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0.09.02 16:31

"직고용 끝난 소방대 211명, 야생동물 통제인력 30명 수용하면서 검색종사자 1902명 직고용 반대하는 이유 뭔가"

구본환 인천국제공항 사장 (사진=손진석 기자)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일 자사 임직원들에게 논란이 불거진 '비정규직 직접고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간 인천공항공사가 추진해 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노조의 동의를 얻은 상태에서 정상적 절차를 밟아 진행했다는 것이 골자다. 

최근 인천공항공사가 비정규직을 직접고용하는 것은 현직자들과 인천공항공사 취업준비생들에게 '역차별'이라는 일각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더해 직고용 과정에서 치러진 공개경쟁채용을 통과하지 못한 47명이 해고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인천공항공사 노조는 8월 26일 성명서를 통해 "'인국공 사태'의 책임은 3년간 진행된 노사전문가 합의 사항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인천공항공사와 정부에 있다"고 주장하며 "정규직 전환을 중단하고 원점부터 재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구 사장은 이날 발표한 'CEO 담화문-직고용, 이제는 마무리할 때입니다'를 통해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절차는 지난 2017년 7월 정부가 내놓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추진되어 왔다. 특히 이때 보안검색 등 생명·안전업무는 직고용하는 것으로 정부 방침이 정해졌다"며 "인천공항공사는 이러한 정부 방침에 따라 2017년부터 노·사·전문가 협의회를 구성해 3년간 130여 차례 회의 등을 거쳐 직고용에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조는 직고용에 합의한 바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간 여러 합의문서, 회의록 등에 실증적 증거가 남아있다. 법무법인의 자문 결과도 이를 확인해줬다"고 분명히 했다. 

구 사장은 직고용 채용 절차 등과 관련된 지적에 대해 "직고용 채용 절차나 채용 기준도 노조와 함께 지난 2018년 12월 결정했다. 노조도 이때 합의안에 서명했다"며 "직고용 경쟁채용은 노·사·전 합의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추진됐다. 이 과정에서 생긴 탈락자 47명은 안타깝지만, 이미 노·사·전 협의회에서 탈락자 구제를 배제하기로 결정한 바 있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유독 보안검색요원들의 직접고용에 거세게 반대하는 이유도 캐물었다. 구 사장은 "최근 직접고용이 끝난 소방대와 야생동물통제 요원에 대해서는 수용하면서 유독 검색종사자들의 직고용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혹시 제1노조의 지위를 위협할까 우려하기 때문이라면, 국민과 언론의 큰 비판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접고용 대상인 소방대원은 211명, 야생동물통제 요원은 30명인데 반해 보안검색요원들은 1902명에 달한다. 현재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원은 1300명가량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된 보안검색요원 등이 노조를 결성한다면 제1노조 자리에서 밀려나게 된다. 

또한 구 사장은 "비정규직 직고용은 정부의 정규직 전환 방침과 노·사·전 협의에 따라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며 "직고용은 시대적 소명이다. 더 이상 피하거나 늦출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수용하고 동참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구 사장은 노조 측에 '대화에 동참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그간 정부, 국회, 언론, 보안검색 종사자 등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했지만 정작 임직원들과의 대화와 토론은 이루어지지 못했다"며 "소모적인 비난과 반대를 멈춰달라"고 당부했다. 

[구본환 사장 CEO 담화문 전문]

임직원 여러분!

이제 무더운 여름이 가고 9월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이 했습니다. 오늘 저는 우리공사가 직면한 직고용 현안에 대하여 좀 더 자세히 말씀을 드리고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자 합니다.

주지하다시피, 코로나 확산으로 여객수요 격감, 항공업계와 공항산업 생태계 붕괴 위험, 대규모 적자 발생 등으로 전대미문의 경영위기 상황에서 우리공사는 직고용 갈등까지 창사이래 가장 어렵고 힘든 내우외환의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연말까지 예상적자가 무려 4,300억원 이상 발생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ACI, IATA 등의 전망에 의하면 향후 항공수요회복에는 앞으로 4년 정도 소요된다고 하지만 이마저도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이제 20년간 우리가 걸어왔던 고성장 시대는 끝나고 저성장 등 New Normal 시대로 진입했습니다.

이러한 내우외환 극복을 위해 우리 모두 힘을 합쳐도 모자라는 엄중한 시기에 우리공사는 직고용 사안에 따른 갈등과 대립에 파묻혀 있습니다. 참담한 심정입니다. 이대로 대립과 반목이 지속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당장 조직, 인력, 사업 등 경영전반을 되짚어 제2단계 비상경영을 선포해야만 하는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 직고용 등 정규직전환은 2017년 7월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 라인」에 따라 추진되어 왔으며, 특히 이때, 보안검색 등 생명·안전업무는 직고용하는 것으로 정부방침이 정해진 바 있습니다. 

최근 정규직 전환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하여 정부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 천명하였고 임직원 여러분도 확인했을 것입니다.

현재, 정부의 방침에 따라 전체 공공부문 18만여명이 직고용 등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마무리단계에 있습니다. 물론, 우리공사도 지난 6월말 비정규직 제로(zero)화 시대를 열었습니다만, 이제, 직고용을 마무리해야 할 주요 공기업은 우리공사만 남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공사도 이러한 정부의 방침에 따라 2017년부터 노·사·전문가 협의회를 구성하여 3년간 130여 차례 회의 등을 거쳐 구체적인 직고용을 합의하였습니다. 노조는 직고용을 합의한 바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간의 여러 노·사·전 합의문서, 회의록 등에서 합의한 실증적 증거가 있고, 2개 법무법인의 자문결과도 이를 확인해 주었습니다.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은 멈출 때입니다. 

지난번 알려드린대로 공사는 합리적인 직고용방안 마련을 위해 두달 가까이 정부, 국회, 언론, 보안검색 종사자 등 다양한 계층에 대해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 직원들과의 대화와 토론은 수차례 제안에도 불구하고 아예 이루어지지 못하였습니다.

노조를 위시하여 이성적 대화보다는 무조건적인 반대와 무차별적 비난이 난무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공사내부의 자료가 외부에 무단 유출되기도 했습니다. 경영활동에 지장을 주고 조직기능에도 훼손을 가하는 해사(害社)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대화와 토론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각 본부 등 조직별 직원의견을 수렴하여 제출한 서면자료를 검토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그동안 추진해온 직고용을 재검토할 만한 중대한 문제나 결함 등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직원여러분이 제시한 보안검색 직고용 반대이유는 대부분 청원경찰제 도입반대, 노노갈등 초래, 총액인건비 상승 등 입니다. 청원경찰은 직원 여러분 가운데 한명도 포함되지 않고 당사자인 검색종사자만 관련된다는 점에서 주객전도(主客顚倒)의 소지도 있습니다. 나머지도 우리 내부적 성격의 문제이지 정부정책 등을 재검토할 만한 중대한 사유로 보기에는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임직원 여러분!

그동안, 직고용에 대한 외부의 각계 의견파악과 사회적 논의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의문점과 지적이 제기되었습니다. 차제에 되씹어 생각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최근 직고용이 완료된 소방대(211명)와 야생동물 통제(30명)에 관해서는 이를 수용하면서 유독 검색종사자(1902명)의 직고용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혹시 제1노조라는 ‘지위변동’을 우려하기 때문인가? 이것이 주된 이유라면 국민과 언론의 큰 비판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둘째, 직고용 채용절차나 기준이 사회적 비난을 받을 만한 중대한 잘못이 과연 있었나?

우리공사가 추진하는 직고용 채용절차나 채용기준은 우리공사 노조가 적극 참여하여 ’18.12월 2기 노·사·전 협의회에서 결정했습니다. 기존 종사자의 고용안정, 경험과 전문성을 고려하고 외부 개방을 통한 공정·공개경쟁 도입도 고려한 절충적 결정이었습니다.

당연히 공사노조도 이때 합의서에 서명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취업준비생과 언론이 직고용 채용을 불공정 차원에서 비판하자 공사노조는 이러한 채용절차와 기준결정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듯이 취준생의 주장에 동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우리공사는 노사전 합의에 따라 직고용 경쟁채용 등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추진하였습니다. 이 결과 소방대, 야생동물통제 등 기존종사자 가운데 47명의 탈락자가 발생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들 탈락자에 대해 안타깝고 가슴이 아픕니다. 이미 2기 노사전 협의회에서 탈락자 구제를 배제하기로 결정한 바 있어 어쩔 수 없는 심정입니다.

셋째, 우리공사의 인적 구성은 주로 일반직 채용으로만 충원되어야 하나?

이미 직고용이 완료된 소방대나 야생동물통제 인력은 방재안전직으로 구분되어 여러분과 인사, 조직, 보수 등이 분리적용됩니다.

보안검색종사자도 청원경찰 신분의 보안검색직으로 분류되고, 별도로 가칭 “보안검색단”을 설치하여 조직, 인사, 예산, 보수 등이 분리되고 자율 책임경영을 보장하는 준독립조직(Agency 또는 사업부제)으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참고로, 우리공사도 과거에 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 시절 공항건설에 기여한 많은 사람들이 계약직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정부기관인 국토부의 경우도 직원채용경로가 5급공채(행시), 각 직급 특채, 7급공채, 9급공채 등 다양하며, 직렬도 행정, 각 기술 등 다양합니다. 국토정보지리원 등 일부기관은 책임운영기관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인적 자원으로 구성되고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노력과 성과에 따른 보상을 보장해주는 기업이 되어야 우리공사가 글로벌 무대에서 초일류 공항산업 리딩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정 동일집단으로만 구성되는 순혈조직은 건전하지 못하고 결국 쇠퇴하기 마련입니다. 자연이나 생태계의 이치이기도 합니다.

넷째, 최근에 청년 53개 단체가 우리공사 노조에 대해 비판한 “정규직 신분제”,“신분사다리” 지적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까?

분명히 청년단체들이나 일각에서 비판하는 것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인국공 신분제”,“인국공 캐슬”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공사의 브랜드 가치, 선호도, 경쟁력 등이 만들어 낸 결과물 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공항이 세계적인 공항으로 발전하는데는 여러분의 노력과 헌신도 있었지만, 다른 많은 분들의 피와 땀, 열정도 있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합니다.

먼저, 정부는 긴 안목을 가지고 동북아 허브공항 육성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정책적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우리공사를 만들고 100%지분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주주입니다. 우리공사는 국영기업으로서 정부의 정책을 따라야할 의무가 주어져 있습니다.

한편, 개항초기부터 거의 대부분 업무가 외주화된 뒤 1만여명의 용역사 직원들의 헌신과 노력도 높게 평가해야 할 것입니다. 이들은 현장에서 우리의 공항을 지키고 오늘날 우리공항 발전에 크게 이바지 한 분들입니다.

돌이켜 보면, 보안검색처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업무가 외주화 된 것은 위험하고 과도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이러한 업무 종사자를 직고용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입니다.  

임직원 여러분!

우리는 One Airport의 목표아래 우리 공항가족을 포용하여 Going together, Working together, Flying together를 실현해서 글로벌 공항산업의 선두기업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만약 배타적, 특권적 기득권과 집단이기주의에 빠져든다면, 20∼30년전에 우리 공항 선배가족들이 배를 타고 영종도를 오가면서 열린 마음으로 헌신했던 피와 땀, 도전과 창의정신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상기하고 당부드립니다

우리가 추진해야 하는 직고용 과제는 3년전 정부의 정규직 전환 방침과 노사전 협의 등을 거쳐 일관되게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가 직고용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하여 기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 재천명한 사실을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의 직고용은 시대적 소명입니다. 더 이상 피하거나 늦출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기도 합니다. 도도히 소리없이 흐르는 큰 강물을  막을 수 없듯이(大河無聲), 우리는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수용하고 동참해야 합니다

다른 공기업들도 직고용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힘차게 뛰어 가고 있습니다. 정규직 전환을 맨 먼저 추진했던 우리공사가 맨 마지막에 마무리하는 대열에 서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추진하는 직고용은 완벽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추진과정상 예상되는 문제점이나 과제는 정부의 중앙컨설팅단의 자문과 의견수렴을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가겠습니다.  

임직원 여러분, 더 이상 내부를 병들게 하고 분열시키는 소모적인 비난과 반대를 멈추고 냉철하고 합리적인 행동과 판단에 따라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함께 동참해주기를 바랍니다.

2020. 09. 02.

사 장   구 본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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