 일은 아니다”라며 “현재 보건복지상임위에 담배광고를 금지하는 법안이 계류된 상태로 정부 입장에서는 가능한 빨리 그런 정책들이 시행될 수 있도록 국회와 상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내년 상반기께 새로운 금연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방점은 처음부터 흡연 시작을 차단하는 것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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