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8.07 18:35

검사, 압수수색 영장 받으면 경찰에 사건 보낼 필요 없어…마약수출입·사이버 범죄도 검찰 몫

검경수사권 조정(사진=jtbc 뉴스 캡처)
검경수사권 조정(사진=jtbc 뉴스 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검찰권 축소를 골자로 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법무부는 7일 수사권 개혁을 위한 개정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의 대통령령 등의 제정안을 마련해 입법 예고했다. 개정 법령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입법예고는 당초 7월 초에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시행령 세부내용을 두고 법무부와 경찰의 논의가 길어졌다. 오랜 논의에도 양쪽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국무회의를 통해 확정되기 전까지는 세부 내용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검찰4급 이상 공무원·3000만원 이상 뇌물 등 사건 직접수사

우선 법무부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안'(형사소송법 시행령)에 검찰과 경찰의 협력관계에 대한 규정을 명문화했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중요한 수사절차에 대해 의견이 다를 경우 사전 협의를 의무화했고, 협력 활성화를 위해 대검찰청과 경찰청, 해양경찰청 간 정기적인 수사기관협의회를 두도록 했다.

수사 과정에서 인권과 적법절차 보장을 위해 '인권 보호 수사 규칙(법무부령)'과 '범죄 수사 규칙(경찰청 훈령)' 등에 별도로 규정돼있던 인권 및 적법절차 보장 방안을 수사준칙에 통일적으로 규정하고, 검사와 사법경찰관 모두가 이를 준수하도록 했다.

2022년부터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사의 증거능력 제한 규정도 시행될 예정이다.

또한 검사의 직접 수사 개시 가능 범죄는 4급 이상의 공무원이나 3000만원 이상의 뇌물 등으로 한정된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는 올해 초 개정된 검찰청법에 따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와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한정된 상태다.

당·정·청은 협의를 통해 ▲4급 이상 공직자 ▲3000만원 이상의 뇌물 사건 ▲5억원 이상의 사기·횡령·배임 등 경제 범죄 ▲5000만원 이상의 알선수재, 배임수증재, 정치자금 범죄 등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가능 범죄 범위를 구체화했다. 

법무부는 "개정령이 시행될 경우 검사 직접 수사 사건은 연간 총 5만여건에서 8000여건 이하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면서도 범죄 대응 역량에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며 "수사권개혁법안의 차질 없는 시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진=뉴스웍스DB)

경찰, 법무부 단독주관 형소법 지적…"검찰의 3종 만능열쇠 줘" 

경찰은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법 개정의 목적인 '검찰 개혁' 취지를 살리지 못하게 하는 '독소조항'이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경찰청은 7일 '입법예고안에 대한 경찰청 입장'을 통해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의 목적인 '검찰개혁'이라는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입법 예고 기간 중 개정 법률의 취지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수정하기 위해 총력·사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이 크게 반발하는 부분은 형사소송법 대통령령이 법무부 단독주관이라는 점과 검찰청법 대통령령이 검사에게 직접 수사를 확대할 수 있는 해석·재량권을 줬다는 것이다.

경찰은 형소법 대통령령이 법무부 단독 주관이라는 점, 검사가 압수수색 영장만 발부받으면 사건을 경찰에 보낼 필요가 없는 점, 지방검찰청장(지검장)에게 수사 개시 여부에 대한 판단권을 부여한 점을 '검찰의 3종 만능열쇠'라고 비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형사소송법 대통령령이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 단독 주관이라는 데 대해 "대통령령은 검사와 경찰에 공통 적용되는 수사 절차를 담고 있으니 당연히 두 기관의 공동주관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령에 마련된 수사준칙은 경찰과 검찰 간 입장이 다른 쟁점 상당수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아 실무적용 과정에서 이견 발생이 불가피하다"며 "법무부 단독 주관 시 일방적 유권해석으로 자의적 개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갈등이 생겼을 때 법무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따르라고 하고 안따르면 직무유기로 입건도 가능해진다"며 "법의 취지가 좋다 하더라도 향후 법무부 장관이 어떤 분이 오시느냐에 따라 일방적으로 결정 가능해지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은 특히 수사와 관련된 준칙을 정하는 대통령령인만큼 오히려 경찰이 소속된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지정하는게 맞는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인만큼 경찰이 단독주관이 돼야 타당한 것 아니냐는 주장을 협의과정에서 꾸준히 해왔다"며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영미법은 당연히 내무부 또는 경찰이 수사준칙을 정하고, 심지어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인정되는 프랑스조차도 총리령에서 공동준칙을 두고 있다"고 국외사례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이번 안은 지난 2월부터 법무부와 행안부 등 관계기관의 협의를 거쳐 마련됐다"며 "수사준칙 형사소송법의 소관부서이자 법령해석기관인 법무부의 소관임이 명백하나 경찰 주장을 일부 수용해 '해석 및 개정은 법무부 장관이 행안부 장관과 협의하여 결정'하도록 정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 외에도 ▲검사의 재수사 요청에 따라 경찰이 재수사한 이후 검사가 사건의 송치를 경찰에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점 ▲재수사 요청 기간 90일이 지난 이후 검사가 언제든지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점 ▲경찰에서 수사 중지한 모든 사건을 검사에게 보내도록 한 점 등을 '독소 조항'으로 꼽았다.

특히 압수수색 영장을 받으면 검사가 경찰에 사건을 보낼 필요가 없다는 조항에 대해 "검사는 주관적인 의심만으로 범죄 사실을 부풀려 수사 개시 범위에 해당하는 사건인 것처럼 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을 수 있다"며 "이는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무제한 확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약이 경제범죄, 사이버가 대형참사?…대통령령 통해 검찰권 확장

개정된 검찰청법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축소하기 위해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 6개 범죄를 한정했다.

이번에 마련된 대통령령은 마약 수출입 범죄를 경제 범죄에,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에 대한 사이버 범죄를 대형참사 범죄에 포함해 검사의 수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마약범죄는 경제범죄가 아니라 명백히 보건·치안형 범죄"라며 "경제적 수익이 뒤따르는 차원에서 경제범죄가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리 따지면 절도 강도 공갈 등 모든 범죄가 경제범죄에 해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이버 범죄에 대해서도 "대형참사가 검찰의 수사대상에 들어간 경위가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사회적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그 정도는 검찰도 수사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였다"며 "하지만 업무방해의 일환인 사이버 테러 범죄가 대형참사에 준한다고 볼수는 없는 것이며 비약이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이버 범죄에 대응하는 역량만 보더라도 경찰은 17개 경찰청에 25개 전문수사팀, 2000여명의 수사인력을 갖춘것과 달리 검찰은 100여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대통령령은 검사의 수사 개시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재량권을 지검장에게 부여했다.

경찰청은 "검찰의 직접 수사는 지방검찰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지검장은 소속 검사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진다"며 "지검장에게 수사 개시 여부에 대한 판단 권한을 주면 검찰 통제가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대통령령이 검사의 권한을 다수 신설해 검찰권을 확장하고, 경찰의 수사 종결권을 의미 없게 만들었다"며 "경찰과 검찰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개정된 형사소송법 시행령과 검찰청법 시행령은 입법예고 기간 40일 동안 관계부처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게 된다. 

수사 축소에 대한 검찰 내부 반발에 이어 경찰 또한 시행령에서 검찰 수사 확대의 여지를 남겼다고 불만을 제기하면서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검·경 모두 불만 내비칠듯…입법 예고 기간동안 치열한 공방 예상

경찰은 이 같은 '독소조항'에 대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수정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수사권 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불만이 내부에서도 매우 크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입법예고안은 법개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경찰청은 향후 입법예고 기간동안 이를 수정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 다 할 예정"이라며 "특히 법리에 벗어났다고 판단하는 부분들은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최종적으로 대통령령에서 수정·삭제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검 관계자는 "형사사법 집행기관의 책임을 강화하고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이 충분히 반영돼 있는지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며 "검찰은 국민의 안전과 인권 보호, 국가적 범죄대응 역량에 빈틈이 없도록 향후 절차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늦어도 10월초쯤 국무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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