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툭하면 말 바꾸며 책임도 안지는 국토부…'몰염치의 극치'
[취재노트] 툭하면 말 바꾸며 책임도 안지는 국토부…'몰염치의 극치'
  • 남빛하늘 기자
  • 승인 2020.07.0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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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남빛하늘 기자]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제‧금융 혜택을 드리니 다주택자 분들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시면 좋겠습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017년 8‧2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청와대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김 장관이 언급한 ‘임대주택등록제’는 박근혜 정부 시절(2014년 2월) 처음 도입됐다. 다주택자들이 갖고 있는 전‧월세 물량을 풀어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였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뒤 나온 8‧2 대책에서 임대사업자의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 양도세 한시적 면제 등 혜택을 대폭 확대했다. 당시 정부는 김 장관의 인터뷰 영상을 청와대 공식 페이스북에 게재하는 등 임대사업자등록의 장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그 결과 2018년 전국 임대사업자는 40만7000명으로 2017년(26만1000명) 대비 약 56% 늘었다. 등록임대주택도 2017년 98만호에서 2018년 136만2000호로 39%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이후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오히려 임대사업자 증가를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임대주택사업 등록 시 생기는 혜택이 절세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서울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한 것. 당시 김 장관은 “임대등록 세제 혜택이 좀 과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조정하려고 한다”며 2018년 9‧13 대책부터 혜택을 조금씩 줄여왔다. 임대사업자 등록을 적극 홍보한지 1년 만에 말을 바꾼 셈이다. 민간 기업 같으면 최고경영자가 당장 사표를 쓰고 나갈 일인데도 김 장관은 책임을 지기는 커녕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담당 관료들이야 말 할 것도 없다.

이랬던 정부가 1년 반 만에 여당과 손을 잡고 또 다시 말을 바꾸려고 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임대사업 특혜 축소 3법’을 발의했다. 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다가구임대주택 종부세 과세표준 합산 배제 규정 조항 삭제 ▲주택을 2채 이상 임대 및 장기일반임대주택 소득세 감면 폐지 ▲임대 목적 공동주택 건축 등에 대한 지방세 감면 폐지 등 임대사업자의 세제 혜택을 사실상 전면 폐지하는 것이 골자다.

이쯤되면 정책의 일관성 유지나 예측가능성 확보는 커녕 완전히 거꾸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몰염치의 극치'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에 임대주택사업자들의 분노는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임대사업자분들이 무슨 죄인가요. 마녀사냥으로 몰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임대사업등록한 사람들이 토사구팽의 버려진 개는 아닌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하라고 할 땐 언제고 이젠 투기꾼으로 몰아가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이 같은 임대사업자 ‘때리기’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심교안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선진국은 임대사업자를 더 많이 지원해주고 대신 임대료 상승을 막는다”며 “임대사업자가 투자를 줄이면 결과적으로 서민이 더 어려워진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지난 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다주택자 세 부담을 강화하는 내용의 부동산 보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와 단기매매자 등에 세금을 인상하는 보유세·거래세 개편안을 이번 주에 발표하고, 공급 확대 등 대책은 1~2주 시차를 두고 별도로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6‧17 대책을 발표한지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앞뒤 말이 맞지 않는 정책을 계속해서 내놓는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는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임기 3년 2개월 동안 21번이나 내놓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마저 그들을 조롱하듯 폭등하고 있는데 말이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임대사업자들에게 한시적 양도세 혜택을 주는 등 퇴로를 마련해줘야 한다. 또 양질의 주택 공급을 늘리는 등 실수요자들을 위한 방안을 마련도 필요하다.

국민 10명 중 8명이 ‘집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반시장적인 수요 억제책만을 고수한다면 집값은 계속해서 치솟을 것이다. 그에 따른 무주택 서민들의 고통과 좌절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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