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3.17 21:05

질병 집중 탐구⑦ '고난도 심장수술' / 강동경희대병원 흉부외과 조상호 교수

강동경희대병원 흉부외과 조상호 교수
강동경희대병원 흉부외과 조상호 교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외과의사에게 수술실은 생명을 다투는 ‘극한 직업’의 현장이다. 특히 칼을 다루는 도규계(刀圭界)에서 흉부외과만큼 수술대 위에서 생과 사가 바로 결정되는 과는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수술이 정확하고 정밀해야 한다는 의미다.

요즘 흉부외과는 의대생들이 기피하는 3D과 중 하나다. 응급수술이 많고, 극도의 긴장감과 스트레스 강도가 높기 때문일 것이다.

고난도의 기술과 집중도가 필요한 중증환자가 늘어나는 것도 흉부외과 의사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환자의 나이가 많아지고, 당뇨병과 고지혈증 같은 생활습관병 환자로 인해 심장질환자가 계속 늘고 있는 것이 그 배경이다.

그럼에도 꺼져가는 심장박동을 살리는 수술은 경외감 그 자체다. 병든 심장이 다시 힘차게 뛰기 시작했을 때의 희열감은 그들만이 느끼는 ‘특권’이다.

강동경희대병원 흉부외과 조상호 교수는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무결점 수술’을 지향한다. 손이 무뎌지지 않도록 늘 바느질 연습을 하고, 작은 수술이라도 사전에 시뮬레이션을 해서 갑작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한다. 그 덕에 그는 까다로운 ‘무(無)심폐기 관상동맥우회술’ 및 ‘판막수술’, 그리고 중증의 ‘대동맥 근부확장증’과 ‘좌심실 재건술’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생존율을 기록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심혈관센터에서 중증심장질환자를 살리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조상호 교수를 만났다.

Q: 요즘 대부분의 관상동맥질환자는 막힌 혈관을 스텐트로 뚫는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흉부외과 분야에선 점차 고난도의 수술이 늘어나는 것 같다.

A: 그럴 수 있다. 여러 개의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힌 환자, 또 좌측 관상동맥의 기시부에 병이 있을 때, 관상동맥중재술이 어렵거나 심기능이 좋지 않은 환자에게 관상동맥 우회술(CABG)이 우선 권고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러 이유로 스텐트 시술 건수가 우회술 대비 20:1 정도로 높다. 임상에서 관상동맥우회술이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현재 우리 과에서 수술하는 관상동맥질환자의 20% 정도는 한때 스텐트 시술을 받았지만 재협착이 온 분들이다. 그 밖에 스텐트 시술이 불가능하거나 스텐트 시술에 실패해 수술을 받게 된 환자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특히 환자의 나이가 많아지는 경향이 있어 수술의 위험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Q: 고령화가 수술성적에 영향을 미치나.

A: 심장수술은 50대와 60대, 70대, 80대 등 나이에 따라 회복률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연령은 주요 인자다. 우리 병원에서 관상동맥우회술을 받은 환자의 평균 연령은 65세다. 70세 이상 고령환자는 36% 정도에 이른다. 스텐트 시술을 받은 뒤 세월이 지나 심근경색 같은 질환이 재발했을 때는 그만큼 수술 위험성이 높아진다.

Q: 스텐트 시술과 관상동맥우회술을 비교한다면?

A: 자료에 따르면 수술 후 5년이 지난 시점에는 관상동맥우회술군(CABG)이 사망률, 심근경색 재발률, 뇌졸중 발생률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스텐트군에 비해 우수한 성적을 나타냈다. 응급환자일 경우에는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를 선택해야 하지만, 그외 안정적인 상태에선 적절한 수술 적응증이 되는 환자에겐 적극적으로 관상동맥우회술을 권고해야 한다.

Q: ‘삼중혈관’(심장을 둘러싼 세가닥 주요혈관)질환자의 수술의 경우엔 어떤가.

A: 수술 자체보다 환자의 상태가 중요한 변수다. 심근경색증 및 심장기능부전의 발생 여부, 심근경색으로 인한 합병증의 발생, 동반된 기저질환의 유무, 연령 등 여러 위험인자에 따라 수술 위험도가 달라진다. 그러므로 관상동맥우회술을 시행함에 있어 수술 전 위험인자의 분석과 수술위험도 조사는 반드시 수행돼야 한다.

또 다중혈관질환자의 경우, 수술 전에 우회혈관의 이식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계획을 세워야 한다. 심장에는 세 가닥(우관상동맥과 좌전하행동맥, 좌회선동맥)의 굵은 혈관이 있는데 어느 부위의 혈관에 어떤 우회혈관을 얼마나 떼어내 이식할 것인지 최적의 수술조건을 파악해야 한다.

Q: 망가진 혈관을 대체하는 혈관은 어느 부위에서 떼어내나.

A: 흉골 안쪽에 위치한 내흉동맥, 다리에 있는 복재정맥, 팔의 요골동맥 등을 선택해 사용한다. 혈관은 굵기도 모두 다르고, 조직학적으로도 차이가 있어 환자에 맞는 것을 선택한다. 이중 내흉동맥은 탄성이 좋고, 동맥경화 및 혈전 발생률이 적어 10년이 지나도 90%이상 건재해 재발률이 매우 낮다.

Q: 이 병원의 ‘무(無)심폐기 관상동맥우회술’ 성적이 매우 좋다.

A: 전통적 방법의 관상동맥우회술은 수술 과정에서 인공심폐기를 가동한다. 심장을 정지시킨 상태에서 우회혈관을 인공심폐기에 연결해 임시로 혈액을 돌리는 방식이다. 그런데 인공심폐기를 사용하지 않고 심장이 박동하는 상태에서 우회술을 시행하는 기법(무심폐기 관상동맥우회술, off-pump CABG, OPCAB)이 발전돼 또 하나의 치료방법으로 자리를 잡았다.

현재 강동경희대병원에서는 관상동맥우회술의 90% 이상을 이 방식으로 진행한다. 2011년 9월부터 현재까지 관상동맥우회술에 대한 수술사망률(수술 30일 이내 사망률)은 0%, 폐렴 등으로 인한 병원 내 사망률은 2%를 기록하고 있다.

Q: 어떤 장점이 있나.

A: 인공심폐기의 가동과 심장정지에 따른 전신적인 염증반응, 또 수술 후 출혈·중풍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감소시키고, 수술시간을 단축시켜 회복을 빠르게 한다. 또 만성신부전환자와 만성폐쇄성폐질환자는 합병증 발생이 적다.

수술은 다소 까다롭다. 심장이 계속 움직이는 상황에서 미세혈관을 이어줘야 하기 때문에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조상호 교수의 심장수술을 하고 있다.
조상호 교수가 심장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Q: 2015년 국내 처음 ‘대동맥근부확장증’ 환자에 ‘링고정술을 이용한 리모델링 수술’을 시도해 성공을 거뒀다. 대동맥근부확장증은 어떤 질환인가.

A: 심장에서 혈액이 나가는 대동맥의 시작 부위(뿌리 부위, 근부)가 늘어나는 것이다. 보통 정상에선 대동맥 근부의 지름이 2.5~3.5㎝인데 5.5㎝ 이상 확장되면 수술 대상이다.

다른 대동맥 부위와 마찬가지로 혈관이 늘어나면 대동맥 파열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대동맥 판막 및 관상동맥 기시부가 대동맥 근부에 있기 때문에 병이 진행되면 대동맥판막도 함께 늘어나 혈액이 심장으로 역류한다. 이를 ‘대동맥판막 역류증’이라고 하는데 이로 인해 심장기능이 떨어진다.

Q: 국내에서는 잘 하지 않는 고난도 수술이라는데.

A: 과거에는 대동맥 근부의 혈관이 늘어나 대동맥판막 역류증을 동반했을 때 판막을 보존할 수 있는 환자라도 인공판막으로 교체하고, 늘어난 대동맥 근부는 인조혈관으로 바꿔줬다(벤탈 수술). 그러나 최근엔 대동맥 판막성형술을 통해 자가판막을 다시 쓰고, 확장된 대동맥 근부를 인조혈관으로 재건하는 수술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근부재건술은 다시 대동맥 근부 재삽입술과 리모델링 수술로 나눠지는데 우리 병원은 리모델링 수술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인 근부 재확장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링으로 고정하는 방식을 추가했다. 리모델링 술식은 까다롭고 수술 후 출혈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아 국내에선 거의 하지 않고 있다.

Q: 이 수술법의 장점은 무엇인가.

A: 우선 정상 대동맥 근부의 3차원 구조를 잘 살려 재건할 수 있고, 심장 박동에 따라 근부의 탄력성을 보존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되면 혈액의 흐름을 정상으로 돌려주는 혈역학적 우수성이 뛰어나다. 또 대동맥판막의 성형에도 유리하고, 수술 후 대동맥판막에 대한 압력 부하가 줄어 판막 보존에 유리할 것으로 생각된다. 재삽입술에 비해 근부 재확장의 빈도가 높지만 링고정술을 병행해 그 빈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다.

Q: '대동맥 근부확장증'은 어느 정도 위험한 질환인가.

A: 대동맥류가 파열되면 80%는 현장에서, 나머지 20% 중 절반은 병원 도착 전에 사망한다.

Q: 주요 원인은.

A: 말판증후군이나 결체조직질환 등의 유전성 질환, 이엽성 대동맥판막질환 등의 선천성 심기형이 있는 환자에게서 잘 발생한다. 과거에 감염성 질환을 앓았거나, 퇴행성 변성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파열 직전까지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건강검진이나 초음파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Q.: 대동맥 근부확장술의 성과는.

A: 링고정술을 동반한 리모델링 수술 외에도 조직판막을 이용한 변형식 벤탈수술의 여러 기법을 학회에 소개한 바 있다. 대동맥근부 수술은 위험도가 높은 고난도 수술이다. 병변의 복잡한 기능적, 구조적 문제에 따라 최적의 수술을 선택해야 하며, 우리 병원은 이런 면에서 최고 수준의 치료를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Q: 강동경희대병원 흉부외과의 수술 성적은.

A: 2011년 9월부터 현재까지 총 심장수술(응급 대동맥수술 제외)에 대한 수술사망률은 1.4%를 기록하고 있다. 관상동맥우회술의 경우 수술사망률은 0%, 폐렴 등으로 인한 병원내 사망률은 2% 수준이다.

우리 병원은 고위험군 환자 비율이 타 병원에 비해 상당히 높다. 전체 관상동맥우회술 중 급성 심근경색증과 그 합병증에 의한 응급수술 비율이 16%, 70세 이상 고령환자에 대한 수술이 36%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관상동맥우회술의 수술사망률이 3%, 응급 관상동맥우회술의 수술사망률은 8~12%(~30%)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우리 병원의 수술 후 합병증 및 사망률은 매우 낮은 것이다.

Q: 심근경색증에 의해 합병증이 생기면 수술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하는데.

A: 심근이 많이 손상되면 심장근육이 확장될 뿐 아니라 섬유화 변성으로 심장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확장한다. 이를 심실류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심장기능이 극도로 저하되고, 심실 내에 혈전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급성 심근경색증의 심각한 합병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관상동맥우회술과 동시에 늘어난 심실류를 재건해주는 수술(좌심실 재건술)을 함께 시행한다. 이 수술은 수술사망률이 5~15%에 달하고, 수술 후 5년 생존율은 50~80%로 보고될 정도로 고난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특히 심근경색으로 수일 내에 근육 괴사가 일어난 부위가 얇아지고 터지면서 좌심실 파열 또는 심실중격결손증 등 합병증이 드물게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매우 높은 병원 내 사망률을 보인다. 강동경희대병원의 경우, 2011년 이후 총 9례의 좌심실 재건술을 시행했는데 환자 모두 합병증 없이 퇴원해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했다.

Q: 좌심실 재건술에 차별화된 수술방법이 있나.

A: 복잡하고 어려운 수술이지만 특별한 비법이 있어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철저한 수술 전 평가, 적절한 수술시기의 결정, 수술실 내에서 심장 병변의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에 맞는 대처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위험군이나 고연령, 복잡수술일수록 이 같은 종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Q: 수술성적을 높이기 위해 개인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나.

A: 항상 관련 서적, 논문 등의 문헌자료를 모으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그동안 수술사례에서 얻은 수많은 경험을 반복 학습한다. 수술 전날에는 수술 내용을 숙지하고 시뮬레이션을 한다. 복잡한 수술은 모형을 만들어 직접 해본다. 같은 질환이라도 실제 집도를 해보면 예측하지 못한 다양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미리 대비해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Q: 심장수술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을 듯하다.

A: 순간의 방심과 작은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나중에라도 교정이나 재수술을 할 수 없는 게 심장수술이다.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고 사후에 후회하지 말자’라는 것이 신조다.

Q: 수술 후 환자의 심장이 다시 박동할 때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A: 매번 감사한다. 간단한 수술이라도 심장이 다시 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마지막으로 가슴을 닫을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Q: 수술 후 관리도 매우 중요하겠다.

A: 그렇다. 수술이 잘 됐어도 이후 치료과정에서 다양한 복병이 있을 수 있다. 수술 후 심장기능이 갑자기 저하돼 쇼크가 발생할 수 있고, 뇌졸중 역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중 하나다. 인공심폐기 가동으로 혈액을 체외순환하면서 신장 및 폐 등 여러 장기가 손상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다른 수술보다 높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수술 후 심장이 감염되면 다른 장기에 비해 치사율이 높다. 강동경희대병원 흉부외과는 심장내과, 호흡기내과, 신장내과, 응급의학과 등 관련 부서와 서로 협력하고, 의사와 간호사, 관련 인력이 모두 한 몸이 돼 ‘환자 완치’라는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조상호 교수는: 조상호 교수는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손을 씻으면서 습관처럼 간단한 기도를 올린다. 그의 ‘무결점 수술’을 위한 마음에는 이처럼 간절함이 담겨 있다.

수술 전 반드시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도 그의 일상이 됐다. 머릿속으로 수술과정을 복기하고, 큰 수술을 앞두곤 모형을 만들어 여러 가지 상황을 예측하며 예행연습을 한다. 쉬는 시간이면 인공혈관을 이용해 바느질 연습도 한다. 자칫 손이 무뎌져 작은 실수라도 하지 않기 위함이다.

하지만 그도 외과의사들이 두려워하는 ‘Death on the table'(수술대에서 사망)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철저하게 대비하고 또 대비한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분명하다. 환자 수는 많지 않지만 중증 심장질환인 대동맥근부질환과 심실류의 명의가 되는 것이다. 사망률이 높고, 고난도의 의술과 환자관리가 필요한 분야다.

그는 대동맥근부질환을 다루는 특화된 센터를 만들고 싶은 꿈도 있다. 수술이 힘들고 위험해 아무도 가지 않으려고 하는 길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