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8.09 12:30

"편향된 평가를 받는 친정권 검사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이런 행태 우려스럽고 부끄럽다"

(사진=YTN 뉴스 캡처)
문찬석 광주지검장. (사진=YTN 뉴스 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지난 7일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좌천성 발령을 받아 사직 의사를 밝힌 문찬석 광주지검장(24기)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 관련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사법참사'라며 정면적으로 비판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 지검장은 8일 오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를 남기고 "중앙지검 수사팀은 치명적인 잘못을 범했다"며 "검사 26년째입니다만 강요 미수죄라는 사건이 이렇듯 어려운 사건인지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상 최초로 검찰청법에 규정된 총장의 지휘감독권을 박탈하는 위법한 장관의 지휘권이 발동됐는데 그 대상 사건의 실체가 없는 것 같다"며 "이 정도면 사법참사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라며 꼬집었다.

그러면서 "장관께서는 5선 의원과 여당 대표까지 역임하신 비중 있는 정치인이다. 이 참사는 누가 책임져야 하나"고 반문했다.

문 지검장은 전날(8일) 단행된 검찰 인사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이번 인사에 관해 언론으로부터 '친정권 인사들'이니 '추미애의 검사들'이니 하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이런 행태에 대해 우려스럽고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또한 "검사는 참과 거짓을 가려 진실을 밝히는 것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소명"이라며 "참과 거짓을 바꾸려하는 것은 이미 검사가 아니다. 참과 거짓을 밝힐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검사의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요직에 호남 출신 일색으로 인사가 단행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호남출신인 저와 김웅이 눈에 가싯거리가 됐다"라며 "김웅은 국회의원으로서 여의도에서, 저는 변호사로서 서초동에서 제 남은 역할을 다 하려 한다"고 말했다.

최근 거듭된 논란을 생산하는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그는 "중앙지검 수사팀은 치명적인 잘못을 범했다"며 "기소된 범죄사실을 보면 단순하기만 한데, 온 나라를 시끄럽게까지 하면서 수사팀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의혹을 생산해내는 이런 수사는 처음 봤다. 급기야 '서초동 뎅기열 사건'이라는 조롱까지 받는 천박한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문 지검장은 지난 2월10일 총선을 앞두고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공개 비판한 것에 대해 "검찰의 지휘체계가 무너져갈 것을 우려해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이라며 "그 누가 총장이었다 하더라도 같은 행태가 있었다면 저는 역시 그와 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좀 더 남아있어줄 수 없느냐며 만류하신 총장께는 미안하다"며 "남은 임기 1년은 일선과 직접 소통하면서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걸맞는 새로운 검찰 역할과 방향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마무리했다.

한편 문 지검장은 지난 7일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전보됐지만 당일 법무부에 사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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