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2.08 03:00

'개발·차세대 준비' 동시실행하는 '집약·확장성'도 절실
전기·폐기물처리·장비업체도 '집적화'돼야 채산성 확보

반도체 생산 엔지니어들의 작업 모습. (사진출처=YTN뉴스 캡처)
방진복을 입고 일하고 있는 반도체 생산 엔지니어들의 작업 모습. (사진출처=YTN뉴스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한 최적의 입지에 대한 모색에서 중요한 대목은 반도체산업이 '연속성'을 바탕으로 하는 '기술집약·집중사업'이라는 점이다.

'반도체 공장(FAB)이 기존 공장시설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지역 인근으로 계속 확장되는 이유'에 대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학회의 주대영 박사는 지난 1일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예를 들어 반도체 20나노디램에서 10나노디램으로 주력제품 생산이 옮겨갈 경우, 20나노디램을 생산하던 공장(FAB)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만일, 그 공장에서 10나노디램급을 생산하려면 모든 장비를 일체 새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공장(FAB) 한 곳을 건설하는데 5조원 정도가 든다는 이유는 바로 이처럼 새로운 공장을 증설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한 세대 전의 제품이 나오는 공장은 특별한 목적으로 구세대 소자를 찾는 사람들이 와서 그것을 생산해달라고 하면 그 목적에 맞춰 생산해주는 용도"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반도체공장(FAB)을 증설하기 위해 기흥에서 화성으로, 화성에서 평택으로 인근 부지를 찾아 공장을 키워나가는 이유는 바로 이런 연속성 때문"이라며 "차세대 제품을 연구개발해서 생산되자마자 바로 출시하려면 현재의 제품을 내놓으면서 동시에 차세대 제품의 연구개발 생산을 위한 공장(FAB)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반도체도 휴대폰도 다 마찬가지다. LG가 과거 일반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주력이 바뀔 무렵, 다소 안이하게 다른 회사의 동향을 보고나서 하겠다는 식으로 하다가 기회를 놓친 이후 다시 회복하기 어려워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한 "이래서 첨단제품들은 제품개발의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특히, 반도체 부문에서는 조금 '쉬었다 한다' 이러면, 그건 바로 회복불능으로 도태된다는 걸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고도의 기술집약·집중사업인 반도체산업의 연구개발 인력들은 차세대·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통찰력을 갖춰야한다. 이를 위한 혁신적인 사고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위한 필수요건이기도 하다.

국토교통부가 '(주)노무라종합연구소 서울'에 연구를 의뢰한 '산업구조 및 입지수요에 기반한 산업입지 공급체계 마련 연구'(2016. 8.) 보고서도 이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는 "혁신기반 기업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우수인력 및 인큐베이팅 근접성을 바탕으로 하며, 이와 더불어 제조 생태계와의 연계성도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Start-up의 경우 VC(벤처 캐피털리스트)와 엑셀러레이터와의 접근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로 인해 강남/판교에 입주하다가 최근에는 마포(상암), 송파, 상계 등으로 분산되고 있다"면서 "기술창업기업은 '창의인력' 확보 문제로 서울/경기에 전체의 62%가 입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창업 이후에는 부품수급, Proto-type 제작, 제품 테스트, 외부 생산 위탁을 위해 기존에 형성된 제조생태계와 연계된 입지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원하는 사람을 제 때 구할수 있는 지역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디스플레이 관련 대기업에 근무 중인 한 엔지니어는 또 다른 이유를 몇가지 들었다. 그는 "지난번 삼성반도체 '불산 사고'이후 관련 법령이 까다로워져서 도시의 주택지 부근에 공장을 증설하는 것은 어려워졌다"면서 "부지가 충분히 넓으면서도 도시와 접해있지 않은 곳이어야 한다"고 귀뜸했다.

아울러 "현재의 공장(FAB)에서 인근 부지로 단지를 키워나가는 이유는 전기와 폐기물 처리와도 관련이 있다"며 "상당한 비용을 들여 전기, 폐기물, 폐기용수 시설 등을 지어놓았다면  이에 따른 반도체 제조공장도 되도록 그 부근에 많이 세워야 채산성이 맞는다. 그래서 공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규모의 경제'라는 관점에서 설명한 것이다.

또한, "반도체가 양산에 들어가게 되면 그에 대한 관리는 장비업체 등에 외주를 주게 된다"며 "그러면 그런 관리를 하는 장비업체 직원들이 그 부근에 상주하게 된다. 업체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인데, 만일 지방 먼 곳에 반도체공장을 지어놓으면 거기에서 관리할 직원들을 더 뽑아야한다는 얘긴데, 그게 모두 비용 부담으로 돌아오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집약된 그 단지들도 집약돼 있어야 한다는 얘기"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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