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9.04 05:55

고려대의대 안암병원 신경과 김정빈 교수

김정빈 교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문장이 떠오르는 질환이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이다.

통증이 있거나 생명을 위협하지 않으니 딱히 질환이라고 하기에도 그렇다. 하지만 당사자는 왠지 기분이 언짢고, 불쾌하다. 게다가 숙면까지 방해를 받으니 괴롭다는 표현도 그리 과장된 것만은 아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참을 수 없는 충동을 느끼는 질환이다.

문제는 주로 저녁이나 잠들기 전에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다리를 움찔거리다보면 나는 물론 옆사람까지 수면을 방해한다. 때론 일어나서 걸어도 보고, 다리를 털어보기도 하면 조금 나아진 듯싶다가도 다시 반복한다.

증상 표현을 해보라고 하면 ‘다리가 저리다’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다’ ‘근질근질하거나 쿡쿡 쑤신다’ ‘약한 전류가 흐르는 느낌이 든다’는 등 다양하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인구의 10~15%가 경험할 정도로 흔한 질병이다. 하지만 낮이면 멀쩡해서 그냥 단순불면증이나 혈액순환장애 정도로 생각해 방치한다. 다른 질환이 있는 사람은 손발저림 또는 당뇨성 말초신경병증 등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어쨋든 하지불안증후군은 질환에 속한다. 미국국립보건원은 다음 4가지 기준으로 하지불안증후군을 판단한다.

①다리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 어쩔 수 없이 다리를 움직이려고 한다. ②누워 있거나 앉아 있을 때 증상이 나타난다. ③걷거나 스트레칭을 하면 증상이 완화된다. ④저녁이나 밤 시간에 증상이 심해진다.

원인은 대부분 뚜렷하지 않은 일차성이다. 이차성의 원인으로는 철분 부족이 가장 흔하다. 또 당뇨병, 신장병, 알코올중독, 심한 다이어트, 파킨슨병, 말초신경병증 등도 원인제공자들이다.

따라서 치료를 위해서는 먼저 유전성인지 아니면 특정 질병에 의한 이차성인지를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단 결과에 따라 철분을 보충하거나 도파민 등 약물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생활습관부터 바꿀 것을 권한다. 특히 혈액을 만드는 단백질, 그리고 철분 흡수를 돕는 비타민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고, 무리한 다이어트는 금해 보자.

무엇보다 가벼운 질환이라도 정확한 진단을 받아 조기치료하는 것이 질환을 대하는 태도라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 좋겠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