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2.13 11:00

국립환경과학원 등에 '주민건강영향조사결과 발표' 촉구
"묵묵부답하지 말고 글로벌 기업답게 윤리경영 나서라"

글로벌에코넷 등 환경단체들이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KT&G는 집단 발암·사망 관련, 연초박 처리의혹 밝혀라"는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의 왼쪽에서 다섯번째가 송운학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상임대표이고 여섯번째가 김선홍 글로벌에코넷 상임회장이다. (사진= 원성훈 기자)
글로벌에코넷 등 환경단체들이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KT&G는 집단 발암·사망 관련, 연초박 처리의혹 밝혀라"는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의 왼쪽에서 다섯번째가 송운학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상임대표이고 여섯번째가 김선홍 글로벌에코넷 상임회장이다.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전북 익산 장점마을(일명 암 마을)은 2001년 마을 산 중턱에 비료공장이 들어선 후 불행이 찾아왔다. 45가구 80여명 주민 중 30여명이 암에 걸리고 16명이 사망했다.  지난 1월 17일 피부암과 폐암이 걸린 1명이 추가로 숨져 사망자는 총 17명으로 늘어났다.

이에따라 지난 1월 22일 환경·시민단체들은 2017년 매출 4조 6672억원, 영업이익 1조42610억원에 달하는 공룡기업 KT&G가 공급한 담뱃잎 찌꺼기 연초박을 고열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 발암물질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그 진상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환경단체들은 KT&G를 상대로 "익산 장점마을은 물론 전국 각 지역에 위탁 처리한 연초박 물량 및 성분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연초박 배출자인 KT&G가 운반자와 처리자 등과 체결한 계약서 및 사업장 폐기물 분석 결과 등을 공개하며, 연초박 수탁업체 수탁능력 확인서 등을 모두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KT&G 측은 "연초박은 식물성 성분으로 관련 법령에 따라 처리해야 하며, 법령상 기준을 갖춘 폐기물처리 업체인 금강농산(비료공장)과는 가열처리 공정 없이 퇴비로 활용할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했고, 하청이라는 표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위탁 계약'이다"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현재 관계기관에서 정밀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또 다른 해명자료에선 "위탁계약이 아니라 위탁매각"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환경·시민단체들은 "우리가 제기한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증빙자료를 하나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13일 광화문 광장에서 제2차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 단체를 대표해 KT&G 홈페이지에 공개질의서를 게재한 김선홍 글로벌에코넷 상임회장은 "지금 이 순간까지 기다렸지만, KT&G는 묵묵부답(黙黙不答)이다. 위탁계약이란 말만 하고 있지, 어떤 위탁계약인지 도대체 알 수 없다"며 "위탁업체인 금강농산(비료공장)이 법령상 기준을 갖춘 폐기물처리 업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무런 증빙자료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가열처리 공정 없이 퇴비로 활용할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는데 퇴비생산 주체가 KT&G인지, 금강농산인지도 알 수 없다"며 "일부에선 (유)금강농산에 수년 동안 위탁, 매각했다는 보도가 있다. 연초박을 위탁 처리했다면, 그것은 사업장 폐기물이고, 처리비용을 KT&G가 적격처리업체인 금강농산에 지불해야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금강농산이 적격처리업체임을 입증하라. 만약에 불용재로 매각했다면, 사업장 폐기물이 아니고, 수익창출을 위한 매출이다"라며 "도대체 연초박의 정체가 무엇인가 몹시 궁금하다. 특히, 무엇을 위탁했다는 것인지 정말로 매우 궁금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송운학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상임대표는 "지난 2017년 12월부터 주민청원으로 실시한 환경부 주민건강영향조사 결과를 지체 없이 즉각 신속하게 발표해야 한다"면서 "무엇이 두려워 머뭇거리나. 국립환경과학원과 환경안전건강연구소 등은 도대체 그 누구의 눈치를 보고 있는가"라고 질타했다. 특히 "2018년 12월로 1차 조사를 시작한지 1년이 넘었다. 1차 결과를 발표하고, 벌써 2차 주민건강영향조사에 착수해야할 때다. 아직까지도 조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등 납득할 수 없는 핑계를 댄다면, KT&G와 정부 및 연구기관 등이 무언가 투명하게 밝히기 어려운 주고 받는 유착관계에 있다는 우려만 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어쩌면, 이미 그 어떤 조사결과를 발표해도 믿기 어려운 정도로 실기했다고 추정된다"며 "만약에 납득할만한 결과를 발표하지 못한다면, 'KT&G와 주민 그리고 전문가 및 시민·환경단체' 등이 동참하는 의혹규명·진상조사위를 구성하고 다시 원점에서 철저하게 조사해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김진관 한국환경시민단체협의회 회장은 "KT&G는 자가당착에 빠져서 묵묵부답하지 말고 글로벌 기업답게 집단 발암·사망 관련 연초박 처리의혹을 정확하게 밝히고 책임지는 윤리경영기업으로 거듭 나서 미래로 함께 도약하는 기업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21녹색환경네트워크 수석상임대표 김용호, 환경과 복지를 생각하는 시민모임 김갑재 상임대표, 친환경국가 건설추진국민운동본부 이보영 상임대표, 개혁연대민생행동 공동대표 박형규, 한강사랑시민연대 이정국 사무총장, 민생·사법적폐근절행동공동대표 권영길, (사)생물다양성한국본부 배문병호 총장, (사)공정산업경제포럼, (사)광개토대제기념사업회, 글로벌 소비자 네트워크, 아라뱃길 환경문화포럼, 기업윤리경영을 위한 시민사회단체협의회 등 대표와 임원 및 국민건강권 확보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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