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6.19 18:50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김민희 교수

요즘 프로바이오틱스가 대세다. 건강기능식품군 중 성장세나 판매고가 압도적인 1위다. 이런 시장의 변화는 장내 미생물의 새로운 기능이 속속 밝혀지면서부터다. 예전엔 ‘변 잘 보게 하는 균’으로 역할이 한정됐지만 여러 연구를 통해 면역력을 높이고, 알레르기나 신경정신질환까지 개선되는 다양한 기능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장내에는 수조개의 장내미생물이 산다. 유익균 즉 프로바이오틱스는 서로 경쟁하며 유해균의 번식을 막고, 염증억제세포를 촉진시키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 몸안의 프로바이오틱스는 태어났을 때 가장 많은 수가 존재한다. 아기들의 변이 노란색이면서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은 바로 장내 세균 대부분이 유익균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육류 중심의 식생활과 항생제 사용 등 장내 환경이 나빠지면서 유해균이 늘고, 유익균은 급격하게 줄어든다.

이는 프로바이오틱스의 양도 필요하지만 유익균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장내미생물을 잘 먹여 살리는 것이 ‘프리바이오틱스’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장내미생물의 먹이역할을 하는 물질로 식품 중에는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최근 많은 연구를 통해 한약도 몸에서 프리바이오틱스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약 성분 중 상당 부분이 대장으로 이동해 장내미생물의 조성과 대사를 조절하고, 이 장내미생물은 한약의 성분을 변화시키는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이 같은 작용으로 장내미생물은 유해균의 증식을 막고 장 점막면역층을 방어하는 효과를 낸다. 실제 해외 논문에서 한약과 유산균을 함께 투여했더니 장내미생물 수가 늘어나 뇌 손상과 과민성장증후군 등 다양한 질환이 호전됐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한방에서는 위장과 상관없는 각종 호흡기질환, 알레르기성 질환에도 소화기능을 도와주는 한약을 많이 처방한다. 그동안 이 같은 사실을 현대의학적으로 해석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하지만 이제 장내미생물의 연구를 통해 이런 의문점들이 하나 둘 해소되고 있다. 다시 말해 감기나 알레르기 비염, 축농증, 아토피피부염 등에 한약이 쓰였을 때 프로바이오틱스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장 건강이 관련 질환 치료에 어떤 메카니즘으로 효과를 발휘하는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본 교실에서도 아토피피부염 환자에게 곽향정기산을 투여한 뒤 효과를 보는 임상연구를 하고 있다. 곽향정기산은 소화기 질환에 쓰는 한약이다. 만일 곽향정기산으로 아토피피부염의 증상이 좋아진다면 난치인 아토피를 치료하는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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