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1.03.12 20:10

"경찰은 자발적 권력수사 못할 것…검찰개혁, '국민' 아닌 '정권'에 중심 뒀다"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첫 시험대에 올랐지만,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에 대해서는 지난 2일 LH 투기 의혹이 제기되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뒤늦은 압수수색에 들어가 자료 삭제 시간을 줬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고, 공수처는 지난 3일 검찰로부터 이첩받은 김 전 차관 사건 처리 여부를 두고 9일간 자료 검토를 거친 뒤 결국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해 수사에 있어서 시간을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찰과 타 수사기관 간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이렇게 복잡하거나 권력이 엮인 수사는 검찰이 하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바른미래당 대변인을 역임했던 강신업 변호사는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속성과 과감성을 바탕으로 한 결단"이라며 "경찰은 이런 수사(중대범죄 수사)를 해본 적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은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전수조사를 지시했기 때문에 '감히' 수사를 못 들어갔었다. 경험이 없고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라며 "검찰을 오만하고 엘리트주의에 찌들어있다 하는데, 엘리트이기 때문에 권력 대상 수사를 들어갈 수 있고 대통령까지 수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경찰은 대통령 등 누가 시키면 권력 수사를 할 수 있지만 자발적으로는 '절대' 그렇게 못한다고 본다"며 "경찰은 앞으로도 윗선 눈치보기를 안 할 수가 없을 거다"라고 강조했다.

강 변호사는 "일반인 상대 수사는 경찰이 해도 좋지만 현재 검찰에 남아 있는 '6대 중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나 이번 LH 사건처럼 다수가 엮이고, 더욱이 공기업의 비리수사이기 때문에 거대 권력비리 수사에 해당하는 것은 당연히 검찰이 처음부터 해야 한다"며 현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이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검찰이 갖고 있는 6대 범죄에 기타 국민의 관심사가 집약돼있는 범죄나 사회적 파장이 큰 범죄 등을 추가해야 한다. 그렇게 했으면 LH사건도 검찰이 속전속결로 영장을 치고 압수수색 했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LH사건 같은 범죄는 수사권이 약화됐기 때문에 일어난 거다. 앞으로도 수사권이 약화된 틈을 타 지능범죄·권력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대검찰청 건물. (사진=인터넷언론인 연대)
대검찰청. (사진제공=인터넷언론인 연대)

강 변호사는 검찰개혁의 방향이 잘못된 이유로 '정치권의 오만함'을 꼽았다. 그는 "정부와 여당이 검찰 수사권 박탈에 집착하는 것은 자기 보신도 있겠지만 검찰에 대한 보복이 크다"며 "저도 정치권을 잠시 다녀왔지만 정치인들은 정말 오만하다. 그런데 검찰은 숙이고 들어오질 않으니 되려 '검찰이 오만하다'고 역공하면서 검찰개혁 명분으로 보복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 시즌2에 대해서도 맹공을 가했다. 현재 민주당은 검찰에 남아 있는 6대 범죄 수사권을 중수청으로 옮기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추진 중이다.

강 변호사는 "저도 검찰개혁과 수사권 조정 자체는 찬성하지만 지금은 방향이 완전히 잘못됐다. 검찰개혁의 방향은 국민과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국민의 이익을 중심으로 보면 가장 중요한 건 전관예우를 없애거나 검찰의 고압적 태도·인권 침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정부의 검찰개혁에도 이러한 내용이 포함은 됐지만 '양념' 수준에 그쳤다"며 "인권보호 등은 이미 어느 정도 이뤄졌는데 일반인과 관련도 없는 6대 중대범죄 수사권을 뺏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검찰개혁의 중심을 국민이 아니라 자기들(정권)에 놓고 본 것"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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