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09.01 17:48

향후 최대 5년 이상 사법 리스크 지속…재판 장기화 시 총수 역할 약화로 '전략적 결정' 악영향 우려

이재용(왼쪽 두 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세메스 천안사업장을 찾아 주요 경영진과 함께 사업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왼쪽 두 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30일 세메스 천안사업장을 찾아 주요 경영진과 함께 사업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불구속 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삼성의 경영 불확실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도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투자와 경영을 이어왔지만, 향후에는 사법 리스크 장기화로 인한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1일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총수인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핵심 관련자 총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말부터 시작된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와중에 새로운 사건으로 기소되면서 사법 리스크가 한층 커졌다. 재판 절차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최대 5년 이상 사법 리스크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현재까지 3년 6개월째 국정농단 사건의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긴 재판을 거쳐 지난해 8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했고, 현재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이번에 기소된 삼성그룹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도 혐의가 복잡하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2년에 걸쳐 50여 차례 압수수색, 삼성 임직원 110여명에 대한 430여회 소환조사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해왔다.

법정에서도 검찰과 삼성 측은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며, 재판 역시 장기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에서는 재판이 길어지면 삼성이 총수 역할 약화로 인한 경영위기를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상적 경영 활동은 전문경영인(CEO) 중심으로 추진할 수 있지만,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등 전략적 결정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가전 판매동향을 살펴본뒤 "올해 4분기부터 글로벌 가전시장에서의 어려움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내년은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 상황이 우려되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기업의 본분은 고용창출과 혁신, 투자"라며 대규모 투자와 고용을 진행해왔다.

삼성은 지난 2018년 8월 경제 활성화와 신산업 육성을 위해 향후 3년 동안 총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신규 채용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당초 목표했던 180조원 투자 중에서 국내 예상치였던 130조원을 초과했으며, 4만명 채용 계획은 현재 80% 수준을 완료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기소되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던 반도체, 스마트폰 등 삼성의 주력사업 실적은 낙관할 수 없는 처지며, 글로벌 경영환경은 그야말로 '시계 제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속 상황은 면했지만 총수의 경영에 공백이 발생하면서 삼성의 부담감이 상당할 것"이라며 "이렇듯 기업 죽이기에 혈안이 돼 있다면 우리 경제는 내리막을 걸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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