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2.24 15:49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호남 어벤저스가 4·15 총선이란 전쟁을 앞두고 4년 전 호남 돌풍을 일으키기 위해 '민생당'이란 이름으로 다시 뭉쳤다.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등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3당이 우여곡절 끝에 24일 합당을 의결하고 당명을 민생당으로 확정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최경환 대안신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의 대표는 합의에 따라 모두 사퇴하고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 유성엽 대안신당 통합추진위원장, 박주현 평화당 통합추진위원장 3명의 공동대표체제로 구성·의결했다. 

그러나 이번 통합 논의가 총선을 불과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급히 진행됐다는 점에서 명분 없는 총선용 통합이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각자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이합집산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지울 수 없어서다.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일시적으로 모였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손 대표는 소속 의원들의 집단 탈당으로 인해 사면초가에 몰린 상태에서 영향력 확보를 위한 새로운 계기가 절실히 필요했다. 지난해 8월 당권을 놓고 다투다 둘로 쪼개졌던 대안신당과 민주평화당은 통합을 통해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노리고 호남 적자를 주장하며 지역 민심을 바탕으로 총선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민생당이 이번 총선에서 선전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지난해 당권을 놓고 집단탈당 사태를 겪은 평화당은 아직도 대안신당에 대한 앙금이 남아 있다. 바른미래당 역시 연이은 탈당으로 손학규 리더십은 붕괴된 상태다. 여기에 3인 공동대표 체제의 조직력을 끌어올릴 리더도 현재 부재한 상태다. 적어도 4년 전 안철수 같은 구심점 있는 대권 주자마저 없는 열악한 상황이다.

급조된 물리적 통합으로 인해 전당대회를 오는 4·15 총선 이후 5월에 개최하기로 한 것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지도부가 없는 상황에서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공천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계파 갈등이 발생할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불안전한 상황에서 정치권에선 지역주의 청산 기조 속에 등장할 안철수를 뺀 '도로 호남당'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민생당은 안 전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에서 분열된 뒤 분당과 합당을 되풀이하다 총선을 앞두고 모인 정당이다. 2018년 2월 당시 국민의당이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하는 것을 반대하며 탄생했다. 민주평화당은 다시 정동영 대표에 반대하는 세력이 탈당해 대안신당을 만들고 나뉘어졌다. 이렇게 불편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당선이라는 대의 앞에 어색한 모임을 다시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지역정당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제3지대 구축이라는 대의명분을 이루는 데도 한계가 있다. 외부인사를 영입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실상 거론되는 인사들은 바른미래당 호남계, 호남계 무소속 의원, 평화당 내 중재파 의원들 등 모두 국민의당에서 뿔뿔이 흩어졌던 사람들을 다시 수집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국민의 눈엔 안철수 대표를 뺀 국민의당으로 돌아가는 것밖에 안되는 것이다. '도로 국민의당, 도로 호남당'이 민생당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4년 동안 돌고 돌아 다시 하나로 뭉친 이 정당을 향한 호남 민심이 얼마나 지지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호남 지역에서 또 나타난 구태의연한 지역주의 정치에 관심 없다는 반응마저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호남 지역의 민주당 지지도는 66.1%로 높았다. 

당의 간판스타이자 언론에 제일 많이 노출되는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대놓고 "도로 호남당이 뭐가 나쁘냐"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박근혜 국정 농단을 정당화하는 도로TK당은 있으면서 호남통합을 나쁘다고 하는 건 자꾸 호남을 차별화하는 것"이라며 "호남을 기축으로 전국정당을 지향해 민주당과 함께 공동 전선으로 진보정권 재창출에 노력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민주당의 2중대라는 생각에 대해서도 박 의원은 "진보 세력이 분열된 보수한테 이겨서 최소한 현재 '4+1'만큼의 의석을 가질 수 있다"며 "민주당의 '2중대' '3중대' 소리를 듣더라도 민주당하고 함께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 12월 민주당과 협조해 '4+1' 협의체를 구성해 입법을 진행한 바 있다. 새롭게 구성될 정당을 정부여당의 2중대로 홍보하는 것이 이당의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줄 뿐이다.

박 의원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 "지금 호남에서도 '한 번 속지 두 번 속냐'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겠다"며 "발붙이지 못해요"라며 한 말을 지금 호남신당에 대입한다면 현 상황은 정확히 맞아떨어질지 모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호남 민심에 기댄 지역주의 정당을 다시 한 번 뽑아달라는 것에 불과하다"며 "특정 지역에서 의석을 얻기 위해 선거를 앞두고 이합집산하는 세력이 다시 등장하면 지역 민심의 혹독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생당은 이런 문제점들을 벗어나려면, 새롭고 젊은 개혁적인 인사 영입과 인적혁신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손학규 전 대표가 지난 20일 당대표 사퇴 기자회견에서 말한 것처럼 중도 통합을 바탕으로 한 정치 구조 개혁과 세대교체가 절실하다. 또 거대 양당의 싸움을 벗어나 제3지대 대안 세력의 등장에 기대를 거는 정책과 행보를 보여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민생당이 이번 총선에서 파급력을 발휘하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민생당 의원들은 다시 한 번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고 살아남을지는 남은 50일 동안 민생당이 어떤 혁신과 변화를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지에 달렸다. 지역주의 호소가 이번에도 통할지 유권자들의 판단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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