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7.01 11:47

고려대의대 안암병원 신경과 이찬녕 교수

"치매가 두려우세요? 그렇다면 운동을 시작하시죠."

고령사회를 맞아 치매를 걱정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나이가 들면 건강도 우려되지만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는 치매는 사실 걱정을 넘어 두려움마저 든다. 그렇다면 의학적으로 치매를 예방하거나 늦추는 방법은 없을까. 다행히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를 소홀히 해서 실천을 하지 않을 뿐이다.

우선 치매가 무엇인지 들여다 보자.

치매는 ‘질병’이 아니다. 뇌에 병이 생겨서 나타나는 ‘증상’일 뿐이다. 생각의 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치매를 유발하는 요인은 수 십여 가지지만 발생 비율로 보면 크게 세 가지다. 다름아닌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레비소체 치매다. 이외에도 뇌세포가 빨리 소실되는 파킨슨병이나 뇌실이 늘어나 나타나는 정상압뇌수두증, 만성알콜중독환자에서도 치매가 나타날 수 있다.

전체 치매환자의 70~8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비정상 단백질이 뇌에 축적돼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이다. 알츠하이머 치매가 크게 증가하는 것은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인구가 급증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 되는 비정상 단백질은 ‘아밀로이드 베타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이다. 이러한 이상물질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뇌에 축적돼 뇌세포가 살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뇌세포 간의 연결회로를 차단한다. 처음에는 기억력이 저하되고 진행에 따라 판단능력과 언어능력 등 다른 인지기능까지 손상된다. 뇌세포의 연결회로가 50~60% 이상 끊어지면 기억을 못하거나 언어능력이 감퇴하는 심각한 증상이 나타난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치매 증상, 즉 단백질의 뇌 침착이 서서히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때 쌓이는 단백질을 잘 배출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어떨까.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운동’이다. 운동은 사람을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뇌를 강화해준다. 실제로 운동을 하면 신경이 자라나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물질이 분비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운동을 하면 뇌의 혈액 순환이 활발해져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배출에도 도움이 된다.

다음은 뇌세포의 연결성을 강화해 치매가 나타나는 시점을 뒤로 미루는 것이다.

그것이 뇌세포 간 연결성 강화를 위한 ‘뇌운동’이다. 노년기 치매의 배경에는 사람과 만나 이야기하며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현저히 주는 것도 한 요인이다. 뇌는 자주 쓰면 쓸수록 예비능력이 커진다. 따라서 나이가 늘어갈 수록 많은 사람을 만나고, 생각하고, 활동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치매 예방법이다.

생각을 하지 않고는 상대방과 대화를 할 수 없다. 시시각각 반응을 보여야 하고,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순발력 있게 대처해야 한다. 이는 TV를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뇌의 활동을 요구한다.

새로운 학문 또는 언어를 배우면서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뇌활동을 촉진시킨다. 반복학습과 암기는 뇌의 기억력을 향상시킨다. 실제 늘 새로운 길을 찾아가야 하는 운전기사의 뇌부피가 크다는 논문이 이를 뒷받침 한다.

이것이 나이가 들어서도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 하는 이유다. ‘오지랖이 넓다’는 것은 흉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할 삶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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