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무의 정문일침] 누구나 알 수 있어야 '신상공개'
[이재무의 정문일침] 누구나 알 수 있어야 '신상공개'
  • 이재무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6.0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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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 강 모 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 씨가 얼굴이 드러나지 않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출처= SBS방송 캡처)
전 남편 강 모 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 씨가 얼굴이 드러나지 않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출처= SBS방송 캡처)

전 남편을 무참하게 살해하고 시체마저 바다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 수감된 가해자 고유정에 대해 신상공개가 결정됐다. 신상공개는 2010년 법 규정이 정비됐으며, 범행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강력 사건인 경우, 범죄를 소명할 충분한 증거가 있는 경우,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는 경우, 마지막으로 피의자가 청소년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에 한해 가해자의 성명과 얼굴, 기타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조처이다.

그런데 법 규정에 따라 결정된 정당한 신상공개임에도 정작 당사자인 고유정이 머리를 길게 풀어 얼굴을 숙이거나 손으로 가림으로써 얼굴이 제대로 노출되지 않아 신상공개의 의미가 무색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다양한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는데, 대다수의 여론은 반성하는 기미도 없이 법 규정을 지키기 않는 고유정의 태도에 분노를 표하고 있으며, 경찰이 고유정의 잘못된 행동을 강제하지 않는 것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대 입장도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 논리가 형법 상 제1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법원판결 이전에 특정인 신상 공개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고유정이 범행 동기와 같은 중요한 진술을 앞두고 있어 피의자를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과 신상공개가 범죄를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다면 모를까 관련된 어떠한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신상공개는 망신주기 이외에 의미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일견 타당한 주장이지만 설령 망신주기에 그치더라도 신상공개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고, 가능한 많은 사안에서 이루어져야 할 합리적 조치라고 판단된다. 모든 사건에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고유정의 살인사건과 같이 증거가 명백해 사실상 가해자임이 자명하고 유무죄의 법리 다툼이 아닌 처벌의 수위를 정하는 절차만 남은 경우 범죄에 대한 경각심 제고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신상공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신상공개가 필요한 것은 범죄로 고통 받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인권을 가장 우선해야 할 당위성 때문이다.

요즘 들어 가해자들의 인권을 핑계 삼는 일부 언론이나 시민단체들의 태도가 걸핏하면 눈에 띄는데 일반 국민 입장에서 정말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의 인식에 죽음만큼 아니 죽음보다 더 끔찍한 고통을 겪어야 하는 피해자와 그들 가족들의 인권은 없는 것인가.

인권은 인간의 권리이며, 고의적 살인과 같은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이미 인간임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가해자의 인권을 운운한다면 일반 국민들은 대체 어떻게 국가와 사회정의를 믿으며 살아갈 수 있겠는가. 법은 사적 복수를 금지시키는 대신 피해자들의 보복 정서를 충족시켜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신상공개는 그러한 기능을 함의하는 조치 중 가장 가벼운 조치일 뿐이다.

따라서 이번 고유정 사건을 비롯해 향후 강력 범죄의 가해자들에 대한 신상공개는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신상공개는 누가 보더라도 그 사람을 알 수 있어야 진정한 신상공개이기에 신상공개가 결정되었다면 경찰은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원래의 취지가 달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 잠재적 범죄자들에 대해 경각심을 야기하고, 사회 정의를 요구하는 국민 정서에 부응해야만 할 것이다.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 이재무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 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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