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훈의 촌철살인] 국민과의 대화는 '67세 동갑' 배철수의 '마이너리티 리포트'였나
[원성훈의 촌철살인] 국민과의 대화는 '67세 동갑' 배철수의 '마이너리티 리포트'였나
  • 원성훈 기자
  • 승인 2019.11.2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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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훈 기자.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국민과의 대화'는 지난 19일 오후 8시부터 100분 동안 MBC미디어센터에서 진행됐다. 청와대는 애초 방송 예고 단계때부터 '사전 각본 없이 진행되는 방송'이라고 강조해왔다.

가수 출신의 방송인인 배철수 씨가 진행하고 성별·지역·연령대 등을 안배한 300명의 국민과의 타운 홀 미팅이라는 자연스러운 대화를 기획했겠지만, 이 장면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는 과연 '사전 각본 없이 진행된 방송'이었는가에 대해 의문 부호가 찍힌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가수 겸 MC인 배철수 씨의 진행이 과연 적절한 방식이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다.

이른바 '국민패널'의 선정과정을 보면, MBC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를 신청한 1만 6000여명 중에서 300명을 성별·지역·연령대 등을 안배해 선정했다고 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MBC가 구성해놓은 온라인 참여 신청 양식을 보면 '대통령에게 직접 하고 싶은 질문'과 '대통령께 바라는 점'이라는 항목을 기재하도록 한데다가 나중에는 사전 전화면접까지 거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300명이 뽑혔다면, 선발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불편해 할 만한 내용의 질문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과 '질문 내용'은 미리 걸러냈을 확률이 적잖아 보인다. '사전 각본 없이 진행되는 방송'이라는 청와대의 예고가 허언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진행자의 문제다. 물론, 예능인도 '대통령과 국민과의 대화'의 진행을 맡을 수는 있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라, 대통령의 공식적인 정견을 국민께 밝히는 자리라는 성격을 감안한다면, 당연히 진행자는 기자이거나 공영방송의 아나운서 정도가 적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런 자리에서 다뤄질 현안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총망라한 전방위적 주제가 될 것이기에 가수나 MC보다는 이런 분야에 좀더 전문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인사가 진행을 맡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자리를 마련한 청와대의 '기획의도'에는 정공법이 아닌 '예능화' 된 편안한 자리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청와대가 문 대통령과 동갑인 배철수 씨를 진행자로 등장시킴으로써 '대통령의 심리적인 편안함'을 배가시키려는 세심한 배려를 했을 수도 있겠다. 문 대통령과 배철수 씨는 1953년에 태어났다. '국민에 의해 깨지고 부숴지더라도 다시 세울 방책을 마련하기 위한 국민과의 대화'가 아닌 '동네 형님같은 친근한 이미지의 대통령'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이런 자리를 마련한 기획의도였다면 말이다.

아울러, 정통 언론인을 상대로 국민과의 진솔한 대화를 할 용기가 애초부터 문 대통령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지 않았다면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

이는 청와대가 그동안 실제로 기자들을 상대로하는 정공법을 취해 봤지만, '손해만 봤다'는 인식의 발로일 수도 있겠다. 대통령으로서는 앞서 지난 1월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예령 경기방송 기자가 "경제현실과 여론이 냉담한데도 대통령이 경제기조를 바꾸지 않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거냐"라는 돌직구 질문이 몹시 부담스러웠던 듯하다.

이후, 청와대는 기자들을 상대로 한 타운홀 미팅 생방송 형식에 대한 반성을 통해 여러 기자가 아닌, '정제되고 정적인 형태에서의 1대1 기자회견 형태'를 기획해 실행했다. 대통령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두고 열린 지난 5월 9일 KBS특집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는 당시 송현정 정치전문기자와 1대1 형식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이 역시 국민을 대신해 국민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한 송현정 기자의 예리한 질문을 받고서는 문 대통령이 곤혹스러웠던 듯하다.

그래서 청와대가 선택한 방식이 지난 19일의 '가수 겸 MC가 진행하는 300인 초청 방식'의 국민과의 대화였을 수 있다.

이런 흐름을 놓고 정치원로의 쓴소리가 인상적이었다. 5선 국회의원 출신인 박찬종 변호사는 19일 BBS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MBC가 밝힌 걸 보니 참가자가 300명인데, SNS로 미리 신청받고 사전 인터뷰까지 다했다"며 "특히, 주로 대통령 신상에 관계된 것을 물어봐 달라는 식으로 거꾸로 쭉 인터뷰를 했는데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질타했다.

실제로, '대통령의 신상'에 관한 질문이 주된 질문이 될 경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등과 관련해 국민들이 대통령으로부터 반드시 듣고자하는 민감한 문제들에 대한 질문이 배제되거나 축소될 확률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놓고 보니, 문재인 대통령과 '국민'과의 대화를 보면서, 짐 캐리 주연의 '트루먼 쇼'와 톰 크루즈 주연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2편의 영화와 이재명 경기지사 부부가 출연했던 '동상이몽2, 너는 내 운명'이라는 1편의 예능 프로그램이 오버랩 됐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정해진 무대에서 철저히 짜여진 각본에 의해 진행되는 쇼'와 '예측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미리 막아보겠다는 예방식 사고(思考)' 및 '고위 정치인의 소탈하고 평범한 모습의 표출로 인한 이미지 제고'가 읽혀졌기 때문인 듯 하다.

또한, 이 시점에서 지난 19일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의 논평도 새삼스런 울림으로 다가온다. 김 대변인은 "알맹이 빠진 대통령 홍보방송, 예상대로다"라며 "통상적인 질문, 듣기좋은 대답, 원론적인 얘기, 자화자찬에 남 탓. 소름돋을 정도로 형편없었던 '국민과의 대화'는 누구를 위한 방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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