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12.21 09:05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조승연 교수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조승연 교수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조승연 교수

손발이 저린 것처럼 애매한 증상도 없다. 통증처럼 딱히 어느 부위라고 할 수도 없으니 더욱 답답하다. 이 같은 감각이상은 일시적이라면 혈액순환이라고 하겠지만 계속 저리다면 신경장애 등 신경계 문제를 의심해야 한다. 손발 저림을 한방에선 어떻게 다룰까.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조승연 교수에게 물어봤다.

손발 저림을 일으키는 신경장애는 말초신경병증이 가장 흔하다. 하지만 뇌졸중이나 말초혈관질환과 같이 비말초성신경병증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같은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할 때, 오랫동안 운동을 했을 때, 찬물에 손발을 담갔을 때 손발이 저리거나 피부색이 변하는 특징을 보이면 혈관 문제를 의심할 수 있다. 신경장애에 의한 손발 저림은 원인이 명확하기 때문에 원인질환을 진단한 후 이에 따른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의심할 만한 질환이 없는데도 손발저림이 나타난다면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한의학에서는 손발 저림을 ‘비증(痺證)’의 범위에서 다룬다. 비증에서의 ‘비(庳)’는 잘 통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자세한 진찰 및 병력 청취를 통해 원인·증상·체질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하고, 침·약침·봉독약침·전기침·한약물·뜸 치료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먼저 뇌졸중으로 인한 손발 저림을 알아보자.

뇌졸중으로 인한 손발 저림은 뇌졸중에 대한 원인치료 없이 증상을 없애기 어렵다. 뇌졸중은 어느 날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며, 동시에 양측 손발에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통 한쪽 손과 발에만 국한돼 발생하며, 손바닥과 손등 모두 저린 증상이 있다.

손상된 뇌신경이 기능을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잘 낫지 않는 특성이 있어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침 치료 이외에 약침이나 봉독약침치료를 시행하고 더불어 한약 치료를 병행한다.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인한 손발 저림도 흔한 증상 중 하나다. 특히 부엌일을 많이 하는 주부, 손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군에 흔하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초기에 손목 운동을 제한하고 필요하면 손목 터널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시행하거나 증상의 호전이 없으면 양방의 경우 수술을 고려한다. 한방적 접근으로는 침 치료, 손목부위 전기침 치료, 약침 및 봉독 약침 치료를 시행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최근 한국과 미국 하버드의대 공동연구팀이 손목터널증후군 환자에게 침 치료를 8주간 시행한 연구결과, 정중신경 전도 속도를 향상하고, 뇌 구조를 변화시켜 통증을 개선하는 것이 밝혀졌다.

특히 가짜 침 치료군은 치료 종료 3개월 후 증상이 악화됐지만, 진짜 침치료군은 치료효과가 지속됐다. 이는 신경학분야 권위학술지인 ‘Brain’에 게재됐다.

마지막으로 당뇨병 환자들은 당뇨병성 신경병증도 유의해야 할 저림을 동반한다.

먼저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당조절 등 당뇨관리와 함께 침 치료, 전기침 치료 등 한의학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당뇨병성 신경병증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다.

최근 15개 연구결과를 검토·분석한 결과, 침 치료와 전기침 치료가 감각 및 운동신경의 신경전도를 향상시켜 증상을 개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방에서 손발 저림은 각 장부의 기능과 인체를 구성하고, 생명활동을 유지하는 기본물질인 정(精)이 부족한 상태에서 기혈이 통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혈류를 활성화하고 기운을 보하는 우차신기환, 황기계지오물탕 등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처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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