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10.02 14:23

김중로 "국방부는 국방태세 완벽하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 돼 있나"
신범철 "북한, 미국의 양보 얻어내기 위해 미사일 테스트 해보는 것"
우정민 "北 '사실상의 핵보유국' 넘어 세계 6번째 핵강국 반열에 오를 우려 커"

(자료출처= 국방과학연구소)
(자료출처=국방과학연구소)

[뉴스웍스=원성훈·전현건 기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일 "북한이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 1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가운데 5일 열릴 예정인 북미 비핵화 협상에 어떤 변수로 작용하게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 장관은 이날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북극성 계열로 보고 현재 분석하고 있다"며 "북한이 2016년과 2017년도에 북극성-1과 북극성-2를 발사한 사례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과 유사한 계열로 보고 있고, 제원 특성이 비슷하다고 판단해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은 잠수함이 수중에서 움직이면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이다. 잠수함이 바다속에서 움직여 기습적으로 SLBM을 발사하면 이를 방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적잖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극성 계열 미사일은 김정은 시대에 개발이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그 동안 한 번도 공개 발사하지 않은 '북극성-3형'일 가능성이 적잖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지난 2017년 8월 신형 SLBM으로 추정되는 '수중전략탄도탄 북극성-3' 개발 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북극성은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콜드런치' 기술을 채택했다. 콜드런치 기술이란 발사관에 내장된 가스 발생기를 사용해 미사일을 일정 높이 이상으로 쏘아올린 후 공중에서 추진기관을 점화해 비행시키는 방식이다. 미사일이 발사관 내에서 점화된 후 발사되는 '핫 런치' 방식에 비해 화염으로 인한 발사체의 손상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일정 고도 이상 올라가 점화하기 때문에 발사 위치의 은폐에도 유리해 잠수함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국방·외교안보 전문가인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은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한 두번이 아니고 이미 익숙한 풍경이 된지 오래지만, 수중에 있는 잠수함에서 쏘아 올리는 SLBM은 단거리 탄도미사일과는 다른 의미가 있다"라면서 "아마 이번에 쏘아올린 것은 SLBM인지 아닌지는 국방부가 확실하게 답변을 하지 않고 있지만, 사거리가 4000㎞인 것으로 알고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과 일본은 확실하게 북한이 겨냥하는 사거리에 포함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정보도 우리나라가 일본에 요청을 해서 그나마 알게된 것 같다"라며 "지소미아는 종료해 놓고 일본에다가 북한 관련 미사일 정보는 왜 요청하느냐, 일관성이 있으려면 정보요청도 말아야지"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지난 8월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했지만 협정 자체는 11월 22일까지 유효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유사시 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이 미국 본토 앞바다까지 몰래 다가가서 근거리에서 미 본토를 공격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의 SLBM이 '게임 체인저'의 의미를 지녔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체인저는 국방 분야에선 기존의 국방력 판도를 뒤바꿀만한 신무기 등을 주로 지칭한다.

김 의원은 "그렇잖아도 내가 북한이 이렇게 미사일을 쏴대고 하는 것은 지난 9.19 남북군사협정에 위배되는 행위 아니냐고 물으면, 국방부는 아니라고 애써 부인하고 있다"며 "국방부에선 우리의 국방태세는 완벽하다면서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은 하는데, 도대체 구체적으로 우리가 어떤 식으로 어떻게 준비됐으니 걱정말라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외교·안보 전문가인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 센터장도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미북 실무협상을 앞두고 화전 양면전술을 전개하고 있다"라며 "미국의 양보를 확실히 얻어내기 위해 미사일을 테스트 해보는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이어 "미북 실무협상에 나오면 (북한 측) 자신들이 확실히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고 볼 것"이라면서 "미국이 실무협상을 거절하면 책임을 미국에 돌리겠지만, 연말이 지나면 ICBM을 쏘며 트럼프 행정부를 괴롭힐 것이므로 미국의 입장이 곤란해질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외교·안보 전문가인 우정민 바른미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SLBM은 비핵화 교착국면에서 또 다른 반비핵화로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수단이 될수 있다"며 "탄두소형화 개발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아닌 세계 6번째 핵강국 반열에 오를 우려가 크다"고 예측했다.

이어 "미국의 선택은 핵보유국으로 묵인을 하거나 선제공격론이 단지 옵션이 아닌 실제 제한적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한국을 비롯한 일본 타이완 등은 핵도미노 우려와 이에 따른 전략적 대응으로 핵무장론이 다시 재발될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완전 비핵화 조건은 북한의 SLBM 개발을 미래 핵통제 차원에서도 반드시 북한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이행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단언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