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6.11 17:53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으로 과거와 상황 달라"

탈북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난해 4월 14일 경기 연천군에서 대북 전단 50만장을 날려 보내고 있다 (사진=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탈북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난해 4월 14일 경기 연천군에서 대북 전단 50만장을 날려 보내고 있다 (사진=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 행위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탈북민 단체 등을 경찰에 고소·고발 대신 수사 의뢰 방식을 택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일부는 두 단체의 대북전단과 페트병 살포행위에 대해서 교류협력법을 비롯해 항공안전법, 공유수면법 등에 대한 위반이 의심된다며 수사를 의뢰했다고 11일 밝혔다.

통상 고소·고발은 증거가 명백하거나 개연성이 높을 때 취하는 조치인 반면 수사 의뢰는 혐의에 대한 의심은 들지만 명백한 증거가 부족하거나 개연성이 높지 않을 때 한다.

수사의뢰는 특별히 주체가 한정돼 있지 않고, 고소·고발처럼 범인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가 핵심 요소가 아니라 점에서 정부가 수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정부가 탈북민단체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발표한 뒤 법적 근거가 타당한지를 두고 논쟁이 일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10일 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유권해석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법상 반출 규정을 보면 남북 간 물품의 이동을 말한다고 돼 있다"며 "전단 살포나 페트병을 통한 물품 살포 등은 반출조항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보수 진영 일부에서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매매 등 반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남북교류협력법 제 2조를 살펴보면 '반입·반출'을 매매·교환·임대차·사용대차·증여·사용 등을 목적으로 하는 남한과 북한 간의 물품 등의 이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전단 살포는 보내는 사람만 있고 수신인은 없어서 거래를 의미하는 매매, 교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법부가 반드시 우리의 유권해석을 따를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이것이 정부의 의견이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그간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않다가 북한이 남북 연락 채널을 중단한 직후 이들에 대한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대북 저자세 논란에도 휩싸여 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이날 기자단에 보낸 대북전단 조치 관련 참고자료를 통해 "정부는 일관된 대북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그간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남북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해 나가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왔다"면서 "이번에 쟁점이 된 대북전단 살포는 남북교류협력법 반출 승인 규정 등과 남북이 중단에 합의한 판문점선언에 위배되는 행위다. 정부는 북측의 문제 제기 이전에도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을 검토해오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통일부는 '북한이 문제 제기를 하자 정부가 입장을 밝혔다'는 지적은 적절치 않다는 반박이었다.

아울러 통일부는 지난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으로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판문점 선언문 2조 1항을 보면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다. 당면하여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한다"라고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예측됐음에도 탈북민 단체를 제지하려는 것은 남북관계 경색을 풀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북한은 대남사업을 대적 사업으로 규정한 이유로 대북전단 살포 행위 방관을 들고 있기 때문에 양측의 대화가 재개되기 위해선 탈북민 단체 처벌 등 북측에 명분을 줘야 한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민주평통이 주최한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 6·15주역과 2030청년의 대화에 참석해 "북한은 좀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표정 바꾸고 나올 것"이라며 "당장 북한을 상대로 해서 무슨 일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지난 10일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단체의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하고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했기 때문에 일단 전단 살포 문제는 해결 국면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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