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12.05 05:45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안정태 교수

발을 보면 조물주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크고 작은 뼈들과 이들을 이어주는 인대와 건, 그리고 미세한 근육의 협업 없이는 걷기는커녕 서 있을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족저근막'이라는 얇고 질긴 막이다. 족저란 발바닥의 아치 부위를 말한다. 이곳에 근막이 있어 마치 스프링이 달린 것처럼 발바닥이 몸무게의 충격을 흡수해주면서 가볍게 앞으로 걸어가도록 도와준다. 족저근막염은 바로 이 근막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족저근막염 환자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자료를 찾아보니 족저근막염(의학용어로 발바닥근막성 섬유종증)이 최근 5년 사이에 4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26만명 가까이 족저근막이 망가져 진료를 받았다.

나이대를 보면 20대가 9%, 30대 16%, 40대 22%, 50대에선 26%로 증가하다가 60대에 이르러 15%로 감소하고 있다.

근막도 뼈나 피부와 마찬가지로 퇴행과정을 겪는다. 옷이 낡듯 근막이 낡으면 작은 충격에도 찢어지고 이 부위에 염증이 생긴다. 특히 처음에는 족저근막이 미세하게 파열됐다가 회복되는 과정이 반복되다 만성염증이 생기고 이것이 석회화돼 걸을 때마다 통증을 유발한다.

50대에 환자가 늘었다가 60대부터 감소하는 것은 신체활동량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족저근막이 약해지는데 발을 사용하는 활동량은 줄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나타난 사회현상이다.

또 다른 원인은 신발에 있다. 발바닥의 아치부위를 받쳐주지 못한다거나, 신발의 쿠션기능이 떨어지면 당연히 족저근막에 무리가 갈 수 있어서다.

족저근막염에 걸리면 대부분 뒤꿈치 중앙부 혹은 약간 안쪽에서 통증을 느낀다. 걷기 시작할 때 통증이 심한 특징이 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 발바닥을 디딜 때 고통이 가장 심한데 이는 수면 중에 근막이 수축했다가 아침이 되면 다시 갈라지고 벌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바닥 아치 중앙부가 주로 아프거나, 걷고 나서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 또 가만히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에도 발바닥이 아프다면 다른 원인을 찾아보는 확인과정이 필요하다. 중년 여성은 종골(발뒤꿈치)의 피로골절과 오인할 수 있고, 발바닥 지방패드(스폰지 역할을 하는 지방조직) 위축증과 혼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족저근막염은 일반적으로 보존치료부터 시작한다. 증상이 경미하면 신발을 바꿔 신거나 발을 ‘혹사’ 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수축된 근막을 늘려주는 스트레칭이 무엇보다 효과가 좋다.

체외충격파 치료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결석환자에게 사용하는 충격파 장비를 발에 이용해 석회화된 만성염증을 치료하는 것이다. 보통 3회 정도 시술을 하면 서서히 증상이 개선된다. 여기서도 호전이 안된다면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거나 수술을 권하기도 한다. 주사치료는 족저근막 파열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정형외과 전문의와 상의해 결정한다.

증상이 재발하는 사람은 뒤꿈치 충격을 줄이는 깔창을 깔거나 보조기를 착용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족압의 분포나 걸음걸이 습관 등을 파악해야 하는 등 발 전문의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은 족저근막염을 강화하는 발 스트레칭.

‣ 벽 앞에 서서 아픈 발을 뒤로 뺀 상태에서 발바닥 전체를 방바닥에 붙인다. 그 상태로 10~15초 벽을 미는 동작을 한다. 종아리 뒤쪽에 당기는 느낌이 날 정도의 자세를 유지한다.

‣ 발의 아치를 골프공이나 홍두깨 같은 도구로 굴리면서 마사지한다.

‣ 엄지발가락을 크게 위로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한다. 자주 반복할 수록 좋다.

‣ 계단 턱에 발 앞쪽을 걸친 뒤 발꿈치 쪽에 체중을 실어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한다. 10~30초간 계속한다.

‣ 수건 중앙을 발 앞쪽에 걸치고 무릎을 편 상태에서 수건 양쪽을 잡아당긴다. 10~30초 간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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