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11.18 20:00

강동경희대병원 흉부외과 조상호 교수

대동맥은 우리 몸에서 가장 굵은 혈관이다. 성인의 경우, 직경이 3㎝ 내외로 심장에서 시작해 머리(상행 대동맥)에서 가슴(하행 흉부 대동맥), 배(복부 대동맥)를 지나 양쪽 다리를 지나간다. 심장에서 분출된 혈액은 고속도로와 같은 이곳을 통해 온몸의 장기로 전달된다.

대동맥 질환은 대부분 생명을 다툴 정도로 심각하다. 고령화와 고혈압, 고지혈증 등이 주범이다. 문제는 혈관에는 신경조직이 없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대동맥이 확장돼도 쉽게 발견되지 않아 대동맥 파열이나 대동맥박리 같은 중증으로 이환돼 생명을 잃기도 한다.

대표적인 대동맥 질환이 ‘대동맥류’ 또는 ‘대동맥 확장증’이다. 일단 발생하면 약물치료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미리 확장된 혈관의 최대 직경을 측정해 스텐트를 삽입하거나 수술을 하게 된다.

대동맥 중에서도 심장에서 시작되는 2~3㎝ 부위를 ‘대동맥 근부’라고 한다. 대동맥 근부확장증은 다른 부위가 확장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심장에 산소와 혈액을 공급해 주는 관상동맥이 시작되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동맥 파열이나 박리가 발생하면 급사할 가능성이 높고, 대동맥 근부가 확장하면 인접한 대동맥 판막 주위의 조직이 늘어나 판막역류증으로 인한 심장기능부전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도 대동맥류가 파열되면 80%는 급사하고, 살아남은 20%의 절반 이상도 병원 도착 전 사망한다.

따라서 대동맥 근부를 포함한 상행대동맥은 증상이 없어도 직경이 5.5㎝ 이상으로 늘어나면 합병증 예방을 위한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대동맥 근부확장증은 마르팡증후군(결합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질환), 또는 이엽성 대동맥판막증 환자에게 많다. 조직의 일부가 선천적으로 약해진데다 고혈압으로 혈관이 늘어나 탄력을 잃기 때문이다.

특히 마르팡증후군 환자가 고위험군이다. 이들 환자의 대동맥확장증은 조기 발견을 통한 빠른 치료가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다. 따라서 대동맥 합병증의 가족력이 있거나, 대동맥판막 역류증이 악화한 경우, 또 지난 1년간 확장속도가 빠른 경우엔 혈관 직경이 5㎝ 미만이어도 (>4.5㎝) 예방적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국내 마르팡 환자는 증가추세다. 2006년 인구 10만명 당 0.90명의 유병률은 2013년 2.27명, 2019년 3.02명으로 늘어났다. 환자수로는 지난해 1570명을 기록했다. 연령대를 보면 10대 환자와 40대 이후 환자들이 증가해 향후 대동맥 근부확장증의 유병율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술 기법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대동맥 근부확장증 환자에게 주로 '벤탈 수술'을 했다. 대동맥 판막과 근부를 함께 교체해주는 수술이다. 대동맥 판막의 섬유화 또는 석회화 등 변성이 심하지 않은 환자에게도 수술부위 출혈과 높은 수술 사망률 때문에 기계판막과 인조혈관을 조합해 만든 복합도관으로 판막과 대동맥을 통째로 바꿔줬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동맥 판막 기능은 보존하면서 확장된 대동맥 근부만을 치환하는 수술(판막보존형 근부치환술, 근부재건술)을 많이 시행한다. 기술과 재료가 발전한 덕이다. 벤탈 수술과 비교해 수술 사망률이나 장기적인 예후에 큰 차이가 없다.

항응고제를 복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벤탈 수술은 평생 항응고제에 의존해야 한다. 반면 은 환자가 자가판막을 보존할 수 있는 판막 보존형 근부치환술을 받으면 항응고제의 부작용에서 자유롭고, 수술 후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선천적 요인이 아닌 특발성 대동맥 근부확장증은 고령자에게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기계판막 대신 조직판막을 이용해 ‘변형된 벤탈 수술’을 시행한다.

대동맥 수술은 고난도의 수술인 만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대동맥 근부수술은 발병 원인과 대동맥의 확장 상태를 면밀히 분석해 수술시기를 잘 선택해야 하고, 수술 전 CT나 경식도 심장초음파 등 검사를 토대로 대동맥 근부의 구조적 관계를 철저히 평가해 환자맞춤식 수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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