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3.10 15:51

장제원, '윤핵관' 최고 실세로 윤 당선인 비서실장 맡으며 '쾌재'…이준석·권영세·원희룡도 '웃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안철수 대표 페이스북 캡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안철수 대표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10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축하를 받았고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 당내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밀린데 이어 이번에는 대선에서 아깝게 패배한만큼 재기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당분간 휴식을 취한뒤 정치상황을 보아가면 '대권 3수'를 노릴 기반을 다지는 활동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여야의 주요 정치인들도 희비가 엇갈렸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장제원 의원은 이른바 '윤핵관'의 최고 실세로서 윤 대통령을 도와 임기 내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 확실하다. 대선에서 지면 집에 가야할 처지라고 공언했던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도 현 직책을 유지한채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선대본부장과 당 사무총장을 겸직하며 선거를 지원했던 권영세 의원과 정책본부를 이끌었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정치적 위상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냉정하게 '투자 대비 성과·효율'이란 측면에서 보면 최대 수혜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로 귀결된다. 지난 선거과정에서 윤 당선인과 막판 야권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안 대표는 그 누구보다 뛰어난 전리품을 챙긴 것으로 평가된다.

끝내 독자완주에 나섰다면 득표율 3위~4위 정도의 후보로 끝났을 것은 분명하다. 대선비용 보전도 받지 못한 채 지속가능성이 의심되는 국민의당을 이끌면서 또 다시 거친 황야를 헤맬 뻔했다. 몰락 일보 직전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것은 물론 이제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통해 당당히 집권여당 중요 계파의 수장으로 자리매김할 기회를 갖게 됐다.

아울러 윤 당선인이 조만간 구성하게 될 정권인수위원회의 인수위원장 하마평에도 오르는 인물이 됐다. 이에 더해 새정부에서 주요 직책을 맡으면서 행정경험을 쌓을 수도 있다. 차기 총선과 차기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정치적 지분을 키워나갈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물론 안 대표의 앞길이 낙관적인 시나리오로 흐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상당하다. 국민의힘과 합당을 할 경우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과도 경쟁해야 하며 이준석 대표의 견제도 받게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안 대표에게는 국민의힘과의 합당 이후 빠른 속도로 자신의 외연을 확장해나가면서 당 장악력을 높여나가야 할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이 과정이 결코 녹록치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사진=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사진=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는 대통령 후보자 당내 경선부터 시작해 대선이 끝나는 날까지 '불운의 아이콘'이 된 느낌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 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62.37%를 차지, 이 후보가 얻은 28.3%를 더블스코어 이상의 차이로 눌렀다. 하지만, 누적 득표수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에게 밀려 민주당의 최종 대선후보로 선출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점이 불거졌다. 당시 전체 누적 투표인수는 145만9992명이고 이재명 지사의 누적 득표수는 71만9905표였다. 그렇다면 산술적으로 73만이 돼야 과반득표가 되는 셈이다. 따라서, 민주당 일각에선 이재명 지사는 49.32%를 얻은 것이지 과반을 넘긴 것이 아니므로 이런 상태에서 이 후보가 최종 후보로 결정된 것은 무효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은 송영길 민주당 대표였다. 송 대표는 지난해 10월 11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참배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10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한 경선 결과와 관련해 당규에 따라 후보를 확정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당은 어제 당 선관위에서 이재명 후보를 20대 민주당 후보로 확정 발표했다"며 "제가 공식 추천서를 부여했다"고 단언했다. 

정치계 일각에선 이때부터 이낙연 전 대표의 시련이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이 상당하다. '깨어있는시민연대당'(깨시연)의 이민구 대표를 비롯해 젠틀재인, 문꿀오소리 등 친문(친문재인) 일각에선 '반(反) 이재명' 정서가 상당히 확산됐고 이런 정서가 실제로 '친문이니까 2번(윤석열)'이라는 구호로까지 이어지면서 친문 일각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게 됨으로서 24만여표 차이로 승부가 갈린 이번 대선에서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결국, 지지층이 총결집해도 승리할까 말까하는 상황 속에서 '친문 일부 1표 윤 후보 지지'가 결과적으로 '이 후보 지지 2표 상실'이란 악영향을 낳으면서 이번 대선의 승부가 갈렸다는 지적이다. 

이민구 깨시연 대표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당의 정통성이 이낙연 후보로 이어졌다면 별다른 무리없이 범 민주당 지지세력이 총결집할 수 있었는데 민주당의 정통성을 계승했다고 전혀 볼 수 없는 이재명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되는 바람에 사실상 민주당 세력이 갈라진 것"이라며 "도대체 민주당이 국민의힘에게 도덕성으로 지탄을 받는 대상이 됐다는 사실 자체가 한없이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낙연 전 대표가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되지 못해서 이번에 정권교체가 된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상당수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상황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이낙연 전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 최대 피해자 중의 한명이란 지적도 수긍이 된다. 

송영길(왼쪽)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사진=송영길 대표 페이스북 캡처)
송영길(왼쪽)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사진=송영길 대표 페이스북 캡처)

송영길 민주당 의원도 이번 대선으로 앞날이 우울해진 정치인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송 의원은 당초 그다지 우호적인 사이가 아니었던 이재명 후보를 당내 경선 과정에서 결정적으로 도와주면서 이 후보와 연대세력을 형성했다. 이런 까닭에 '반(反) 이재명을 표방하는 친문세력 일각과 척을 지게되는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이후 송 의원은 다리를 접질리는 사고를 입고 머리가 찢겨지는 피습도 당했다. 그는 이날 오후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민주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평당원으로 활동하겠다고 선언했다. 송 대표의 사임으로 윤호중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를 맡아 6월 지방선거를 준비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송 의원은 이번 대선에 모든 것을 건다는 차원에서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인천광역시장을 이미 역임한 송 의원이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후보로 도전한다면 총선에 나오지 않겠다고 공언한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향후 정치적 입지 자체가 상당히 약화될 우려가 커졌다. 송 의원은 이재명 후보의 대선 패배로 자신도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고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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