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숙영 기자
  • 입력 2021.05.14 23:05

리셀 플랫폼 '크림', 론칭 1년 만에 누계 거래 2700억…매월 전월비 121% 급증

(사진제공=네이버)
한정판 리셀 플랫폼 '크림(KREAM)' (사진제공=네이버)

[뉴스웍스=이숙영 기자] A양은 최근 드로우(추첨)를 통해 한정판 운동화 구매권을 얻었다. A양의 발 사이즈는 230㎜이지만 그녀가 신청한 신발은 260㎜ 운동화. 실제로 신을 수 없는 신발 추첨에 응모한 이유는 구매권을 얻어 한정판 운동화를 구매하고 이를 높은 가격에 되팔기 위해서다. A양은 구매한 신발을 잘 보관했다가 가장 좋은 가격을 형성했을 때 팔아 '슈테크(신발 재테크)'를 할 예정이다. 

이처럼 희소성이 있는 상품을 구매해 되파는 '리셀(Resell)' 문화가 MZ세대 사이에서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리셀은 한정판, 명품 등 희소한 새 제품을 사서 웃돈을 얹어 되파는 행위를 말한다. 보통 소비자의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할 때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커머스 시장이 리셀을 중심으로 향후 수십 년간 성장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악화 속에서도 희소성과 함께 자신만의 개성을 가성비 있게 추구하려는 MZ세대를 주축으로 리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리서치 기관 이마케터가 온라인에서 연령별 리셀 활동을 조사한 결과, 미국 리셀 이용자 중 18~24세, 25~34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리셀 상품은 의류, 피규어 등 장난감, 전자제품 등 다양하지만 MZ세대가 즐겨 찾는 상품은 단연 '운동화'다. 그중에서도 밑창이 고무소재로 이뤄진 운동화의 한 종류인 '스니커즈'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스니커즈는 명품보다 접근성이 높고 마니아층도 탄탄하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9년 가수 지드래곤이 글로벌 브랜드 나이키와 협업해 만든 스니커즈 '에어 포스 1 파라-노이즈' 한정판은 정가 21만9000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백만원에 거래되며 대중적인 관심을 끌었다. 당시 지드래곤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제품은 1300만원대까지 가격이 상승하기도 했다.

코웬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스니커즈 리셀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북미 시장에서 약 2조2590억원(약 2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며,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33조8850억원(30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내에서는 지난해 약 5000억원 규모를 이룬 것으로 추산된다. 

(사진=캡처)
지난 13일 '나이키 덩크 로우 레트로 팀 그린' 래플에 응모했다. (사진=나이키 운동화 래플 화면 캡처)

◆스니커즈 리셀, 어떻게 하지? 

스니커즈 리셀을 하려면 우선 한정판 등 희소성 있는 상품을 보유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단계가 '래플(Raffle)' 혹은 '드로우(Draw)'로 불리는 랜덤 추첨이다. 

래플이나 드로우는 수량이 한정된 제품에 대한 구매 자격을 무작위 추첨을 통해 부여하는 것을 뜻한다. 아파트 분양권과 비슷한 개념이다. 국내에서는 나이키, 아디다스, 무신사 등에서 주로 활용 중이며, 최근에는 향수 등 다양한 패션 상품 판매에도 활용되고 있다.

기자는 이번 취재를 계기로 스니커즈 드로우에 첫 도전해보았다. 근 8년간 드로우를 꾸준히 신청해온 지인의 도움으로 응모 사이트 주소를 받아 '나이키 덩크 로우 레트로 팀 그린' 스니커즈 구매를 신청했다. 이 상품의 구매 가격은 11만9000원이지만, 리셀 시 현재 25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도움을 준 29세 직장인 B씨는 "평소 관심 있는 상품의 SNS(인스타그램)를 구독하고 메일, 커뮤니티 등을 통해 드로우 알람을 받는다"며 "많을 때는 하루 30개, 적을 때는 5개 정도 응모하는데 당첨 비율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된다"고 말했다. 구독 외에도 한정판 스니커즈 발매 소식 및 할인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 '럭키드로우' 등을 통해 드로우에 관한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응모 과정은 간단했다. 응모 사이트에 들어가니 상품에 대한 간단한 정보와 이름, 연락처, 원하는 사이즈, 수령매장 등 3~4가지 정보를 입력하도록 안내됐다. 기자가 신청한 상품은 남성용 스니커즈로 사이즈는 250㎜, 260㎜, 270㎜, 280㎜ 네 종류였다. 응모를 완료한 후 해당 링크에 재접속하니 이미 응답한 설문으로 조사됐다. 중복신청을 방지하는 것이다. 

응모 기간은 지난 13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2시간으로 비교적 짧았다. 발표는 같은 날 저녁 개별 문자 발표로 이뤄지고, 당첨자는 14일부터 16일 사이 수령 매장에 영업시간 내 방문해 구매하면 됐다. 응모부터 구매까지 모든 과정이 신속하게 진행 가능했다. 응모 방법이 쉬워 다른 스니커즈 추첨 4개에 더 응모했다. 

B씨는 "지난해 39만원대에 구매했던 운동화가 현재 3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고, 약 12만원에 구매한 상품은 200만원으로 올랐다"며 "직장에 다니며 취미로 하는 정도지만 최근 2년 동안 운동화 리셀로 번 이익만 해도 600만원을 훌쩍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판매는 "리셀 플랫폼 '크림'을 통해 진행한다"며 "리셀을 신청하고 상품을 크림 측으로 보내면 진품 여부를 검수받은 뒤 앱에서 간단히 판매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기자도 슈테크의 꿈을 안고 응모 당일 저녁 7시 결과를 확인했으나, 응모한 다섯 개 중 하나도 당첨되지 않았다. 당첨 확률이 매우 낮다는 것을 익히 들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실제로 인기가 좋은 나이키 드로우의 경우 100번 이상 응모하는 사람들이 허다하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무신사에서 판매한 아디다스 스니커즈는 당첨자 1명에 28만명 이상이 몰리기도 했다. 다만 응모 과정이 간단한 것을 알게 되니 시간 날 때마다 자주 신청해 슈테크로 용돈 벌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진=유튜브 와썹맨 캡처)
'카시나X나이키 스니커즈'는 리셀가로 200만원선에 거래됐다. (사진=유튜브 와썹맨 캡처)

◆네이버, KT, 롯데쇼핑 등 대기업도 리셀 시장 두고 경쟁 

높아지는 스니커즈 리셀의 인기에 지난해 네이버, KT 엠하우스, 롯데 쇼핑 등 국내 대기업도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먼저 네이버는 지난 2020년 3월 자회사 스노우를 통해 한정판 리셀 플랫폼 '크림(KREAM)'을 론칭했다. 크림은 매월 전월대비 평균 121%의 높은 거래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론칭 1년 만에 누계 거래액 2700억원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었다.

크림은 지난 3월 벤처캐피털(VC)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200여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국내 1위의 입지를 지켜가고 있다. 투자를 주도한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스니커즈, 스트릿웨어, 명품 리셀은 재테크 같은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KT 엠하우스는 지난해 10월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리플(REPLE)'을 선보였다. 리플은 지난달 실물 배송 없이 리플 앱 내에서 한정판 스니커즈 소유권을 사고 팔 수 있는 기능인 '빠른 거래'와 보관 장소가 부족하거나 변색 등을 피해 한정판 스니커즈의 가치를 유지하고 싶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보관' 서비스를 추가했다.  

이상만 KT 엠하우스 NewBiz 센터장은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시장 내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리플 서비스를 새롭게 단장했다"며 "고객이 원하는 기능과 혜택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쇼핑도 지난해 7월 중소 리셀 플랫폼인 '아웃오브스탁'과 함께 리셀 시장에 진출했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국내 첫 오프라인 '스니커즈 리셀 거래소'를 열었다. 롯데쇼핑은 스니커즈 리셀 시장에 그치지 않고 지난 3월 23일 국내 중고거래 커뮤니티 '중고나라' 인수에 나서며 리셀(중고거래) 시장 전반 정복에 나설 전망이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1를 통해 "중고거래는 저성장이 악화하는 가운데, 나름의 수입 속에서 적게 쓰지만 큰 만족을 얻으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