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6.05 19:30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조재흥 교수

경추(목뼈)디스크는 척추질환처럼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면서 얻은 질환이다. 무거운 머리를 오로지 경추에 의존해 생활하다보니 가장 취약한 부위부터 손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성인의 머리무게는 얼마나 될까. 대략 작은 볼링공 무게인 4.5~6㎏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고개가 1㎝ 앞으로 나올 때마다 목에 2~3㎏의 하중이 더해진다. 따라서 5㎝만 목을 앞으로 빼도 무려 15㎏의 하중을 목뼈가 견뎌야 하는 것이다. ‘거북목증후군’은 이렇게 망가진 자세를 버텨보려는 목뼈의 눈물겨운 사투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거북목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이 계속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모바일 사용자가 늘면서 급속히 증가하는 모양새다. 작은 화면을 내려다보니 머리의 위치가 컴퓨터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낮아지는 것이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일자목(거북목)증후군 환자는 2015년 191만6556명에서 2019년 224만1679명으로 16%나 증가했다.

거북목이 되면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있다. 먼저 뒷목과 어깨 주변근육이 뭉치면서 통증이 발생한다. 두통도 피할 수 없는 증상이다. 뭉친 근육이 뇌로 올라가는 혈관을 조여 뇌의 혈액순환이 떨어진다. 이러한 혈류장애로 뇌혈관에 염증이 생기고 이로 인한 염증물질이 통증을 일으킨다. 두통까지 가지 않더라도 머리로 가는 혈액과 산소공급이 줄어들어 머리가 늘 띵하고 업무에 집중하지 못한다.

경추의 퇴행성 변화도 빠르게 진행된다. 과도하게 근육이 긴장돼 목관절 사이가 점점 좁아지고 관절이 서로 맞물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경추 주변 인대가 두꺼워지고 척추뼈 모서리가 울퉁불퉁해지면서 신경관을 막아 목디스크나 협착증이 유발된다.

궁극적으로는 척추까지 비틀어져 척추의 퇴행성질환을 유발한다. C자형이어야 할 목뼈가 1자가 되면서 이에 대한 보상으로 S자 모양의 척추가 구부정하게 말리는 후만형이 되는 것이다.

거북목을 방지하려면 자세부터 바꿔야 한다. 하지만 일단 변형된 근골격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뼈를 잡고 있는 근육의 균형이 깨진 상태로 굳어져 자세를 바꿔도 원래대로 다시 돌아가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거북목증후군을 추나요법으로 교정치료한다. 굳은 근육을 이완시켜 균형을 잡아주고, 골격을 가지런히 배열시킨다. 여기에 침과 약물, 물리치료와 운동요법을 통해 변형된 목뼈로 다시 돌아가지 않도록 잡아준다. 현재 추나요법은 2019년 4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크게 줄었다.

교정이 끝나면 항상 턱을 뒤로 당기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올바른 자세란 귀와 어깨가 같은 선상에 위치하는 것이다. 이때 턱을 당겨 넣으라고 하면 고개를 아래로 숙이는 사람이 많다. 턱을 당길 때는 턱 끝은 똑바로 유지한 채 수평으로 뒤로 당겨야 한다.

‘턱 당기기’는 거북목 교정의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이다. 따라서 생각날 때마다 반복해서 시행해 보자. 앉거나 선 자세에서 손가락을 턱에 대고 뒤로 밀고 2초 정도 유지하는 식으로 50회 정도 반복하면 된다. 이때 흉추는 반듯이 세우고, 시선은 정면을 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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