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5.28 10:25

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윤성상 교수

세계다발성경화증협회가 마련한 '2019 World MS Day' 캠페인.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증상을 극복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세계다발성경화증협회가 마련한 '2019 World MS Day' 캠페인.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증상을 극복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증상이 뇌졸중과 유사해 ‘서양풍’으로 불리는 질환이 있다. 이른바 다발성경화증((Multipl Sclerosis, MS)이다. 서양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뜻인데 실제로도 발병률에 큰 차이가 있다. MS환자는 백인의 발병율이 동양인보다 높다. 전 세계적으로 250만명의 환자가 있지만 국내에는 2000명 정도가 이 질환으로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5월 29일은 ‘세계 다발성경화증의 날’이다. 2009년 다발성경화증 국제협회(Multiple Sclerosis International Federation)가 5월 마지막주 수요일을 다발성경화증의 날로 제정했다. 매년 환자들이 한 마음이 돼 행사를 하는 것은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서로 나누고, 평생관리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데 의의가 있다.

다발성경화증은 뇌·척수와 같은 중추신경계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세포가 중추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수초(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섬유조직)를 공격한다. 이처럼 수초가 망가지면 뇌에서부터 전신으로 퍼지는 신경자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온몸의 기능 마비와 신경통증을 유발한다.

증상은 중추신경계의 어느 부위가 공격을 받는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예컨대 뇌와 시신경을 침범하면 운동마비 또는 언어장애를, 척수를 침범하면 운동마비와 감각이상을, 심지어 배변 및 배뇨장애로도 나타난다. 국내를 비롯한 동양에선 눈과 척추에 주로 발병하는 특성을 있다. 이때는 시신경척수염과 감별이 필요하다. ‘다발성’이라는 진단명이 붙으려면 최소 두 곳 이상의 부위에서 증상이나 병변이 나타나야 한다.

가장 흔한 증상은 시력저하와 우울증, 마비, 피로감이다. 시력이 떨어지는 것은 시각을 인지하는 감각신경에 염증이 생겨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환자의 약 25%가 경험하며, 통증과 함께 시력장애로 이어진다. 우울증은 환자의 약 50%가, 피로감은 90% 이상이 호소한다.

사지 마비로 인한 보행장애도 흔한 증상이다. 처음에는 지팡이를 짚다 휠체어를 타고, 심해지면 침대생활을 할 정도로 악화되기도 한다.

다발성 경화증이 진행되는 양상은 다음과 같이 크게 4가지로 나뉜다.

①임상독립증후군(한 번 증상이 나타난 뒤 다음 재발 전까지 상태를 지칭)

②재발완화반복형(증상이 좋아졌다 악화됐다를 반복)

③일차진행형(첫 증상 발현 뒤 계속 악화되는 것)

④이차진행형(첫 증상 이후 재발완화가 반복되다가 어느 순간부터 계속 악화)

치료는 급성기 재발 방지, 만성기 재발 예방, 증상 완화와 같이 환자에 따라 맞춤식으로 접근한다. 신경과적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초기부터 재발을 억제하며,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다행히 이 분야의 신약 연구가 활발해 재발을 줄여주거나, 증상을 완화시키고 신경을 보호해주는 새로운 약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질환을 극복하고자 하는 환자의 의지다. 2001년 국내에서도 한국다발성경화증 환우회가 만들어져 서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힘들 때 서로 붙들어주고, 희망을 함께 나누다보면 곧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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