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영끌'했지만 아군 지자체장·의원에 '탈탈' 털린 23번째 정책
[취재노트] '영끌'했지만 아군 지자체장·의원에 '탈탈' 털린 23번째 정책
  • 남빛하늘 기자
  • 승인 2020.08.0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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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남빛하늘 기자] 정부가 ‘8‧4 공급대책’을 통해 서울‧수도권 내에 13만2000호의 주택을 추가 공급한다는 계획이 시작부터 ‘불협화음(不協和音)’을 내고 있다. 새롭게 아파트를 개발하기로 한 지역의 국회의원들과 지방자치단체장이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해당 지자체와의 면밀한 협의 없이 성급하게 정책을 내놓았다는 점이 여실히 확인된다.

신규 주택공급 예정지로 포함된 서울 노원‧마포구, 경기 과천의 단체장들은 대책이 나오자마자 줄줄이 입장을 발표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충분한 인프라 구축 없이 1만 세대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건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고,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마포를 주택공급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무리한 부동산 정책”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과천을 희생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한 뒤 정부가 아파트를 지으려는 과천청사마당 6번지에 ‘천막시장실’ 설치에 들어갔다. 장기전을 각오한 싸움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들은 모두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지만 정부여당의 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

해당 지역 의원들의 반발도 거세다. 마포구가 지역구인 정청래 의원은 “임대비율 47%인 상암동에 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느냐”고 반대했고, 노원구에 지역구를 둔 김성환‧우원식 의원도 “1만 가구 고밀도 개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정치인들 역시 모두 여당 소속이다. 같은 당 인사들에게조차 정책에 대한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점을 반증한다.

이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지역 주민들의 성토로 ‘쑥대밭’이 됐다. 한 청원인은 “도심 한복판에 4000호 규모 아파트를 건설한다는 계획으로 부동산 문제를 잡는 게 아닌 또 다른 문제가 발생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또 다른 이는 “임대비율이 40%가 넘어가는 상암동에 주택을 밀어 넣어 강남과 격차를 더 벌려 낙후된 지역을 만들지 말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3년 3개월 동안 이번 8‧4 대책을 제외한 22번의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지만, 집값 상승세는 비웃기라도 하듯 멈출 기미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에 마련된 공급대책에 대해 부동산 업계는 “그동안 ‘수요억제책’만을 고수하던 정부가 ‘공급확대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존 정책 원칙을 지키는 범위에서 영혼까지 싹싹 끌어 모아 마련한 듯 보이는 정부의 공급확대 방안이 사전에 지자체와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급조됐다는 점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이런 틈을 노려 정부 정책의 문제점만 부각하면서 지역 주민의 민심을 잃지 않으려는 여당 소속 인사들의 행태도 차기 총선을 고려한 ‘제스처’이자 볼썽사나운 ‘님비’가 아닐 수 없다.

신혼부부에게 ‘내 집 마련’은 평생의 소원이다. 서울에 사는 청년들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2년을 모아야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 이게 서민들의 현실이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일심동체(一心同體)’가 돼도 부족한 마당에 현실은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힘없는 서민들은 신뢰할 곳이 없어 답답할 따름이다.

더 늦기전에 정부와 지자체는 이번 공급확대 방안이 실효성을 갖도록 면밀히 협의하고 상호 이견을 조율해야 한다. 늘 강조하는 것처럼 ‘서민들의 주거안정’이 최우선이라면 투쟁보다는 협의와 협상을 할 때다.

지방의회 의원도 아닌 국회의원들은 더더욱 지역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한다. 국가와 민족의 앞날을 위해 양질의 임대주택이 확대 공급돼야한다는 대의를 실현하는데 끝내 방해세력으로 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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