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5.28 15:44

한국당, 정부 여당 언론인의 '3각 카르텔'…문재인 정권판 '내부자들'
오신환 "대통령 최측근이 가이드라인 치고 동문서답 내놔"
이혜훈 "최순실은 고위공직자라서 국민들이 쫓아냈나"
평화당 "양정철은 문 정부 향한 충성 지키고 싶다면 말과 행동 절제하라"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 (사진= 원성훈 기자)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문재인의 남자'로 불리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21일 서울 강남의 한 한정식 집에서 비밀회동을 한 것이 알려지자 야당은 28일 이들에게 일제히 비난의 화살을 쏟아부었다. 이들은 1인당 8만8000원 짜리 코스요리를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은 '영화 내부자들'에 빗대어 정부 여당 언론인의 '3각 카르텔'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맹공을 펼쳤고,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와 이혜훈 의원도 나서서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이에 더해 민주평화당까지 가세해 양 연구원장의 처신이 적절치 못했다고 꼬집었다.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부적절한 서-양 만남, 서훈 원장 해임 및 양정철 원장 사퇴는 물론이고 이 사안에 대해 청와대는 입장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이어 "어두운 저녁, 은밀한 만남이 카메라에 잡혔다. 술을 곁들인 비싼 코스 요리가 들어갔고, 이들의 화기애애했던 만남은 이례적으로 4시간이나 이어졌다"며 "유명 연예인의 비밀 연애를 포착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가기밀을 다루는 조직의 수장과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할 대통령 복심의 만남이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그리고 이 자리에 언론인까지 함께 했다. 이들이 이토록 비밀스럽게 숨죽여가며 만나야 할 사이라면 이들의 만남이 '부적절한 만남'이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메스를 가했다.

특히 "가히 문재인 정권판 '내부자들'이라고 할 만하다"며 "다른 것은 백번 양보해도, 명색이 국정원장이란 사람이 몰래, 그것도 이른바 삼엄한 감시 속에 여권 실세와 식사를 하다가 카메라에 잡힌 것은 세계적으로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힐난했다.

민 대변인은 양 연구원장을 정조준 해 "대통령의 남자는 '기자정신과 파파라치 황색 저널리즘은 다르다', '적당히 하면 좋겠다'고 하면서 오히려 미행을 당했다며 적반하장식으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대통령의 남자와 함께 한 언론인은 정말 기자정신이 살아있는 '참언론인'인지 어느 매체, 누구인지 떳떳하게 밝히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아울러 "총선 승리에 목을 매는 정부와 여당의 은밀한 접촉, 그리고 이를 비호하는 언론인과의 만남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이 '관권선거'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자유한국당은 이 '내부자들'의 주인공들이 그날 저녁 왜 만났는지, 무슨 대화가 오고 갔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민들께 낱낱이 고하겠다"고 별렀다.

민 대변인이 원용한 '영화, 내부자들'은, 지난 2015년에 개봉돼 총 관객수 700만 명을 넘긴 히트작이다. 유력 대통령 후보자와 재벌 회장 및 유력 언론사 논설주간 간의 정치적 카르텔이 어떻게 형성되어졌고 어떻게 몰락해가는지에 대한 과정을 픽션과 논픽션을 적절히 섞어서 내놓은 흥행성 정치영화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내 정치 관여를 제1적폐로 몰아붙이며 본연의 기능 마비시키려했던 정권"이라며 "여당 실세와 대놓고 국정원장이 선거 개입하겠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양정철 원장은 유리할 때는 여당의 싱크탱크 수장 자격을 내세우고, 불리하면 민간인 흉내를 낸다"며 "도대체 무슨 대화를 나눴을까 여러 가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첫째는 여당 내 공천 추천자 정보 수집, 둘째는 야당 죽이기 위한 정보수집, 셋째는 선거 앞두고 대북 정보 및 대내 정보의 수집 중인 국정원을 통해 새로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모의하려는 시도 이런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양 연구원장에 대한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국정원장을 비롯한 여권 전체가 이 사안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몹시 오만불손하며, 국민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지금 서훈 국정원장은 마치 자신과 아무 관련도 없는 일인 것처럼 일언반구도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그 대신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여권의 브레인답게 양정철 원장이 나서서 마치 가이드라인을 치듯이 '사적인 만남이었으며 동석자도 있었다' 그리고 동문서답을 내놓고 있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같은 당의 이혜훈 의원도 거들었다. "최순실 씨가 고위공직자라서 모든 국민이 그 사람의 행적에 관심을 갖고 쫓았나"라며 "양정철 원장은 '나는 고위공직자도 아닌데 왜 파파라치처럼 나를 쫓느냐'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최순실 씨에게 국민들의 관심이 쏟아졌던 이유는 고위공직자도 아닌 사람이 국정운영에 고위공직자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선실세였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해서 "양정철 원장도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이 정권의 비선실세"라며 "당연히 그런 사람에게 국민의 관심이 쏟아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 합리적인 의심과 당연한 일들을 깔아뭉개는 상상초월의 오만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심판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전날 평화당의 홍성문 대변인은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차단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자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로부터 배운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양정철 연구원장도 문재인 정부를 향한 충성심이라도 온전히 지키고 싶다면 적어도 구설수에 오르지 않도록 말과 행동을 절제하라"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정원장 또한 국회 정보위에 즉각 출석해 대화 내용을 공개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주어진 국가 안보에만 집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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