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8.06 11:28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박종웅 교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찬물에 손을 넣었더니 바늘로 손톱 밑을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면?

이런 증상이 있을 때 눈으로 볼 수 없으니 자칫 꾀병으로 오인받기도 한다. 환자는 답답하기만 하다. 스치기만 해도 손끝이 아리지만 조금 지나면 통증이 사라져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름도 생소한 ‘사구체종양’을 앓고 있는 주부들이 많다. 물론 개중에는 남성환자도 있지만 대부분 여성에서 발생한다.

화살표 방향에 사구체종양이 보인다.

사구(絲球)란 실처럼 생긴 공모양을 말한다. 따라서 사구체종양은 모세혈관이 털 뭉치처럼 얽힌 사구체 모양의 양성 종양이란 뜻이다. 사구체종양은 손에 생기는 종양의 약 1%를 차지하는 드문 종양이다.

사구체는 원래 피부의 정상조직으로 혈관 덩어리다. 피부 아래에 위치하면서 체온조절을 돕는 기능을 한다. 이 사구체가 비대해지면서 사구체종양이 된다. 보통 5㎜~1㎝ 미만의 작은 자줏빛을 띄는 종괴다.

종양은 손톱이나 발톱 아래에서 주로 발생한다. 그러다보니 찬물에 닿았을 때 손톱 부근의 통증이 극심하다. 또 해당 부위를 누를 때나 스칠 때, 심한 경우엔 겨울 찬바람에도 욱신거리며 통증을 느낀다.

종종 종양 부위의 손·발톱이 갈라지거나 변색이 되기도 하지만, 육안으로는 쉽게 확인할 수 없다. 심지어 종양 크기가 작아 초음파 검사로도 발견하지 못하기도 한다. 가장 정확한 진단은 조영증강 MRI 촬영이다. 종양 발생 후 오랜기간 치료가 지연되면 수지골 함몰이 동반될 수 있다.

사구체종양 치료는 종양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 사구체종양은 보통 손톱 밑과 뼈 사이에 위치하기 때문에 수술 시 일반적으로 손톱을 들고 종양을 제거한다. 수술 시간은 약 30분 내외이다.

자가진단도 할 수 있다. 볼펜 끝으로 손톱뿌리 부분이나 손톱 주변을 누를 때 눈물이 날 정도의 통증이 있으면 사구체종양을 의심한다.

문제는 어느 분야의 전문의를 찾아가야 하는지 헷갈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럴 땐 정형외과에서도 수부외과를 전공한 전문의를 찾아야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정밀한 진단은 물론 사구체종양 절제술 시 손톱을 절개하지 않고 제거할 수 있게 됐다. 수술 후 손톱이 갈라지는 기형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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