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윤해 기자
  • 입력 2022.03.26 06:50

남길남 "합리적 투자라고 보기 어려워…주가 하락폭 커질 수 있어 주의 요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사항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용산 이전 관련 사항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뉴스웍스 DB)

[뉴스웍스=안윤해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새 정부 출범이 오는 5월 10일로 다가온 가운데 윤 당선인의 공약과 관련된 주식들이 증시에서 고공행진 하고 있다. 특히 윤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구로 이전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에서는 '용산 테마주'까지 새로 생겨났다.

◆윤 당선인, 집무실 이전 의지 강력…'용산 테마주' 급부상

윤 당선인은 지난 20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 기자회견에서 5월 10일 취임식 이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방부 청사에서 대통령 집무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청와대는 '안보 공백'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혔으나 윤 당선인 측은 "5월 10일 0시부로 청와대 완전 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며 용산으로의 이전 의지를 확실하게 표명했다.

이에 용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들이 주목 받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깨끗한나라, 중앙에너비스, 아모레퍼시픽, LS네트웍스 등이 거론됐으며, 이들 기업의 주가는 별다른 호재 없이 용산 이전 소식에 따라 널뛰기 장세를 펼치고 있다.

또 용산 주변에 개발 이력이 있거나 시민공원 조성 사업 등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들도 테마주로 분류됐다. 자연과환경은 환경생태복원과 조경·건축업을 병행하고 있어 테마주로 꼽혔고, 서부T&D는 용산 서울드래곤시티를 운영하고 있어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서부T&D의 주가는 현재 보유한 부동산 가치가 2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에 2주 만에 10% 가까이 올랐다. 이밖에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이력이 있는 롯데관광개발과 용산 호텔 공사를 수주한 경험이 있는 시공테크 등도 함께 떠오르고 있다.

카카오 판교 오피스 (사진제공=카카오)
카카오 판교 오피스 (사진제공=카카오)

◆온라인 플랫폼 규제 완화 '플랫폼&통신' 부각

윤 당선인은 그간 '친기업'·'최소 규제'를 토대로 기업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등을 강조해왔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 대해 특유의 역동성과 혁신이 저해되지 않도록 자율 규제를 원칙으로 하고, 필요시 최소 규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네이버·카카오·구글 등 플랫폼 기업을 옥죄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온플법)'의 재검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온라인 플랫폼 관련주와 통신주가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으로 꼽히는 네이버카카오는 윤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부터 25일까지 각각 9.3%, 14% 상승했다. 해당 시기에 개인 투자자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차익을 실현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24일까지 기관은 홀로 네이버 주식 1780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204억원, 558억원어치를 순매도 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는 기관과 외국인이 1063억원, 2235억원어치를 매수했고, 개인은 325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새 정부가 디지털 플랫폼을 비롯해 5세대(5G)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한 4차산업 육성을 지속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통신주도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통신 및 ICT 관련 공약은 디지털 인프라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5G 전국망 고도화, 6G 표준 선도, 모바일에지컴퓨팅(MEC) 기술 육성 등이다.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사진제공=두산중공업)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사진제공=두산중공업)

◆尹 "탈원전 백지화…원전 강국으로 도약"

윤석열 당선인의 에너지 정책은 원전 사업을 부활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을 통해 "재생 에너지와 원자력을 조화한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원전 비중을 6~7%까지 낮추겠다고 발표한 문재인 정부와 달리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 ▲원자력 발전 비중 30%대 유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등 말 그대로 '탈원전 백지화' 공약을 내세웠다.

윤 당선인이 탈원전 정책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원전 대장주인 두산중공업은 새 정부의 최대 수혜주로 조명받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SMR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아울러 두산중공업은 과거 신한울 3·4호기의 원자로주기기를 제작했으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 이후 건설 중단으로 보상받지 못하고 현재까지 재공품 상태로 보유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신한울 3·4호기의 공사가 재개될 경우 단기적인 실적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기대감에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보름 새 9% 넘게 올라 2만2000원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외에도 중소형 업체와 원전 기술 개발 업체들도 함께 뜀박질 하고 있다. 발전소 철골구조물을 생산하는 보성파워텍, 원전에서 사용되는 공기압축기를 제조하는 한신기계, 원자력 기기와 발전 설비를 제작하는 일진파워의 주가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전기술, 우리기술, 한전KPS, 서전기전 등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현대건설 사옥. (사진제공=현대건설)
현대건설 사옥. (사진제공=현대건설)

◆"5년간 주택 250만호 이상 공급"…'건설주' 고공행진

윤 당선인은 임기 5년 내 25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고, 수도권에만 130만호를 건설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차기 정부의 부동산 공약 핵심은 민간 주도의 주택 공급확대 및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다. 특히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건설사에게는 호재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GS건설 등 대형 건설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에 대해 "건설 대장주로서 매력이 부각되고 있고, 정권교체에 따른 주택 공급 증가가 예상된다"며 "규제 완화 움직임으로 건설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GS건설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매출이 예상치를 밑돌았지만 올해는 영업이익 성장률이 최소 22%를 기록할 것"이라며 "GS건설의 주택 수주잔고 40조원 중 27조원 이상이 재건축·재개발 관련 수주임을 감안하면, 향후 도시정비 규제 완화에 따른 추가 분양 확대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중소형 건설사도 날개를 달았다. 대표와 사외이사가 윤 당선인과 같은 서울대학교 법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윤석열 관련주'로 꼽힌 신원종합개발은 지난 8일부터 25일까지 약 98.5% 급등했다. 같은기간 삼부토건의 주가도 48.5% 올랐다. 이외에도 일성건설, 범양건영동신건설 등도 수혜주로 대두되고 있다.

한편, 전문가는 단기간에 급등하는 정치·정책 테마주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치 테마주의 가격 급등은 일반적으로 장기간 지속되기가 쉽지 않다"며 "테마주는 기업의 본질 가치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급변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 테마주 투자는 합리적인 투자라고 보기 어렵고, 향후 주가 하락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어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