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진료실] "재발 NO! 기능회복 OK!"…두경부암 '경구강 로봇수술’로 잡는다
[명의 진료실] "재발 NO! 기능회복 OK!"…두경부암 '경구강 로봇수술’로 잡는다
  • 고종관 기자
  • 승인 2020.03.02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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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집중 탐구③ '두경부암' / 강동경희대병원 이영찬 이비인후과 교수
강동경희대병원 이영찬 교수
강동경희대병원 이영찬 교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우리 인체에서 가장 좁은 공간에 기능이 집약된 부위는? 두말할 것도 없이 머리다. 이중 뇌와 눈·귀를 제외한 나머지 부위를 ‘두경부’라고 한다. 호흡을 하고 냄새를 맡으며, 음식을 씹고 맛도 본다. 여기에 목소리를 내고 혀를 굴려 말하는 언어기능까지 들어 있다.

이렇게 다양한 기능을 한 곳에 집중하자니 두경부에는 무수히 많은 신경과 혈관이 얽혀 있다. 말하자면 반도체의 집적회로처럼 핵심기관들이 정교하게 짜 맞춰져 있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두경부암은 이를 치료해야 할 의사에게 많은 과제를 던진다.

두경부암 환자를 대하는 의사는 ‘국지전’에 능하다. 주변 조직에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정교하게 표적만을 공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수술 후 각 기관의 기능을 제대로 살릴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이영찬 교수는 암과의 전쟁에서 유능한 전술가다. 환자마다 암 발생 부위와 크기, 그리고 전이된 양상이 다르니 수술설계와 집도는 매번 '개인 맞춤식'으로 진행된다. 이 교수에게 최근 두경부암 발생 양상과 치료 트렌드, 그리고 예방에 대해 들었다.

Q: 두경부암은 이름부터 다소 낯설다.

A: 다른 암은 발생한 부위의 장기이름이 들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간암이나 위암, 대장암 , 갑상선암 등을 보면 그렇지 않나. 두경부는 단어 그대로 ‘Head&Neck’이다. 뇌와 눈·귀를 제외한 목 위 머리 쪽에 생기는 암을 총칭한다. 환자도 자신이 두경부암이라고 말하지 않고 후두암, 구강암, 설암, 인두암…이런 식으로 표현한다. 암은 코 안쪽이나, 입술과 입안의 혀, 후두, 인두, 침샘 그리고 목 부위의 갑상선 등 어디에나 생길 수 있다.

(자료 참고: 갑상선암은 포괄적 의미에서 두경부암에 포함되지만 암환자가 많아 별도로 특화된 영역으로 다뤄지기도 한다)

Q: 두경부암은 희귀암인가.

A: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12번째로 많이 발생한다. 각각의 암환자 숫자가 적다보니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를 보면 2010년 1만3256명의 환자가 진단을 받았는데 2018년에 이르러선 1만7026명으로 28%나 늘었다. 특히 여러 암 중 환경과 생활습관의 변화로 증가하는 암도 있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Q: 어느 부위에 많이 생기나.

A: 구강과 후두 쪽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발암물질인 담배연기가 구강에서 시작해 인두와 후두를 통해 폐로 들어가므로 이 부위에 많다. 두경부암으로부터 자유로우려면 금연이 필수다. 미국 암협회는 전체 후두암 환자의 95%, 구강암 환자의 약 72%가 흡연자라고 밝힐 정도다. 흡연에 의해 발생한 암은 그렇지 않은 암에 비해 치료성적도 더 나쁘다.

다음으로 위협적인 요인이 바이러스 관련 두경부암이다. 인두암이 늘고 있는데, 그 배경에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가 있다.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의학계에선 요주의 대상으로 꼽는다.

Q: HPV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아닌가.

A: 그렇다. 전문가들은 구강성교 탓으로 해석한다. 3:7로 남성들이 많고, 다른 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에게서 발생한다. 그래서 서구 의학계에선 남성들도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 미국에선 흡연율 감소로 구강암이나 후두암 등은 줄고 있지만 HPV와 관련된 혀뿌리와 편도 등 입인두편평세포암(OPSCC)은 증가추세다. 구강부위의 암 발생은 불결한 구강위생이나 씹는 담배, 이밖에도 역류성 식도질환, 방사선이나 자외선, 비타민이나 철 결핍 등 다른 요인도 있다.

(자료 참고: 미국에선 1988년과 2004년 사이 OPSCC 발병이 228% 증가했고, 이중 70%가 HPV 관련 OPSCC일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에서 역시 OPSCC 발병이 늘고 있고, 2019년 12월 질병관리본부가 법정감염병 분류체계를 바꾸면서 HPV를 4급감염병으로 규정했다. 일부 학자는 앞으로 HPV 관련 OPSCC가 자궁경부암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Q: 국내 HPV 감염률은 역학조사마다 다르지만 20~30%에 이른다고 한다. 인두암의 증상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A: 이물감 증상이 나타나지만 대수롭지 않아 지나친다. 인두암은 목안 깊숙이 발생해 상당히 커져야 통증이 생긴다거나 삼킴이 어려워진다. 다행히 치료예후는 좋은 편이다.

Q: 술은 어떤가.

A: 음주는 하인두와 후두부암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흡연과 음주를 동반하면 발생 위험이 4배 이상 증가하며, 치료 결과도 매우 나쁘다.

(자료 참고: 하루 3잔 이상의 술을 마시는 사람은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두경부암 발병률이 2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술과 담배는 발암 상승효과를 보인다. 하루 술 84g과 담배 10개비를 피우는 사람은 비흡연· 비음주군에 비해 두경부편평세포암(HNSCC)의 발병 위험이 35배 더 높다)

Q: 진단은 어떻게 하나.

A: 두경부암의 발생부위는 대부분 입이나 코를 통해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내시경 검사가 필수적이다. 내시경의 종류는 쓰임새에 따라 길이와 굵기가 다양하다. 인두 쪽은 비인두내시경을, 후두암이 의심되면 후두내시경을 사용하는 식이다. 하인두암의 경우, 식도 침범 여부를 알기 위해 위식도내시경 검사를 한다. 검사를 통해 암이 의심되면 세침검사 또는 조직 생검으로 조직을 채취해 암세포인지 양성종양인지를 판단한다.

암이 얼마나 침범했는지를 보기위해선 전산화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같은 영상진단을 한다. 암세포가 얼마나 어느 부위로 퍼져 있는지, 특히 목의 림프절로 전이된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향후 치료계획을 세울 때 매우 중요하다. 때로는 전신으로 전이됐는지를 알기 위해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도 한다.

최근에는 발병원인을 분석하기 위한 HPV 검사도 한다. HPV에 의해 발생한 암은 과도한 술, 담배에 의해 발생한 암에 비해 예후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Q: 두경부암 치료는 어떻게 발전해왔나.

A: 과거에는 생존율을 우선시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암치료 성적을 높이는 것과 기능회복이라는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해 치료계획을 세운다. 암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면서 기능을 최대한 살린다는 뜻이다. 수술 후 얼굴 모양이 바뀌지 않도록 심미적인 면도 고려한다. 말을 하지 못하거나 먹지 못하면 삶의 질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실제 우울증에 빠지거나 이를 비관해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도 있다.

이용찬 교수가 후두경으로 검사를 하고 있다.
이용찬 교수가 후두경으로 검사를 하고 있다.

Q: 수술만으로는 생존율과 기능보존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성취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A: 그렇다. 각과 교수들이 참여하는 다학제팀이 운영된다. 이비인후과와 함께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 영상의학, 핵의학, 성형외과, 신경외과, 재활의학 전문의들이 모여 환자 사례를 놓고 의견을 교환한다. 환자마다 발병부위와 암 침범 정도, 나이, 건강상태가 모두 달라 최선의 치료방법을 찾는다.

Q: 두경부암의 치료 예후는 어떤가.

A: 암 부위별로 달라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후두암의 경우, 미국의 경우엔 관해율(5년 동안 재발 없는 완치율)이 1기일 때 90%, 2기 70%, 3기 50%, 4기 40% 정도다. 우리나라 치료성적은 비슷한 수준이거나 암에 따라 앞서기도 한다.

두경부암은 재발방지와 함께 기능을 살리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두경부암 분야는 그동안 기능 회복과 재활 쪽으로 발전해왔다고 볼 수 있다.

Q: 기능을 보존하는 수술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A: 씹고, 삼키는 기능, 말하는 기능, 목소리를 내는 기능을 살려야 한다. 모두 사회활동과 삶의 질을 평가할 때 중요한 기능들이다.

과거에는 암의 재발에만 초점을 맞춰 광범위하게 절제했다. 지금은 기능까지 살리다보니 수술이 정확해지고, 섬세해졌다.

두경부암 수술 후 기능 보존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것은 ‘경구강 내시경수술’ 덕분이다. 이 수술은 입이라는 공간으로 내시경을 집어넣어 레이저 또는 수술도구를 이용해 암을 절제한다. 내시경으로 목 깊숙이 자리잡은 암을 3차원으로 10배 정도 확대·관찰할 수 있다. 경구강 방식은 기존의 외부 절개방식보다 흉터를 만들지 않고, 회복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로봇을 붙이면 ‘경구강 로봇수술(TROS; Transoral robotic surgery)’이 된다. 로봇암(Endo whist)이라는 장비는 360도 회전하면서 손 떨림조차 없다. 사람의 손이 접근할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도 정확하게 수술해 현존하는 ‘최고·최소 침습수술’로 평가받는다.

편도나 혀뿌리 등 구강 뒤쪽에 생긴 암도 로봇팔이 당기고 자르고, 지혈하는 등 능숙하게 수술한다.

(자료 참고: 로봇수술은 2005년 미국에서 처음 적용돼 2008년 미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처음에는 1~2기의 병기일 때만 수술했지만 2014년부터는 3~4기 진행된 암에도 적용한다.

Q: 3~4기로 절제범위가 클 때는 어떻게 하나.

A: 다학제팀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학제팀은 수술과 화학요법(항암제), 방사선치료 전략을 환자에 맞게 구사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도록 한다. 이렇게 해서 기능을 보전하면서도 암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수술은 암을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미용과 기능적인 면을 모두 고려한다. 예컨대 전이된 턱뼈를 절제했을 때는 다른 부위의 뼈를 일부 채취해 이식해 모양을 만들어준다. 예컨대 설암으로 혀를 일부 잘라내면 팔이나 허벅지에서 피판(동·정맥이 붙어있는 피부)을 떼어내 붙인다. 60대 초반의 한 남성은 혀에 궤양이 한 달 이상 계속돼 병원을 찾았는데 진단결과 구강암이었다. 이 환자에겐 팔에서 피부(8×6㎝)를 떼어내 접은 뒤 모양을 만들어 남은 혀에 이어 붙였다. 직경 1~3㎜의 혈관 3개(동맥 1개, 정맥 2개)를 붙여야 하는 미세접합수술이다.

이 환자는 1주일이 지나면서 식사를 하기 시작해 2주만에 퇴원했다. 이 환자에게 혀를 재건해 주지지 않으면 발음이 부정확해지고 입으로 식사하는 것이 어려워져 삶의 질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목소리를 보존하기 위한 수술도 한다. 후두는 목의 식도와 기도입구에 있는 파이프 같은 구조다. 목소리를 내는 기능 외에도 음식물을 삼키고, 공기통로 역할을 한다. 암을 제거하면서도 목소리를 보존하기 위한 최소절개를 한다. 인공성대를 장착했을 때 소리를 재현할 수 있도록 식도를 연결해 떨림 기능을 만들어준다.

(자료 참고: 구강암 치료는 크게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는 암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이다. 이때 암만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해 주변조직을 절제한다. 진행암인 경우, 인접한 뼈까지 절단하기도 한다. 2단계는 경부청소술이다. 표재성인 초기암은 국소만 제거하면 되지만, 암덩어리가 크면 주변 조직이나 림프절까지 전이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 광범위한 경부청소술을 시행한다. 3단계에선 재건술을 한다. 구강기능을 살리고, 얼굴 모양을 보존하기 위한 수술이다. 몸의 일부 조직을 이용하기도 하고, 인공물질을 이식해 심미적 만족도를 추구한다.)

Q: 조기 발견과 예방의 중요성을 얘기해 달라.

A: 조기 발견은 암의 완치율을 높일 뿐 아니라 기능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증상이 애매하고, 정보도 부족해 많은 환자가 뒤늦게 병원을 찾는다는 사실이다.

우선 작은 증상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별한 이유 없이 발생한 구내염이 2주 이상 간다거나, 목소리의 변화 등이 신호일 수 있다. 구강점막에 흰색 또는 붉은색 반점이 생겼을 때도 의심해 본다. 이를 닦은 후 거울로 혀를 비롯해 입안을 살피는 습관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두경부암을 예방하는 생활습관이다. 지속적인 자극이 염증을 만들고, 염증이 돌연변이를 부추겨 암세포로 바뀐다는 점을 명심한다. 따라서 담배는 끊고, 술은 줄여야 한다.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최악의 조합이다.

사람유두종바이러스가 입인두암을 일으킨다는 것은 의학계에서 많은 논문이 나올 정도로 입증된 사실이다. 특히 HPV 16형은 암발생 위험을 15배나 높인다. 이는 성생활이 구강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두경부암의 예방수칙에 건강한 성생활이 들어가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 두경부암 발생 위치별 증상

◾구강: 잇몸과 혀 또는 입안 점막에 하얗게 또는 붉게 반점이 생긴다. 붓기 때문에 틀니가 잘 맞지 않거나 불편하다. 입안에 이유 없는 출혈이나 통증이 있다.

◾인두: 호흡곤란과 함께 말하기가 불편하다. 무언가를 삼킬 때 통증이 있다. 잦은 두통이나 귀의 울림, 또는 청력기능이 떨어진다.

◾후두: 목소리가 변한다. 삼킬 때 또는 귀에 통증을 느낀다.

◾부비강(코 안쪽으로 이어지는 작은 공간)과 비강: 코막힘, 항생제로도 치료가 잘 되지 않는다. 만성부비강 감염, 코피, 잦은 두통, 붓기, 눈병, 윗니 통증, 틀니에 문제가 있다.

◾침샘: 턱밑이나 턱뼈 주위가 붓는다. 얼굴 근육의 무감각 또는 마비, 얼굴과 턱부위와 목에 지속적인 통증이 있다. (자료: Web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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