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9.03.24 06:00

지역 문화컨텐츠 개발은 경제활성화 첩경…특색 있는 스토리와 식문화, 캐릭터 상품 절실

이재무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디테크융합연구소 연구교수
이재무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디테크융합연구소 연구교수

[뉴스웍스=이재무 칼럼니스트] 흔히 4차 산업이라고 하면 인공지능, 가상 및 증강 현실, 드론, 로봇 등 고도의 정보통신기술과 컴퓨터, IT가 기반이 된 산업들이 먼저 떠오른다. 실제 4차 산업 영역의 대부분을 이들 첨단 산업들이 채우고 있기 때문에 잘못된 연상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적응할 시간도 없이 빠르게 발전하는 인류의 기술 진보 상태를 염두에 두면 미래 산업의 거의 모두를 첨단 산업이 주도할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렇다보니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다양한 IT 중심의 4차 산업 부문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고, 정부 역시 4차 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에 역점을 두고 4차 산업을 통한 국가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IT 중심의 4차 산업은 사람이 직접 일해야 하는 근로 환경을 사라지게 만들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인간과 같이 생긴 로봇이 24시간 일하는 위험한 공사 현장이나 생산 공장을 상상해보라. 더욱이 로봇 근로자들은 임금이나 휴식이 필요 없고 파업도 하지 않는다. 간단한 조작만으로 원하는 물품을 실시간으로 배달해주는 드론, 기사 없이도 원하는 곳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주는 인공지능 택시, 해외의 여러 관광지를 직접 갈 필요 없이 언제 어디서나 실감나게 즐길 수 있는 가상 및 증강현실 공간 등이 현실이 된다면? 잠깐만 생각해봐도 생산직 근로자, 택배나 퀵서비스, 택시운전사, 여행업 종사자들은 모두 불필요한 직업이 될 수 있다.
 
양질의 천연자원이 거의 없어 노동집약적 경제 체계를 중심으로 수출을 통해 성장한 한국의 경제 구조상 인력이 배제되는 IT 중심의 4차 산업은 특정 대기업의 이윤 창출이나 국가 전체의 경제·산업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하지만 자본과 기술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IT 중심의 4차 산업의 핵심 구동력이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고, 대기업에 축적된 자본이 일반 시민들의 경제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낙수효과론'은 무용하다는 점을 우리는 선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러면 4차 산업을 포기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4차 산업은 원론적으로 지식집약적 산업을 총칭하며, 그래서 문화콘텐츠 산업 역시 4차 산업으로 분류된다. 문화콘텐츠는 인간의 개별적 감수성과 직결되는 생산품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설령 사람과 똑같은 정서적 기능을 하더라도 인력이 지대하게 활용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산업 분야다. 또한 문화는 국가나 사회, 심지어 작은 단위의 집단까지 똑같을 수 없기에 산업을 구성할 상품의 다양성 역시 무궁무진하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더 많은 신경을 기울여야 할 4차 산업 부문은 바로 이 문화콘텐츠 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한국 문화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적 시도와 노력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우선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지역마다 차별화되고 재미있는 문화적 정보가 수집되어야 하고 자료가 체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일제 강점기 때 많은 우리의 전통과 설화, 지역문화 등이 소실되거나 파괴됐다. 지금이라도 이를 복원하고 새롭게 정립하는데 재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수집된 지역 문화 정보와 자료는 지역의 특색을 반영하는 캐릭터 개발이나 지역 문화콘텐츠 전반의 기조를 결정할 기준으로 사용된다. 이 과정을 진행하면서 지역마다 겹치거나 차별화되지 않는 내용들이 조정될 수 있도록 광역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와 협의가 필요하며 반드시 객관적으로 조정돼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문화 관련 사업 중 가장 큰 문제가 다른 지역에서 성공한 사례가 발견되면 벤치마킹이라는 명목으로 무조건 따라하는 행태다. 성공한 사업만 반복되어 여기저기서 개최되다보니 관람객들은 싫증을 느끼고 다시 찾지 않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또한 음식 역시 푸드 트럭에서 똑같은 간식거리만 팔 것이 아니라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고유의 음식이 주를 이루는 지역음식문화표준을 마련해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특색 있는 식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각 지역마다 특색 있는 스토리와 문화콘텐츠, 식문화, 캐릭터 상품 등이 활성화된다면 여행과 소비가 진작되고 지역경제가 개선되어 국가 경제 성장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문화콘텐츠 개발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일본의 한 사례를 소개하며 줄일까 한다. 일본 쿠마모토 현의 대표적 지역캐릭터인 '볼이 빨간 검은 곰'은 그 지역 특산브랜드로 1조원이 넘는 경제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쿠마모토 현의 많은 주민들은 그 곰 캐릭터를 공동으로 활용해 자신들의 가게를 홍보하거나 제품에 응용하여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상상의 스토리라인을 구축하여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즉, 지역 문화콘텐츠 개발이야말로 경제 활성화의 첩경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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