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9.05.04 07:30
지난 1980년 티벳에서 발견된 데니소반의 아래턱뼈. 최근 분석결과 고대 인류인 데니소반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제공=BBC>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과학자들이 데니소반으로 불리는 고대 인류가 티벳의 높은 고원에서 살았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이 고대 인류가 현대인들로 하여금 높은 고도에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전자를 물려준 것 같다. 오늘날의 셰르파, 티벳인들은 특별한 유전자 변형을 가지고 있는데, 아마도 호모 사피엔스가 수천 년 전에 데니소반인들과 섞였을 때 획득되었을 것이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고 영국 BBC가 4일 보도했다. 

데니소반은 현대 인류가 수만 년 전 세계로 확장되기 전에 아시아에서 살았던 신비한 고대 인류다.  

현재까지 발견된 화석은 시베리아에 있는 한 유적지인 데니소바 동굴에서 나온 몇 개의 뼈와 치아 조각이 전부다. 이들은 DNA 분석 결과 인간과의 뚜렷하게 구별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번에 다른 지역에서 최초의 데니소반 화석을 확인했다.

해발 3280미터에 있는 바이시야 카르스트 동굴이 있는 장라강 계곡의 가을 풍경. <사진제공=BBC>

1980년 티베트 고원에서 3280m 높이의 바이시야 카르스트 동굴에서 발견된 아래턱뼈가 데니소반인 것을 확인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화석에 보존된 DNA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어금니 중 하나에서 단백질을 추출하는데 성공했다. 분석 결과 아래턱뼈의 주인공인 16만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동저자인 장 자크 허블린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박사는 "이렇게 높은 고도에서 고대 인류가 살고 있다는 증거가 발견된 것은 무척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고대 인류는 극단적인 환경에서 살 수 있는 능력에 한계가 있었다. 유럽에서는 수 많은 네안데르탈인 사이트가 발견돼 지난 1세기 반 동안 연구돼 왔다. 하지만 이들의 뼈가 발견 된 곳은 고도는 최고 2000m를 넘지 않는다.

자크 박사는 "높은 지역은 여름에 네안데르탈인들이 다녔던 장소로 특별한 사냥을 위해서였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티베트 고원에서 발견된 데니소반에 대해 그는 "티베트 고원에는 이들이 가끔 오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그 곳에 살 수 있는 만큼의 충분한 자원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발견은 시베리아 고원지대보다 훨씬 낮은 해발 700미터에 있는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유골이 높은 고도에서 저산소증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 변형을 가지고 있었는지 설명해 준다.

유전자 변형은 긍정적인 자연 선택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공동저자인 프리도 웰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교수는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살기 위해서는 적은 산소를 호흡하는데 도움이 되는 돌연변이가 자연 선택에 의해 유지될 수 있다"라며 "그리고 이번 발견으로 돌연변이가 어떻게 오늘날의 티베트인들에게 옮겨왔는지를 설명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인류의 이동 경로. 16만년전 데니소반이 시베리아 고원에서 발견됐다. <사진제공=데일리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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