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대청 기자
  • 입력 2020.09.18 23:30

300억 누적매출 올린 '나 혼자만 레벨업'…한 달 매출 16억 '전지적 독자 시점'

웹소설 플랫폼 모바일 앱. 왼쪽부터 네이버시리즈, 카카오페이지, 문피아. (사진=모바일 앱 갈무리)
웹소설 플랫폼 모바일 앱. 왼쪽부터 네이버시리즈, 카카오페이지, 문피아. (사진=모바일 앱 갈무리)

[뉴스웍스=장대청 기자] 바야흐로 웹 콘텐츠 전성시대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 바람에 온라인 연재 콘텐츠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 중에도 '웹소설'은 현재 웹툰과 함께 가장 잘나가는 웹 기반 콘텐츠다. 

웹소설은 말 그대로 웹 환경에서 볼 수 있는 소설이다. 1990년대 PC통신소설, 2000년대 인터넷 소설의 명맥을 잇는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온라인에서 연재되는 글 기반 콘텐츠라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다. 

스마트폰 환경에 최적화된 웹소설들은 빠르게 사건을 전개해나가며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주력한다. 영상, 만화와 달리 글이란 매개체가 주는 '상상력'이 가장 큰 무기다. 판타지, 로맨스, 무협, SF 등 장르소설이 중심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웹소설은 한 편을 3~5분 안에 볼 수 있는 '스낵컬처'다. 편당 가격이 100원~200원 수준이어서 금전적 부담도 적다.

콘텐츠 시장의 유행인 '원소스 멀티 유즈(OSMU)'에도 잘 어울린다. 원소스 멀티 유즈는 하나의 원천 지식재산권(IP)을 웹툰, 드라마, 영화, 게임 등 여러 플랫폼에서 재생산하는 것을 일컫는다. 성균관 스캔들, 구르미 그린 달빛, 김비서가 왜 그럴까 같은 웹소설 원작 드라마들은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가장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웹소설 시장의 규모는 5000억원 수준이다. 2014년 200억원에서 25배 넘게 성장했다. 현재 언택트 바람 속 시장 수익은 더 큰 규모로 성장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콘진원은 올해 초 웹소설 시장 규모를 새로 측정하기 위한 사업에 착수했다.

◆웹소설 하나로 누적 매출 300억

혼자서 300억원을 벌어들인 대형 웹소설도 탄생했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연재된 현대 판타지 장르 웹소설이다. 현실과 다른 차원의 게이트에서 마물들을 사냥하는 '헌터' 성진우의 이야기를 다룬 이 소설 IP는 올 7월 기준 국내외에서 300억원의 누적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웹소설 누적 조회 수는 4억3000만건, 열람자 수는 500만명에 달한다. 

또 다른 인기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지난 6월 웹툰 공개와 함께 한 달 만에 16억원을 벌어들였다. 단일 IP로는 기록적인 매출이다. 작품의 누적 조회 수는 1억건을 넘어섰다. 누적 매출 100억원, 누적 구독수 238만건을 달성한 카카오페이지 웹소설 '템빨'도 있다.

누적 매출 300억 '나 혼자만 레벨업', 한 달 매출 16억 '전지적 독자시점' 웹툰 버전 일러스트. (이미지제공=카카오페이지, 네이버웹툰)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웹소설 산업에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언택트 대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웹소설 산업은 작품을 공급하는 작가(공급자), 작가를 관리하고 중간고리 역할을 하는 CP 업체, 소비자에게 작품을 직접 공급하는 플랫폼으로 구성된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한 시장은 플랫폼 사업의 영역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웹소설을 IP 콘텐츠 사업의 핵으로 삼을 계획이다. 현재 '전지적 독자 시점', '재혼황후', '장씨세가 호위무사' 등 네이버 시리즈의 인기 웹소설들은 연달아 웹툰으로 변신해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했다. 카카오페이지는 하나의 IP를 드라마, 영화, OST,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 포맷으로 확장해 나가는 사업 '글로벌 IP 유니버스 프로젝트'의 첫 주인공으로 웹소설 '사내 맞선'을 선택했다. 

문피아와 조아라 등 원조 웹소설 플랫폼들도 대기업 진출에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았다. 문피아는 지난 2018년 엔씨소프트와 CLL로부터 25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기반을 마련했다. 조아라는 9월 18일 카카오페이지와 함께 웹소설 공모전 개최를 발표하는 등 공존의 형태를 갖췄다.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플랫폼도 있다.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는 지난 7월 76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래디쉬는 소프트뱅크벤처스, 네이버웹툰 등의 초기 투자를 받아 창업한 회사로 영미권 시장에 모바일 특화 웹소설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억대 웹소설 공모전도 줄지어

플랫폼들은 모기업 지원과 매출 성장에 힘입어 마련한 자금을 새로운 IP 확보를 위한 원동력으로 쓴다. 

공모전은 새 작가를 발굴할 가장 좋은 기회다. 히트 IP와 작가 확보는 플랫폼 영향력 확대의 지름길이다. 이에 웹소설 공모전 상금 규모는 나날이 커지는 중이다. 

네이버는 총상금 15억원이 걸린 '지상최대공모전'을 열고 있다. 웹소설 부문 상금만 해도 8억2000만원이다. 역대 최대 규모다.

문피아가 지난 3월 개최한 '대한민국 웹소설 공모전'의 총상금은 3억4000만원이다. 대상을 받은 오정 작가의 '신입사원 김철수'는 1억2000만원을 타갔다.

웹소설 시장 진출을 타진 중인 원스토어는 판타지·무협 웹소설 공모전에 1억7000만원을, CJ ENM은 웹툰·웹소설 공모전에 1억원을 상금으로 내걸었다. 

네이버 '지상최대공모전'과 문피아 '대한민국웹소설공모대전' 포스터. (사진=네이버, 문피아)

플랫폼들은 작가 생태계 진화에도 힘쓴다. 문피아가 운영하는 웹소설 창작아카데미 '문피아 아카데미'는 지난 7월 대학교 문예창작학과들과 함께 웹소설 전공자반을 개설했다.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는 웹소설가 지망생이 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당분간 웹소설의 인기는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웹소설 IP 기반 웹툰, 드라마, 게임들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의 계단', '사내맞선',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등 웹소설 원작 드라마들은 초기 작업에 들어갔다. '말단병사에서 군주까지'는 게임화를 확정했다. 웹소설 IP들은 오디오드라마, 영화를 비롯해 더 넓은 생태계 확장도 노리고 있다.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부회장이기도 한 '요삼' 임허규 작가는 뉴스웍스와 한 인터뷰에서 "웹소설의 미래는 밝다"라며 "이야기는 모든 것의 기준이 된다. 웹툰, 드라마, 영화 업계 모두 재미있는 원작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새로운 이야기는 항상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2, 3차 창작물이 생기면 앞으로 해외 진출도 용이해질 것이다. 웹소설은 '원 소스 멀티 유즈'에 최적화된 콘텐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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