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2.27 00:20

질병 집중 탐구② '고도비만'/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최성일 교수

강동경희대병원 비만수술클리닉 최성일 교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비만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공공의 적’이 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한 해가 1996년이니 20년을 조금 넘긴 셈이다. 이제 의사들은 비만을 ‘지구촌 전염병’이라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비만이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증, 당뇨, 뇌졸중, 심장병, 척추·관절질환은 물론 암까지 촉발하는 유발인자라는 사실은 이미 의학계의 연구를 통해 누누이 강조돼 왔다.

‘비만대사수술’은 ‘질병형 비만’의 최전선에 있다. 어떤 생활습관 교정과 약물로도 극복하기 힘든 고도비만의 해결사로 수술은 이제 마지막 선택이자 치료법이 됐다.

문제는 아직도 환자들에게 거부감이 있다는 점이다. 위를 절제하는 고난도 수술이라는 인식 때문에 선뜻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부터 비만대사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고도비만이 가져오는 건강폐해가 개인을 넘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가 인정한 셈이다.

강동경희대병원 비만수술클리닉에서 막 수술을 끝내고 나온 최성일 교수를 만났다. 그는 위암을 비롯한 소화관에 발생한 각종 질환을 집도하는 외과의사다. 그중에서도 그가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분야가 비만대사수술이다.

Q: 비만은 이제 일부 선진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촌이 비만으로 병들어가고 있다.

A: 수십억의 인구가 비만 때문에 건강하게 살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비만은 흡연과 무장폭력과 함께 인간이 만들어 낸 3대 사회적 위협요인이다. 비만으로 인해 지불되는 돈 역시 천문학적이다. 비만의 경제적 손실은 연간 2조달러(약 2330조원)에 달하고, 이는 전세계 GDP의 약 2.8%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도 비만에 의한 경제 손실이 2016년 기준 11조4000억원에 이른다.(건강보험공단 발표). 이중 절반 이상은 비만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지불된다.

Q: 얼마나 심각한가.

A: 고도비만은 전염병을 제외한 모든 질환의 뿌리라고 보면 된다. 흔히 당뇨병과 심장질환, 지방간 정도 생각하지만 비만한 사람의 질환은 복합적이다. 허혈성 천식과 수면무호흡증, 위식도역류, 담석증, 불임, 관절염에 면역질환까지…. 심지어 암 발생에서도 비만인들은 자유롭지 못하다. 우울증이나 사회부적응, 그리고 대인관계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비만한 사람이 밤에 활동하길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어봤나. 남에 눈에 띠지 않기 때문에 주로 밤에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야외활동이 편한 여름에는 수술환자가 별로 없다.

Q: 수술이 비만 극복의 대안이 되고 있다.

A: 수술은 비만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그렇다고 모든 비만인이 수술대상은 아니다. 비만으로 혈관 또는 대사장애가 발생해 갖가지 질환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대상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다이어트를 시도해봤고, 약물치료에도 실패한 분들이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은 1991년 고도비만에 대해 수술이 최선의 치료법이라고 발표했다. 우리는 이제 정부가 인식을 함께 하고 있지만 서구에선 벌써 비만수술을 치료법으로 소개한 지 30년 가까이 된다. 감량 효과와 안전·안정성 면에서 의학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당뇨는 물론 혈압수치가 떨어지고 심근경색의 위험에서 멀어진다는 연구논문은 지금도 계속 발표되고 있다.

Q: 우리나라에선 유명 락가수의 죽음이 수술 안전성에 의문을 갖게 했다.

A: 당시 사건을 보면 환자관리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지 위수술 자체가 위험했던 것은 아니다. 실제 조사에서 가수의 사망원인이 위밴드축소술과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났다. 지금 국내에선 당시의 시술법은 여러 가지 후기 합병증 및 크지 않은 체중 감량효과로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이보다 효과가 좋고, 안전한 수술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비만대사수술이 다른 수술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다. 미국은 청소년에게도 비만대사수술을 권할 정도다.

(사진=Pixabay 무료이미지)

Q: 청소년이 수술을 받으면 성장에 장애가 되지 않을까.

A: 미국의 어린이와 청소년 12명 중 1명은 고도비만이다. 연구에 따르면 12살까지 비만상태를 유지하면 성인이 돼서 비만이 유지될 확률은 98%에 이른다. 청소년에 대한 비만수술을 장기간 추적·관찰한 연구를 보면 수술 후 8년 뒤 이들의 체질량지수(BMI)는 29% 낮아졌다. 반면 수술을 받지 않은 비만청소년의 BMI는 3.3% 상승했다.

이달 초 발간된 미국 하바드의대 교육자료에선 고도비만 청소년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수술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숙련된 외과의사와 시스템을 갖췄다면 수술 합병증은 드물고 경미하다. 미국소아과학회(AAP)조차도 고도비만 청소년의 가장 바람직한 치료는 수술이라고까지 말한다. 수술을 가볍게 결정할 일은 아니지만 그만큼 비만대사수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올 10월 미국소아과학회(AAP) 학술대회에선 미국 펜실베니아대병원 스웬디만 박사의 연구논문 <청소년 비만수술의 경향과 결과: MBSAQIP 분석>이 발표됐다. 위소매절제술을 받은 10~19세 소아청소년 3705명을 분석한 결과, 수술 합병증은 1.4%, 입원 3.5%, 재수술 1%로 나타났으며, 수술 후 사망자는 없었다.)

Q: 환자 안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A: 먼저 수술대상이 되는지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병과 같은 대사질환이나 갑상선질환은 없는지, 있다면 혈당은 잘 관리되는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등 반드시 점검할 항목들이 있다. 수술을 원하는 환자는 이렇게 관련 과를 돌며 상담과 진료를 받는다.

강동경희대병원 비만수술센터를 찾는 분들은 이 과정을 통과하기까지 한 달에서 한 달반 정도 걸린다.

우리 센터에선 분야별 전문의들이 참여하는 다학제팀을 운영하고 있다. ‘비만대사수술위원회’라는 이름으로 6명이 참여하는데 이곳에서 한 명이라도 반대를 하면 수술을 하지 못한다. 말하자면 ‘완전합의제’로 결정된다.

(최 교수가 주재하는 위원회는 매주 화요일 11시부터 30여 분간 열린다. 여기에는 최 교수를 비롯해 소화기내과, 내분비내과, 수면신경과,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그리고 영양과의 영양사가 참여한다.  환자의 수술 성비를 보면 병원의 성향을 알 수 있다. 예컨대 미용 목적의 수술을 많이 하는 병원은 여성의 비율이 매우 높다. 강동경희대병원은 50~60% 정도로 성비에 큰 차이가 없다. 이는 수술환자 선별에 매우 신중하다는 뜻이다.)

Q: 실제 수술이 거부된 사례가 있나.

A: 여러 차례 있었다. 한 여성은 우울증에 섭식장애가 있었다. 이런 환자는 식사 컨트롤이 안돼 수술 실패 가능성이 높다. 또 한 환자는 약간의 정신분열증을 보였다. 모두 정신과의사가 발견해 수술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비만대사수술을 ‘다학제의 꽃’이라고도 한다.

Q: 수면신경과에선 어떤 것을 체크하나.

A:; 대표적인 증상이 수면무호흡증이다. 비만한 사람은 혀가 두툼하다. 수면 중에는 무거운 혀가 뒤로 밀려 호흡을 방해한다. 수면 무호흡이 심한 환자는 수술 전 양압기를 사용해 수면무호흡증부터 치료하도록 해야 한다.

Q: 수면무호흡증은 목젖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A: 고도비만 환자가 목젖이 크다고 수술한다면 사실 원인진단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사람 중에는 처음으로 똑바로 누워 자봤다는 분도 있다. 살이 빠지면서 후두와 상기도가 넓어져 수면무호흡증이 치료된 케이스다.

Q: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회의를 통해 무엇을 얻는가.

A: 마취과의 다학제 참여도 절대적이다. 고도비만의 경우 목이 두텁고 기도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마취는 후두경으로 기도를 들여다보며 삽관을 집어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마취의사는 수술 전 철저하고 세심한 환자 정보를 필요로 한다. 이밖에도 심장병 같은 동반질환이 있는지, 체중에 따라 마취량을 얼마나 쓸지도 살펴야 한다.

(현재 최성일 교수의 비만대사수술 치료 성적은 이런 과정을 통해 철저히 환자를 선별하고 관리한 덕에 ‘합병증 제로, 사망률 제로’를 기록하고 있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 비만대사수술에 대한 합병증 발생률은 0.5~1% 수준이다.)

최성일 교수가 복강경을 이용해 비만대사수술을 하고 있다.
최성일 교수가 복강경을 이용해 비만대사수술을 하고 있다.

Q: 비만대사수술이 지금처럼 안정화를 이루기까지엔 오랜 역사가 있을 법하다.

A: 비만수술의 역사는 50년이 훨씬 넘는다. 최초 수술은 1954년 크레멘이라는 의사에 의해 시작됐다. 그 뒤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안전하고 부담을 줄이는 수술법이 개발됐다.

여기에다 1994년 복강경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지금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 입체감을 보여주는 ‘3D 복강경’까지 나왔다. 2D가 한쪽 눈을 가리고 하는 수술이라면, 3D는 두 눈으로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봉합의 정확도와 안전성, 속도면에서 뛰어나다. 복강경 수술은 복부에 직경 5~10㎜의 구멍을 4~5곳 내고, 이곳으로 수술도구를 집어넣어 수술하는 것을 말한다. 시간은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Q: 3D복강경은 어떤 원리인가.

A: 3D 복강경은 5~6년전부터 국내에서 일부 외과의사에 의해 시행되고 있다. 복강경 카메라는 초소형 렌즈 2개로 이뤄진다. 찍은 영상은 3차원 영상으로 전환돼 모니터에 나타난다. 영상을 보는 방식은 3D 영화를 보는 것과 같다. 특수안경을 끼고 복강안을 관찰하면서 수술을 한다. 실제 상황을 보듯 수술 부위의 원근감이 그대로 느껴져 수술자의 동작이 더 정밀하게 움직인다.

Q: 수술 종류가 다양한데 환자에게 어떤 수술방법을 적용하나.

A: 대표적으로 ‘위소매절제술’과 ‘루와이위우회술’이 있는데 적용 대상이 다르다.

먼저 위소매절제술은 위의 용량을 80~100㏄만 남기고 위의 위쪽에서 아래쪽까지 마치 소매를 잘라내듯 길게 절개하는 방법이다. 마치 한복의 넓은 옷소매를 날씬한 양복 옷소매로 만든다고 보면 된다. 비교적 수술이 간단하고, 수술 합병증과 대사성 합병증이 적어 국내외 의사들이 선호한다. 위의 모양을 그대로 살려두기 때문에 추후 위암 조기발견을 위한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데도 문제가 없다.

루와이위우회술은 위의 상부를 15~20㏄ 용량의 작은 깔대기처럼 만들어 십이지장 아래쪽에 있는 공장에 직접 연결하는 수술이다. 나머지 잘라낸 위와 십이지장도 공장에 붙인다. 두 개의 관이 공장에 연결돼 Y자형의 관이 형성된다. 이렇게 되면 음식물이 소화·흡수기관인 위와 소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공장으로 내려가 열량 흡수를 크게 줄여준다. 또 나머지 분리된 위장에선 위액과 같은 소화효소를 공장에 흘려보내는 등 기능을 계속 한다.

다시 정리하면 위소매절제술은 위의 용량을 줄여 음식물을 적게 섭취해도 포만감을 주는 수술이다. 반면 루아이위우회술은 위 용적을 줄이는 방식과 먹은 음식물의 체내 흡수를 줄여주는 두가지 방식으로 체중 감량을 유도하게 된다. 체중 감량효과가 뛰어날 뿐 아니라 칼로리 제한으로 당뇨환자나 대사증후군 환자에게 유용하다. 보통 6개월까지 급속한 감량효과가 나타나고, 이후 18~24개월까지 꾸준히 살이 빠진다.

Q: 수술 후엔 어떻게 관리하나.

A: 코디네이터가 수술 후 3개월 동안 여러 항목을 점검하고 추적·관찰해 문제가 있으면 즉각 주치의와 상담한다. 예컨대 체중이 줄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되지만 너무 빠져도 의심한다. 식사나 운동계획이 잘못 됐는지, 합병증이 있는지, 연결부위에 트러블이 있어 영양흡수가 잘 안되는지 등을 꼼꼼히 들여다본다.

식사습관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술 후 위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하면서 고른 영양섭취를 유도하는 식단을 마련한다. 식단은 칼로리를 줄이면서 단백질이 풍부하도록 구성한다. 우리 병원에선 식단관리를 위한 별도의 팀을 운영하고 있다.

Q: 실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A: 수술을 받고 나서 다른 비만환자를 소개할 정도로 수술만족도가 높다. 어릴 때부터 고도비만이었던 남성 A씨(47)는 몸무게가 110㎏을 넘기면서 당뇨병과 고지혈증, 지방간에 시달렸다. 그는 루아이위우회술을 받고 한 달만에 13㎏ 감량에 성공했고, 그 결과 각종 대사질환이 개선됐다. 수술 이후 당뇨병과 고지혈증 약을 끊고, 간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다른 여성 B씨(34)는 키가 160㎝가 안 되는데 몸무게는 90㎏이 넘었다. 체질량지수가 37이상인 고도비만이었다. 온갖 다이어트에도 실패하고, 밴드위축소수술도 복통과 감량 부족으로 결국 제거했다. 그녀에겐 위소매절제술을 시행해 수술 4개월만에 무려 30㎏ 가까이 감량시켰다. 그녀는 지금도 조금씩 몸무게를 줄이고 있고, 완전히 정상적인 생활을 되찾았다.

Q: 건강보험 적용 이후 수술비용은.

A: 올해 초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개인 부담이 크게 줄었다. 자부담이 250만원 정도다. 그렇다고 모든 비만환자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주는 건 아니다. 체질량지수(BMI)가 35㎏/㎡이상이거나 30㎏/㎡이상이면서 당뇨병, 고혈압, 수면 무호흡, 고지혈증 그리고 지방간등 대사질환이 있는 사람이 대상이다. 또 체질량지수가 27.5㎏/㎡인 경우에는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다.

수술이 필요한 비만 단계(사진=Wikimedia)
수술이 필요한 비만 단계(사진=Wikimedia)

Q: 우리나라에서 비만대사수술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

A: 고도비만은 세계보건기구가 질병으로 규정할 정도로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신체 모든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암보다 고약하다. 행동요법이나 약물치료에도 실패를 거듭한 환자는 수술만이 최선의 대안이다. 수술 후 삶은 180도로 확 달라진다. 자신감을 회복하고, 대인관계가 좋아지며, 사회생활을 수행하는데 문제가 없을 정도로 건강하게 복귀한다.

아직도 비만대사수술을 불안한 시각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고도비만에 대해 수술만큼 빠르고, 확실하며, 안전한 치료법은 이 세상에 없다. 다만, 비만대사수술을 미용수술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비만대사수술이 미용수술이 될 때 수술이 남용되고,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최성일 교수는: 경희대의대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치고 현재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MD앤더슨 암병원에서 교환교수를 지냈다. 현재 국제대사비만학회 정회원이면서 대한비만대사학회, 대한내시경복강경학회 평생회원이다. 비만대사수술의 복강경·로봇수술을 선도하고 있으며, 비만대사수술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환자들의 신뢰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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