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12.08 16:49

"벤치마킹한 영국 기업과실치사법과 의무 주체·중과실 유무·도급관계 의무·손해배상 등에서 명확한 차이"

(자료제공=한국건설산업연구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과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 주요 항목 비교. (자료제공=한국건설산업연구원)

[뉴스웍스=남빛하늘 기자] 지난 6월 발의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8일 '국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과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 비교 분석' 보고서를 통해 "국내의 환경과 건설업의 특성을 고려한 신중한 법안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건산연은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을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산업별 특성과 환경이 다르고 이미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다양한 제도와 법률이 운영되는 건설산업의 경우 법안의 제정과 적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의 핵심은 사망사고 등의 중대재해 감소를 위해 기업의 과실 여부에 따라 기업 범죄 법인과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형사 책임을 포함한 강력한 처벌을 부과하는 점이다.

법안에 따르면 경영책임자는 사망사고 시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고, 법인은 1억원 이상 20억원 이하의 벌금 또는 매출액의 10분의 1 범위에서 가중 벌금, 영업 취소 등의 제재를 부과받을 수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도 가능하다.

본 법안은 2007년 제정된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산업 재난 예방과 기업의 안전문화 인식 제고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의무 주체, 중과실 유무, 도급관계 의무, 손해배상 등에서 명확한 차이가 있다.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에서는 사망사고에 대한 경영진이나 실무자 개개인의 주의 의무 위반 여부가 아니라, 조직체 관리와 조직 방법의 적절성 여부가 범죄 성립의 주요 요건이다. 기업과실치사법 제18조에서는 피해자의 사망 책임이 조직체의 구성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고사망자 수 감소율에서도 큰 효과가 없었다.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은 2008년 시행된 이후 2017년까지 총 25건의 처벌 사례가 있다. 기업과실치사법 도입 이후 영국의 건설업 사고사망십만인율은 2008년 2.04에서 2017년에 1.60으로, 연평균 3.3% 감소해 법률이 제정되기 전인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2.6% 감소율과 큰 차이가 없다.

손태홍 건산연 연구위원은 "건설산업은 최근 건설현장 화재 안전 대책 등의 조치에 따라 법적 처벌과 경제적 제재가 한층 강화되고 있어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사망사고 방지 의무 수준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추가적인 제도나 법률의 운용도 필요하지만, 안전관리 고도화를 위한 기업의 투자와 현장 인력의 안전수칙 준수 등도 동반돼야 안전한 건설산업의 근간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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