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3.20 09:54

신상공개 요구 청와대 국민청원 22만 명 동의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핵심인물 '박사' 조 씨가 영장심사에 출석하면서 패딩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사진=SBS뉴스 캡처)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핵심인물 '박사' 조 씨가 영장심사에 출석하면서 패딩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사진=SBS뉴스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미성년자들을 협박해 성 착취 사진·동영상 등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른바 '박사'가 구속됐다.

19일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음란물 제작·배포 등)로 청구된 '박사' 조 씨(20대·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 씨는 지난 17일 경찰에 검거됐다.

원 부장판사는 "아동과 청소년을 포함한 여성 수십 명을 강요한 뒤 음란물을 제작하고 유포해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 왜곡된 성문화를 조장했다는 점에서 사안이 엄중하다"며 "불법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피해자 및 가족들에게 위해를 가하겠다고 고지하는 등 위해 우려가 있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도 있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조 씨는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핵심인물이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지난해 초부터 모바일 메신저 프로그램 텔레그램에서 벌어진 성 착취 사건이다. 해당 채팅방 참여자들은 미성년자 등 다수의 여성을 대상으로 성 착취 사진과 영상을 만들어 여러 텔레그램 방을 통해 유포했다. 'n번방'이라는 명칭이 붙은 이유는 수사망을 따돌리기 위해 산발적으로 수많은 방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그동안 n번방 사건 관련자 60여 명을 검거했지만 핵심 피의자인 박사를 체포하진 못했었다. 텔레그램의 경우 서버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압수수색 등도 어렵고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대화 내용을 삭제하는 기능도 있어 조 씨가 장기간 범행을 저지르는 동안 추적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지만 서울중앙지법에서 30여 분간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또 조 씨는 경찰 조사 뒤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자해를 시도해 강북삼성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병원에서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여 검사를 받았지만 18일 오후 음성 판정이 나왔다. 조 씨는 자해로 가벼운 찰과상 등만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씨가 구속되면서 경찰이 n번방 사건과 관련해 검거한 14명 가운데 5명이 구속됐다.

조 씨의 범행수법은 피해 여성들에게 고액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준다며 개인정보(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 등)를 얻어낸 것이다. 그는 개인정보를 받아낸 뒤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주변인에게 알리겠다"는 협박을 통해 성 착취물을 강제적으로 찍게 했다. 협박에 더해 촬영을 마치면 돈을 입금해 주겠다며 여성들을 회유하기도 했다.

조 씨는 이렇게 제작한 성 착취물을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했는데, 자신이 만든 n번방의 입장료로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을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 받았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한편 경찰은 조 씨의 신상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어린 학생들을 지옥으로 몰아넣은 가해자를 포토라인에 세워달라"며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를 요청하는 청원이 올라와 20일 오전까지 22만여 명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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